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두려우랴~ 출정하여라~” 민중가요 ‘출정식’의 한 소절. 살 날이 살아온 날들보다 짧은 어르신들이 거리로 나왔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산재승인 장벽을 부수기 위해 현장 노동자들 또한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이들과 연대하고 싸우겠다며 노동안전보건단체들도 함께 했다.
전날까지 오던 비가 멈춘 7월 5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 1천 여 명이 모였다. 노동자건강권 쟁취 투쟁 선포식에 참가하기 위해 태백에서 울산에서 광주에서, 각 지역에서 동지들이 모였다. 1988년 원진레이온 공장에서 일하다 이황화탄소 중독증으로 평생을 직업병을 안고 살고 있는 노동자, 경제발전을 명목으로 쌀 한 되를 하루 일당으로 받으며 일하다 진폐증에 걸렸지만 합병증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재가진폐재해자, 그리고 현장에서 거리에서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과 노동안전보건단체 동지들이다.
민주노총 김지희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곳에서 산재보험법 논의를 하고 있다.”며 노사정위원회를 비판하고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은 “살아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가장 시급한 투쟁임을 인식하고 조직하겠다.”며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한국재가진폐재해자협회 주응환 회장은 “무능하고 소신없는 정부 당국자들이 우리들을 외면하고 있다. 요양환자 3천3백 명 중 90% 정도는 통원치료가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며 진폐법, 산재보험법 개혁을 촉구했다.
여의도 앞 집회를 마치고 노사정위원회까지 거리 행진을 하고 그 앞에서 다시 한 번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다짐이 있었다. 김지희 부위원장을 비롯한 면담진은 먼저 손도장을 찍어 결코 물러서지 않는 투쟁을 약속했다. 면담진은 노사정위원회에 민주노총이 배제된 산재발전위원회 논의를 노사정위원회 대표자 회의로 넘길 것을 요구했다.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이다. 따라서 당연히 공공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용자가 돈을 내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은 그들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는 근로복지공단을 개혁하고 애초에 그러해야 했을, 모든 노동자가 혜택을 받는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 40년 만에 대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산재보험법. 산재피해자와 노동자들은 제도개혁을 위해 거침없는 투쟁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