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독했다. 기자회견 장소인 한국타이어 본사 정문 안은 이미 철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유족대표가 “내 아들을 살려내라!”고 울부짖었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들린 피켓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사위는 한국타이어 산재 살해, ASA 노조탄압 / 자식은 위장취업 / 본인은 위장전입, BBK 주가조작 이명박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어떤 ‘빽’을 믿는 것인지 한국타이어는 굳게 잠근 본사 건물 앞, 뒷문을 끝내 열어주지 않았다.
1년에 15명 사망. 노동자 산재사망과 대규모 산재은폐, 노동자/노동조합 탄압으로 물의를 빚는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12월 13일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동자 집단산재사망 초래, 대규모 산재은폐, 노동자 탄압 기업 한국타이어를 규탄한다」는 긴 제목처럼 한국타이어는 국내외에서 형편없는 안전보건과 노동자 탄압으로 사회 문제화 된 곳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자로 나선 많은 사람들은 한국타이어의 부도덕을 거론하며 이제라도 경영진이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나와 줄 것을 요구하였다. 특히 1년이 넘도록 아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알리려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조호영 유족대책위 대표는 사측에게 “진실이 담긴 사과로 맺힌 응어리를 풀어 달라.”는 요구와 함께 사태에 침묵하는 노동조합에게는 각성을, 감사원 감사를 받는 노동부에게는 철저한 감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경영진을 만나려 본사 후문으로 들어가려던 대표단들은 미리 나와 있는 직원(직원인지 용역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음)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들에게 저지당했다. 조호영 대표는 길을 막는 직원들에게 “너희들은 목숨이 두세 개냐? 왜 개충성을 하느냐!”며 일갈했다. 1년이 넘는 싸움과 누적된 피로로 조호영 대표는 잠시 쓰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본사, 그것도 뒷문은 열리지 않았다. 관계자가 나와 요구사항을 전달받으며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남겼을 뿐이다. ‘빽’ 든든한 한국타이어와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 노동자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유족과 노동조합, 사회시민단체들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한편,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는 ASA 노조의 천막 농성이 진행 중이다.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ASA는 결성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며 교섭 거부, 직장폐쇄로 노동탄압을 저지르고 있다. 노동안전보건도 노동자의 기본 권리도 모두 무시하고 탄압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정부는 감독도 처벌도 하지 않는 상태이다.
최초 기사 작성일 : 2007-12-13 오후 5:4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