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건설노동자의 석면폐암이 끝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정부의 석면대책이 말뿐임이 증명되었다. 1년이 되도록 산재 승인여부를 질질 끌어오던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가 5월 30일, 여수산업단지에서 17년 동안 비계공으로 일하다 지난 해 폐암 3기를 진단받은 이재빈 건설노동자의 병이 ‘산업재해가 아니다’는 결정을 내린 것.
5월 29일,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 점거농성에 함께 한 이재빈 노동자(왼쪽). 이재빈 노동자는 이날 폐암 치료를 받고 왔다.
건설노동자들에게 석면은 ‘조용한 죽음의 시한폭탄’으로 불릴 만큼 위험한 것이지만 이들을 보호한 것은 기껏해야 일회용 마스크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석면 소비 10위로, 사용된 석면의 85%가 건설현장에서 자재로 쓰인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호장구 없이 건설현장에서 일해 온 건설노동자들의 석면피해는 단 한 번도 실태조사 되지 않을 정도로 정부는 무관심한 상태이다.
서울 지하철 역사 곳곳에 석면 위험이 도사리고 노동자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조사가 발표된 후에야 정부는 부랴부랴 석면대책을 내놓았을 정도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용기록, 작업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업무와 연관성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이재빈 노동자의 산재를 불승인했다. 건설일용노동자들 현실을 모를 리 없는 공단의 불승인 이유는 너무도 초라하다.
이 문제로 공단이 따로 의뢰한 한국산업안전공단 평가위원회에서조차 산재 승인 대 불승인이 6대7로 꼭 불승인이어야 할 이유가 없었고,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을 사람 숫자로 결정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여수건설노조 관계자의 말처럼 이재빈 건설노동자의 석면폐암 인정여부는 정부가 석면 탓에 병에 걸린 노동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번 결정으로 석면 질병의 산재인정에 인색한 정부의 모습이 한 번 더 확인되었다. 이것은 정부가 석면대책을 제대로 수립, 실천할 의지가 없으며 앞으로 발생할 건설노동자들의 석면관련 질병의 직업병 인정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공단 결정이 나오기 전인 30일 오후, 5월 18일~19일 석면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공동 심포지엄에 참여한 양국의 단체들은 ‘여수 이재빈 건설노동자의 석면폐암을 산재승인하고 건설노동자의 석면 종합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첨부자료 : 이재빈 동지 산재승인을 촉구하는 한일공동성명서
최초 기사 작성일 : 2007-05-31 오전 11: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