2012.03.09 00:28
정진주, 이화여자대학교
이 글은 정진주 선생님께서 작성하신 것을 교육센터에서 노동자들이 읽기 쉬운 형태로 편집한 것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거쳤음을 알려드립니다. 원 제목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건강장해의 문제점』이며,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2008년 3.8 여성대회 기념 토론회에서 발표되었습니다.
# 삶의 질 좌우하는 ‘건강’
비정규직 노동자가 우리사회에서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특히 국회여성위원회는 2004년 보고서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실태를 조사하고,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 차별개선, 성별․직종 분리 개선, 고용 형태 간 차별과 비정규직화에 따른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개선, 비정규직의 임신․출산권 확보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무엇이고, 그들의 고용형태와 건강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특히 고용형태의 어떤 측면이 여성노동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은 알려진 바는 크게 없는 상황이다. 건강은 인간의 삶의 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건강한 사람만이 지속적 노동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정성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교하여 어떠한 건강상태에 놓여있으며, 그들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는 있지만, 이 글에서는 첫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현황을 살펴보고 둘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건강상태를 알아보면서, 셋째, 향후 비정규직여성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출산․양육 거치니 정규직은 언감생심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상당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따라 규모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정부의 공식발표에 의하면 전체 노동자의 36.7%, 노동사회연구소의 정의에 따르면 55.8%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정부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김유선, 2007).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7.3) 결과. 5쪽
연령별로 보았을 때 남성은 저연령층(20대 초반 이하)과 고령층(50대 후반 이상)만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은 반면 여성은 20대 후반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비정규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여성은 20대 후반을 정점으로 그 수가 크게 감소하지만, 비정규직 여성은 20대 후반과 40대 초반을 정점으로 하고 30대 초반을 저점으로 하는 M자형을 그리고 있다. 여성이 자녀를 낳고 키우는 기간을 거치느라 직장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일을 하게 될 경우 대부분 비정규직 으로 취업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 그림 1. 연도별 비정규직 규모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가 상당히 수에 이르는 가운데 2007년의 경우 여성노동자의 67.5%, 남성 노동자의 47.4%가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는 여성은 50.9%, 남성은 49.1%를 차지해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고용계약의 차원에서 장기임시근로(40.9%),기간제근로(25.6%)에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계약기간에 따른 고용불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남녀별 비정규직 규모(2007년 3월)
▲ 그림 2. 성별 연령별 여성비정규직 분포 \
출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김유선, 2007).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7.3) 결과. 6쪽
성별 혼인별 비정규직 비율을 살펴보면 기혼남성은 5명중 2명이 비정규직인데 기혼여성은 4명 중 3명이 비정규직이다. 지난 5년간 추이(<표 3>)를 살펴보면 성별혼인별 비정규직 비율 격차는 커다란 변화 없이 정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3> 연도별 성별혼인별 비정규직 규모
출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김유선, 2007).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7.3) 결과.
# 임금 낮고 고용불안정 사회보장마저 외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어디서 무슨 일을 주로 하는 것일까? 대인 및 보호서비스, 모텔․판매원 및 선전원 등에서 주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우위직종 11개 가운데 7개가 여성 우위직종과 겹치고 있다. 이는 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많은 일자리가 비정규직 일자리라는 것을 뜻한다. 결국 이러한 경향이 고착되면서, 여성은 비정규직 형태로 기존 여성우위직종에 더욱 집중하여 취업하게 됨으로써 성별에 따른 직종분리가 더 강화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표 4> 비정규직 우위직종과 여성우위직종
출처: 국회여성위원회(2004),『여성비정규직의 차별실태와 법제도 개선과제』, 국회여성위원회 정책연구 03-1, 33-35쪽.
임금수준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수준을 살펴보자. 2007년의 경우 정규직이 100이라 할 때 비정규직은 52였다. 정규직이 100만원을 받으면 비정규직은 52만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제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혼합하여 살펴보자. 남자 정규직을 100이라 할 때 남자 비정규직은 54, 여자 정규직은 69, 여자 비정규직은 41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과 성에 따른 차별을 이중으로 받게 되면서 가장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2004년 자료를 보면 고용형태, 결혼형태와 남녀에 따른 격차를 알 수 있는데 기혼여성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다른 여타의 집단보다 가장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김순영(2005), 비정규노동시장의 젠더구조: 한일비교를 중심으로, 한국여성연구 정기 심포지엄 발표문, 11쪽
노동자의 건강은 사회보험 및 각 종 복지혜택을 어떻게 어느 정도 받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사회보험 가입률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007년 오늘, 여전히 비정규직은 국민연금과 각종 보험 가입률이 30% 대에 머물고 있다.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 등의 적용률은 더 심각하여 10~20%대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은 제도적인 보호를 받는 수준이 정규직에 비해 너무 낮은 상황이다.
<표 6> 연도별 고용형태별 사회보험 및 노동조건 적용률 (단위: %)
출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김유선, 2007).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7.3) 결과. 22쪽.
요약하자면 여성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당한 비중으로 차지하며, 고용안정성과 임금은 낮고, 사회적인 보호장치는 적용이 잘 안 되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기혼여성이 장기임시직으로 여성이 전통적으로 주로 하던 일을 저임금으로 수행하고, 사회보험 및 복지혜택에서도 제외되는 형편이다. 이러한 불리한 상황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건강수준을 결정짓는 사회적 요인으로서 직간접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 고용형태와 건강의 함수 관계
(1) 국내연구결과
국내에서 고용형태와 건강에 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까지 진행된 소수의 연구도 성(gender)별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시행된 연구가 많아 비정규직여성노동자의 건강 원인과 결과에 심도있는 논의를 근거(evidence)에 기반하여 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연구를 살펴보고 그 함의를 찾아보고자 한다.
김혜련 외(2004). 「건강수준의 사회계층간 차이와 정책방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상용노동자(전일제/시간제)에 비해 사망 위험의 상대비는 고용주에서 0.98배(95% 신뢰구간: 0.28~3.41), 자영업자에서 1.49배(95% 신뢰구간 0.81~2.74)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반면 상용노동자에 비해 임시 및 일용노동자의 사망 위험은 3.01배(95% 신뢰구간 : 1.50~6.03), 기타 군은 2.75배(95% 신뢰구간 : 1.51~5.01) 정도 높아 고용 형태별 사망위험의 차이가 큼을 보여주었다. 즉 사망에 있어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그 위험도가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명우 외(2004). 「비정규근로자의 건강실태 분석」,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보고서
노동자 건강 실태조사 자료를 사용하여 고용형태가 건강에 직접적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중 사용자가 두 사람 이상인 파견 및 도급노동자는 정규직에 비해 근골격계 질환과 만성적 피로를 포함한 전반적인 신체 증상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정신건강은 정규직에 비해 오히려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질병별로 고용형태에 따른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고용 형태 자체가 직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주므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향상을 위해서는 소득수준 향상, 노동환경 개선을 넘어서 파견이나 도급관계 자체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덕희․김창엽(2003). 「건강상태와 노동시장 성과의 이중인과관계에 대한 연구」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패널 자료(1998년부터 2001년)의 자가평가 건강상태를 고용형태별로 살펴보았는데 1998년에 임시직 노동자였던 사람은 2001년 건강상태가 안 좋을 확률이 더 높아졌다. 반면 1998년에 상용직이었던 사람은 반대로 2001년 건강상태가 좋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고용 형태가 건강(주관적 건강인식)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용형태와 성(gender)을 동시에 고려한 연구는 별로 많지 않은데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박재규의 연구(2004)
노동패널자료를 사용하여 남성 정규직의 경우 ‘건강하다’가 87.7%, 비정규직 남성노동자는 74.4%, 여성 정규직노동자의 83.4%, 여성 비정규직노동자의 66.7%가 응답하여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성과 고용 형태를 고려한 유형에서 가장 건강이 좋지 못한 집단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여성노동자의 경우 건강하지 않다고 평가한 사람이 9.8%로 남성노동자 1.2%에 비해 큰 차이가 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고용형태 변화에 따른 건강상태가 남성에 비해서도 더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일호 외(2004), 「비정규직 근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및 보건환경 연구소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1998년)를 사용하여 고용형태와 성을 고려하여 분석한 결과 연령만 보정한 경우 남성 정규직을 기준으로 할 때 여성 정규직은 1.39로 건강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고, 여성 비정규직 또한 상대비가 2.34로 유의하게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 2는 연령을 보정한 모델 1에 건강습관을 제외한 나머지 변수를 보정한 결과 여성에서 남성보다 더 유의하게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습관까지 보정한 모델에서는 남성 정규직에 비해 여성 정규직(상대비 1.51)이 건강상태가 더 나쁜 것으로, 여성 비정규직(상대비 2.01)은 유의하게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 비정규직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건강상태가 가장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주․황정임(2005), 「비정규직 여성근로자 건강증진방안연구」, 한국여성개발원 연구보고서
기존의 고용형태와 건강의 상관성이 주로 단일 건강지표 - 주로 주관적 건강인식 - 를 사용한 것에 비해 이 연구는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고용형태별 스트레스, 질병여부, 결근경험, 건강상태인식, 피로정도, 정신건강장애, CMI(신체건강항목)에 대해 고찰한 연구이다. 여성노동자만 분석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살펴보면 연령만 보정하고 고용형태와 건강을 살펴본 결과 질병여부, 건강상태인식, 정신건강장애, CMI는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더 나쁜 것으로 나온 반면 스트레스, 결근경험, 피로정도는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더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가 주는 함의는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도 경쟁과 노동조건의 악화로 비정규직 못지않은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을 수 있는데 어떤 건강지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고용형태와의 관련성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의 형태에 따라 건강과의 관련성도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를 사용한 연구결과 외에 특수고용직 여성노동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사례조사가 진행되어 왔다.
노동건강연대․ 여성노동조합(2004) 「골프장 경기보조원에 관한 연구」
조사대상자 120명의 직무 스트레스는 생산직이나 사무직 노동자와 비교하였을 때 직무재량도는 낮고 정신적 직무요구도가 높아 작업 긴장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보조원의 피로수준, 생리관련 이상증상, 근골격계 질환, 위장증상 호소율이 타 직종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경기보조원이라는 작업의 특성상 농약 및 기타 야외근무로 인한 장애가 관찰되었다. 특히 경기보조원의 높은 근골격계질환 유병률은 허경화 등(2004)의 연구에서도 일관성 있게 나타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2004), 「특수고용직 여성노동자에 관한 연구: 학교급식 조리근로자 건강실태의 연구」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의 직무 스트레스가 다른 직종에 비해 직무긴장도가 높은 군으로 평가되었고, 사고발생이 빈번하다고 인지되는 금속산업의 사내 하청노동자나 골프장 경기보조원에 비해서도 사고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도 높아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사람은 26.2%에 달했다. 조리노동자라는 직종과 관련하여 피부증상 및 관련 질환의 유병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학습지 노동조합 등(2004) 「학습지교사의 안전보건 실태조사」토론회 자료집
학습지교사(조사대상자의 86 %가 여성)의 건강은 근골격계 질환, 위장염, 방광염, 스트레스 등 다양한 부정적인 건강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정적인 건강 결과가 나타난 주요한 이유는 장시간노동, 부족한 휴식시간, 영업실적에 대한 부담, 업무조절 불가능 등으로 일상이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와 실적 중심의 관리에 의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물리적 폭력, 인격적 폭력, 성폭력 및 성추행은 학습지교사가 위협받고 있는 부분이며 이는 늦은 시간까지 학생의 집을 방문해야 하는 학습지교사의 노동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특히 건강상에 위협을 느낄 때 쉴 수 없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충분히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어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학습지 교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동관계와 노동과정의 개선이 필수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교사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실적 강요와 권력남용이 주요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개선 없이는 학습지 교사의 건강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연구는 특수고용직 중 하나인 학습지 교사를 사례로 건강의 결과에만 국한하지 않고 부정적인 건강상태가 발생하는 노동의 특성, 노동과정을 분석함으로써 건강의 발생 원인에 대한 보다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2) 국외연구
우리사회에서 고용형태와 건강에 대한 연구 및 실태가 이제 밝혀지는 상황이라면 외국은 어떠할까? 외국 연구현황을 보면 고용형태와 다양한 건강지표를 사용한 연구들의 대부분이 고용형태와 건강간의 차이를 나타내 비정규직의 건강상태가 좋지 못함을 나타내는 반면 이러한 상관성이 존재하지 않는 연구도 소수 존재한다.
이제까지의 연구는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정성이 노동자 건강에 대체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어떤 조사 방법을 택하였는지에 따라 그 양상과 차이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성에 따른 고용불안정성과 건강을 살펴본 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비록 자료가 충분하지는 않으나, 아래 두편의 연구를 참고할 때,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는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비정규직의 다수인 여성은 건강상 불이익을 겪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Quinlan M 등(2001). 불안정고용 및 노동 분산의 세계적 증가와 노동자 건강에 대한 영향. 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Service ;31(2):335-414.
이 논문은 고용 형태가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1994년 이후 발표된 93개의 논문을 검토하면서 비정규노동이 어떻게, 왜 노동자의 건강을 악화시키는지 살펴보고 있다. 불안정한 노동의 정의에 파트타임, 다양한 조직형태에 속한 노동, 외주 등의 형태로 고용된 비정규노동, 소규모 사업장에 고용된 인력을 포함, 재해율과 다양한 건강지표, 주관적 건강인식, 병가, 산업보건에 대한 책임 및 법적 권리 인지도, 기업 내 산업안전보건 정책 및 교육을 포함하고 있다. 이제까지 시행된 76개의 연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해율, 질병 위험, 위험에의 노출, 노동자(상사)의 안전보건 지식 등의 측면에서 직업 건강과 안녕상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에 대한 공포, 고용 경쟁, 직업유지 불안, 생계유지 불안, 스트레스, 작업인원 부족과 노동강도, 산업안전보건체계에서 배제, 비정규노동자의 안전보건관리 어려움 등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연구는 성차를 염두에 두고 분석을 하지는 않았지만 고용형태와 건강간의 성차를 나타내는 결과들이 있는데, 성차를 낳게 한 배경은 남녀 직무가 다르기 때문으로 직업상 성차가 건강상 차이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Vertanen et al(2005), 「비정규직과 건강 : 문헌고찰」, Int J Epidemiol. 2005 Jun;34(3)
임시 고용(temporary employment)과 각종 건강 결과들에 관한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찾아 27개의 논문을 분석하고 있다. (i) 정신적 건강 상태, (ii) 신체 및 전반적 건강상태(사망률 포함), (iii) 골격계이상, (iv) 산업 재해 (v) 병가 및 국가별 임시고용 비율과 실업률에 관한 통계자료를 포함하여 분석한 결과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교하여, 종합적 위험도 평가 결과는 임시 고용직에서 더 높은 심리적 피로(정신적 고통)를 보였으나(OR1.25) 높은 이질성이 나타나고 있다. 열악한 신체적․전반적 건강 상태에 상응하는 교차비는 1.08, 근육 및 골격 이상 1.24배 높았지만 병가는 0.77로 낮게 나타났다. 13개 보고서 가운데 7개의 개별적인 보고서들이 임시직 노동자들 가운데 산업재해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고 모든 연구들에 관한 메타 분석에서 임시직 노동자의 질병률․사망률의 통합 교차비는 1.13으로 나타났으며, 임시고용의 불안정성이 높을수록 그 연관성이 더 크다고 나타나 고용형태와 건강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외국 연구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은 고용형태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연합(EU)은 2002~2006의 계획 속에서 1)여성노동력 증대 2)고용형태 변화 3)위험요인 변화가 주요한 변화로 보고 비정규직 증가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누가 책임지는가에 대한 주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과 진단, 보상을 위한 원칙들이 노동 인구에서 점차 증가하는 여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여성이 특정하게 가지는 위험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ILO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여성이면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안전보건문제는 고용불안정성, 여성이 처한 노동환경, 비정규직으로서의 노동조건 및 안전보건 예방 및 참여현황을 다각도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 정확한 문제파악 후 장기정책 마련해야
전체적으로 볼 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근로조건(고용안정성, 소득, 노동시간)이 열악하고, 노출되는 위험요인이 정규직과 다르며, 안전보건관리체계로부터 소외되어 있고, 사회안전망 및 복지로부터 배제됨으로써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그들에게 적합한 안전보건관리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위험요인을 정확하게 평가하여 안전보건상 위험요인이 고용 형태에 따라 이전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정기적인 통계로 고용형태와 성에 따른 건강실태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에 근거하여 문제의 규모 및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둘째, 안전보건관리에 있어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차별이 해소되어야 한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정규직을 대상으로 하던 기존의 안전보건관리는 노동의 분산과 비정규직 출현으로 관리 주체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정규직조차도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관심, 투자 등이 미비한 상황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건강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안전보건관리의 책임소재가 명확해지고 관리가 되어야 한다. 또한 간접고용이 아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정규직과 동일하게 안전보건관리 대상이 됨과 동시에 안전보건에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안전보건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교육 내용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현행법에서 시행하도록 된 내용,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직종과 관련한 건강위험요인, 고용형태에 따른 불(不)건강원인 및 건강상태 등이 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의 예방의무가 있는데 여기에 고용형태에 대한 사항이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사업주는 이 법과 이 법에 의한 명령에서 정하는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기준을 준수하며, 당해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모든 근로자에게 제공하고, 고용 형태, 성, 연령에 따른 근로조건의 개선을 통하여 적절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생명보전과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하도록 하여야 하며, 국가에서 시행하는 산업재해예방시책에 따라야 한다.” 고 보다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양질의 노동창출, 안전보건전략과 사회보장정책의 연계방안, 정책에서 성 주류화의 활성화를 들 수 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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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관점에서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양질의 노동창출을 위한 전략
ILO는 비정규직 확산이라는 전 세계적인 경향을 직면하고 양질의 노동(decent work)을 창출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양질의 고용조건에 안전한 노동의 개념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질의 고용은 사업장 내 기본권증진, 고용, 사회보장, 사회적 대화로 구성되며 사회보장 내에 노동자 보호로서 안전한 노동 및 임금, 노동시간, 조직 등의 작업조건을 사회보장으로서 고용보험, 산재보험이 포함될 수 있다. 비정규직 양산은 결국 신자유주의 정책 일환으로 여성노동자가 집중적 표적이 되었으므로 양질의 노동창출로 안전한 노동을 증대시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불건강의 근원적 원인인 고용불안정성을 감소시키고 수에 집착한 일자리 창출이 아닌 양질의 노동을 담보하는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할 것이다.
▸안전보건정책과 사회보장 및 사회정책과의 연계
비정규직(특히 일용직과 특수고용직) 건강문제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 틀이나 제도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지 않으므로 일반의료, 노동복지, 사회보장책과의 연계 속에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비정규직의 안전보건문제는 문제발생을 예방하거나 이의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충격완화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보장 및 여타의 사회정책과 연계하여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및 안전보건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마련해가야 한다. 임금이나 사회보장의 차이는 그 자체로 안전보건관리와 문제해결 여력의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직 임금보전정책, 동일노동 동일임금, 사회보장의 실질적 적용 등을 확산해나가야 한다.
또한 사회적 혜택은 단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체계가 아니라 개별 노동자가 일생 동안 다양한 직장과 고용 형태를 경험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이동성 있는 사회적 혜택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즉 여성노동자가 다양한 사업장에서 일정기간 일을 하였다 하더라도 정부차원에서 퇴직금, 연금 등을 연계, 관리하여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정책에 있어서 성 주류화의 발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건강문제는 비정규직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과정, 노동시장 내에서 고용 형태 차이에 따른 차별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양성평등을 위한 각종 사회정책과 안전보건정책에 지속적인 성 주류화를 통해 건강증진방안이 논의되고 실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