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교육센터 한인임(uldam@dreamwiz.com), 일과건강 2006년 11월호 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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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들께서는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이하 원진교육센터)의 기획교육을 알고 계십니까?

 

원진교육센터가 2006년 보무당당히 연간 8회의 기획교육을 구상한 것은 당연히 있어야 했으나 그간 준비 부족으로 추진하지 못하다가 2006년을 놓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사실은 현장 요구가 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교육은 매우 어렵게 진행되었다. 당초 매회 30명을 목표로 진행했던 교육은 주제별로 편차가 매우 컸고 소위 ‘비인기 강좌(?!)’일 것이라고 판단한 시기에는 노안 간부나 활동가를 ‘협박’하기에 이르기까지 하였다. 강좌를 2회 남겨두고 벌써 평가 글을 쓴다는 게 섣부르다는 판단도 할 수 있겠으나 이정도면 사실상 충분하다고 본다. 6차례 동안 하루 6시간 서로 다른 강의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1. 현장에서 요구한 것

조사해 본 적 없다. 여기서부터 철저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들통 나고 만다. 객관적 조사 자료 없이 현장의 요구 운운하는 게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활동하는 연구자들 모두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 왔다. 그 이유는 작업장에서 활동가나 노안간부들의 요구가 ‘산안쪽 일들은 너무 알아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주기적으로 개입해야 할 산안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모든 영역을 다 포괄한 꾸러미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예컨대 연간 1~2회 진행하는 작업환경측정, 연간 1회의 건강검진, 3년에 1회를 기본으로 수시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할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2002년 개정 법률에서 사업주 관리의무가 부여된 ‘직무스트레스’…, 여기까지는 법적 사항이다. 이것만 해 내도 굉장한 내공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있다. 궤도의 승무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적응장애,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문제나 금속 노동자들에게 문제가 되는 안전한 노동을 위한 Man/Hour 산정(적정노동강도) 문제, 서비스 노동자들의 감정노동문제 등 현행법에서는 논외로 하지만 직종의 노동과정 특성으로 개입해야 할 많은 영역의 사업이 존재한다. 이것까지 포괄하려면 사실상 ‘공중부양(空中浮揚)’ 수준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좀 더 나가면 신선이 된다. 즉, 조합원을 대상화시키지 않기 위해 조합원과 함께 하는 일상 사업과 투쟁이 되도록 조직화하는 일까지 고려한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러니 현장에서는 제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
그래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충분히 강의가 가능하고 (이론 분야뿐만 아니라 그간 현장조사를 통해 획득한 실천적 경험을 중심으로 하여) 현장에서 절실히 필요한 주제를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3. 성과

가장 고민되었던 것은 아침 10시부터 시작해 저녁 5시에 끝나는 하루 종일 교육(지방에서 오고 가는 문제를 고려하면 최소한 1박2일이 소요되는)인 중앙 집중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조건에서 참여자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직종이나 업종별로 노동과정과 노동환경 차이가 매우 큰데 이렇게 뭉뚱그린 형태의 교육이 활동가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한계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각 회 평균 30명의 교육생이 참가하였고 업종은 매우 다양하였다. 수도권보다 지방에서의 참여가 더 많았다. 한편으로 보면 눈물겹도록 감동적이었으며 또 한편으로 미안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업무협조를 받을 수 없는 활동가들는 연월차를 쓰고 올라왔다.

 

그간 각 연구원이 필요에 따라 만들고 이용했던 교안들이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교안은 게시판을 통해 공개되었다. 많이 퍼 날라 바닥이 보이길 기대하한다. 저녁을 함께 먹는 시간에는 교육 참가자들이 아낌없는 비평을 해 주어 향후 노동자 안전보건교육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심지어 이런 교육기회를 마련해 줘서 고맙다고 ‘8회 연속 개근’을 장담하던 한 활동가는 대의원대회로 빠질 수밖에 없음을 미안해하면서 발목양말을 한 켤레 선물하는 짠함도 선사했다.

교육 효과는 생각처럼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이 또한 정세 부침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성과라는 것도 쉽게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느 노동자 교육활동가의 말처럼 “노동자 교육은 밭에 무작위로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 어떤 놈은 죽을 것이며 어떤 놈은 올곧게 잘 커서 큰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우리는 또 교육할 것이며 그러면서 기다릴 것이다.

 

4.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것

교육 참가자들이 누구도 빼놓지 않고 하는 불평은 ‘우리 지역의 활동가들이 같이 들었으면 좋겠다.’, 혹은 ‘우리 연맹에서 독자적으로 기획한 교육이 이런 식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또 ‘너무 재밌는 게 있는 반면 너무 어려워 쫒아가기 어려웠다’는 평가도 있었다. ‘좀 더 왕성한 토론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두 보석 같은 얘기들이다. 인적, 물적 한계로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교육이 얼마만큼 잘 기획되고 추진될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발품을 좀 더 팔아서라도 2007년에는 더 많은 노동자들을 만나야겠다. 산별노조 확대와 정착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업종별로 특화된 교육내용을 만들 수 있도록 더 충실한 실천적 연구와 꼼꼼한 고민이 필요하다.

 

12월 교육 때는 그간 참여하였던 모든 분들을 모셔야겠다. 얼큰하게 막걸리 한 잔 하면서 2007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더 큰 ‘야단’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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