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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건강 2006년 4월호

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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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노동자, 그러니까 (주)코오롱 구미공장에서 정리해고 된 노동자를 처음 만난 것은 화섬연맹 노동안전보건지도위원 교육 참가 차 광주의 한 사업장을 들렸을 때다. 당시 구조조정 투쟁을 하던 한국합섬과 함께 코오롱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선전물을 돌렸다. 그것이 약 일 년 전이다.


지난 3월. 화섬연맹 1기 노동안전보건실무학교를 마치고 과천으로 향했다. 코오롱 본사에서 노숙투쟁을 하며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회사에게 교섭을 요구하면서 끝장투쟁을 진행하고 있던 날들 중 하루였다. 봄기운을 받고 있던 땅과 나무들은 새순을 틔우려고 힘을 돋아내고 있었지만, 그 시간 코오롱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교섭에 응하라는 요구를 위해 전경과 대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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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을 인정하고 교섭에 응하라!”


21세기 노사관계 로드맵을 만들었다는 이 땅, 대한민국에서 나온 외침이다. 코오롱 자본은 강제적이고 비상식적인 구조조정으로 이미 지역에서조차 노동조합의 투쟁을 지지할 정도로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고통분담을 강요했다. 자본은 자신의 배가 터질지언정, 노동자의 주린 배는 절대 생각도 않는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연대 온 노동자들과 전경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순간에도 자신도 노동자이고 언젠가는 정리해고 될 수 있는 현실을 모르는 어떤 사람은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을 힐난하는 말들을 던졌다. 그 사람 한 마디에 무수한 대거리가 날아갔음은 물론이다. 대치에 균열이 가고 뭔가 긴장감이 흐른 것은 전경들이 코오롱 노동자들을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보이면서였다. 이미 토끼몰이 식으로 전경에게 둘러싸여 있던 연대 노동자들이 땀을 쏟아내며 전경들을 밀어냈지만, 이미 수적 우세에 있던 그들에게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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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박을 가해오던 전경은 코오롱 노동조합 최일배 위원장이 자해를 시도하자 물러섰다. 극한 상황에 처하자 교섭에 응하겠다는 사측 얘기를 듣자 절규하는 최위원장과 노동자들.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던 순간, 갑자기 뭔가 반전되는 분위기였다 싶더니, 눈에 들어온 것은 코오롱 노동조합 최일배 위원장이 커터칼을 들고 자해를 시도하려는 모습이 잡혔다. “우리가 뭘 잘못했냐”는 외침은 차라리 절규였다. 대형사고가 터질 것 같자 전경은 그제서야 뒤로 물러섰고 사측과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뜻을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사측이 교섭에 응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꼭 이래야만 하는 거야!”라는 분노가 담긴 최 위원장의 절규가 이어졌다. 칼을 들었던 위원장도 자해를 막았던 또 다른 정리해고 노동자들도 울음을 터트렸다. 지켜보던 노동자들도 흐르는 눈물을 굳이 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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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코오롱 본사에서 눈에 들어온 문구 두 개가 있다. 커다란 플랭카드에 적인 두 문구, ‘인재경영’, ‘2010년, 재계10위 진입’. 그러나 코오롱은 생산의 주인인 노동자를 무시하고 부실경영으로 난 손해를 노동자 정리해고로 대체하며 재계 10위를 노리는 것은 아닐까?

이건, 틀림없는 ‘다행’인데, 나는 어쩔 수 없이 백수생활을 몇 개월 해 본적은 있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정리해고나 부당해고를 경험한 적이 없다. 그래서 감히 스스로 손목에 칼을 대려 했던 한 노동자의 파르르한 서슬을 다 이해하진 못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의 절실함과 고통, 분노가 내 가슴에도 전해졌고 당시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다.

이후 코오롱 노동자들이 이웅렬 회장 자택으로 간, 결국 손목에 칼을 그었다는, 검찰이 코오롱을 압수수색 했다는, 회사가 먼저 노사교섭을 제안했다는 소식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렸다. 물론 아직까지 회사가 노조를 인정했다는 얘기는 접하지 못 했다. 15만 볼트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단식을 하고 노숙농성을 해도, 스스로 자기 몸을 해하려 해도 끄떡없는 저 자본의 오만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부디 만면에 웃음 지을 수 있는 소식이 정말이지 되도록 빨리 들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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