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노조 울산지부 NCC지회 김주석 위원장, 일과건강 2006년 11월호 기획특집


깊어가는 가을, 많은 인파들이 산이나 계곡입구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이 요즈음 주말 풍경이다. 주5일 근무가 보편화 되면서 저마다 건강을 지키고 여가 생활을 즐기려는 것이 요즈음 노동자들 관심의 주된 내용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개개인의 건강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또 하나의 풍경은 갑자기 바뀐 밤낮 기온차로 감기 증상을 앓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은 수십 번 수백 번을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 그만큼 건강이 그 어떤 재화나 명예니 하는 것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노동자들은 가장 많은 시간을 현장 작업장에서 보낸다. 그러므로 노동자에게서의 건강은 근무하는 작업장과 결코 떨어뜨려서 이야기 할 수 없는 인과관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 건강은 작업환경과 떨어질 수 없어

 

회사가 위치하는 울산은 주거지 외에는 도심부변이 공단으로 형성되어 타도시의 도심풍경과는 대조를 이룬다. 특히 우리 회사는 각종 공단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어 자칫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각종 화학물질 유해인자에 노출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하여도 이러한 유해인자에 거의 관심을 가지지 못했었다. 아니, 2004년에 노동조합이 결성되기 전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 전까지는 중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누가 감히 나서서 이야기를 한다든지, 또 이야기 한들 사용자들 논리로 묵살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나서 조금씩 작업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조금씩 요구하고 개선해 나갔다. 사실 따지고 보면 대기업 빼놓고는 중소기업들은 많은 부분에서 열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으므로 노동자들 스스로도 작업환경개선이나 건강권 확보 보다는 임금이나 처우를 높이는데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우리 조합원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크든 작든 산업재해로 다치는 조합원이 발생하고, 고통 받는 노동자가 증가 할수록 이대로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저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산재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압력이나 넣는 브로커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와중에 산재불승인 조합원이 발생하여 무언가 체계적인 대비책이 없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월1회 확보해놓은 조합원 교육에서 노동자 건강권 확보에 초점을 맞춰 조합원의 관심 방향을 유도했으며, 현장순회와 작업 전 스트레칭을 통해 조합원들의 건강권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다음은 회사에 좀 더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형식적인 방법으로 실시하던 안전교육을 단체협약을 통해 정기적이고 내실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명문화시켰다.

 

                                                                             안전보건교육
 
①회사는 월 2시간(사무직은 월 1시간) 이상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1항과 관련하여 노동조합이 요구할 시 회사는 거부할 수 없다.
②회사는 신규체용 또는 새로운 기계도입, 배치전환으로 새로운 직무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 8시간 이상, 유해위험부서에 배치되었을 때 16시간 이상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③회사는 노사가 인정하는 안전보건교육이 외부에서 있을 시 산업안전보건위원과 명예산업안전 감독관을 최우선적으로 참석시킨다.
④회사는 안전보건교육을 근무시간 중 유급으로 실시하며, 주제, 강사 등과 관련된 제반 사항은 조합 측과 상호 합의한다.
⑤동일노동을 하는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동일한 내용의 교육을 매월 2시간 실시하여야 한다.
⑥미비한 사항은 산업안전보건법을 따른다. 


지금까지의 안전교육은 회사 주관대로 시간 채우기식 안전교육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그러므로 노동자들 또한 별다른 기대감이나, 참여의지 또한 저조하기 마련이었다. 이러한 방법의 계속 유지는 결코 안전교육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관심을 갖는 안전교육을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2005년 조합원 작업환경 실태를 조사한바 있었다. 그 자료를 중심으로 2006년 9월 15일 화학섬유연맹 현재순 노동안전국장을 강사로 초빙하여 안전교육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회사에 연맹 노동안전국장을 9월 안전교육 강사로 초빙한다고 공문을 보내자 회사는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노동조합이 또 어떠한 다른 목적이 있지 않나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회사들이 노동조합 상급단체가 와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면 이러한 반응들을 보일 거라고 판단한다. 생각이 적중이라도 하듯 회사는 이미 강사가 정해져 있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비추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서도 협약한바 있고 지금까지의 안전교육 성과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주장을 내세워 최종 실행하기로 했다.

 

9월 15일, 바쁜 와중에도 현재순 국장은 서울에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울산으로 내려왔다. 점심식사를 하고 교육은 13시부터 시작하였다. 2005년 작업환경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우리 사업장 노동자들의 근무환경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의 형식적 교육을 탈피하여 구체적인 사례 및 개선점을 지적하며, 아주 충실한 안전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렇듯 안전교육은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적극 관심을 가지며, 강사와 서로 상호간에 교감을 이루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실한 작업환경측정을 바탕으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사업장 문제점을 정확히 판단하고 그 개선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단협에 안전교육 명문화로 내실 있는 교육기초 다져

 

그날 안전교육을 시점으로 조합원들 의식 또한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회사에서 참석하라고 강제해서 자릿수나 차지했던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합원 본인의 건강이 곧 가정의 평화며, 그 건강을 지키지 못하였을 때 본인뿐 아니라 온 가족이 고통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에 더 절박했는지 모르겠다. 10월 3/4분기 노사협의회에서도 사업장 안전문제가 구체적 안건으로 채택되었고 부족하지만 하나하나 개선하기로 이미 회사와 약속을 했다. 그리고 양산공장도 11월부터 노동조합이 주관하여 안전교육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물론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은 아니지만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기대할 것이다.
앞으로 많은 숙제가 있다. 좀 더 많은 조합원 의지를 끌어내고 관심을 갖게 하고 사업장 불안전 요소를 제거하고 노동자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실천단을 구성하고, 구체적 실천계획을 만들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또 아프다면 완벽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현장풍토를 만들어야 되겠다. 조합원 하나하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간부가 되어 항상 웃을 수 있는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우리 간부들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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