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 신수식 고려대 교수가 12월 2일 열린 산재보험 급여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 자리에서 이날 방청 온 원진산업재해자협회(원산협),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산재노협) 사람들을 ‘불청객’이라고 얘기하자 억눌렸던 분노가 봇물 터졌다.
“애초에 산재노동자 삶을 알려 하지도 않고 연구를 시작한 거 아닙니까?”
“왜 우리들을 부도덕한 사람으로 모는 겁니까?”
“박사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없는 사람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
원산협, 산재노협 동지들은 산재보험제도발전위가 경총말만 듣고 “사업주들에게 보험료 징수율을 높일 생각은 않고 돈에 맞춰 산재환자들 급여를 꿰맞추고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와중에 분을 이기지 못한 환자 한 분은 탈진증세를 보이기도 했으며 몇 몇 환자들도 신수식 교수를 붙잡고 울분을 토해냈다.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신수식 교수는 정식으로 "불청객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드린다"는 말로 분위기는 다시 침작을 되찾아갔지만, 간담회는 그동안 말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산재환자, 노동자들의 의견수렴장으로 바뀌었다.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제도발전위)는 1기 때인 작년부터 노동계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경총말만 일방적으로 듣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고 신수식 교수는 1기 때도 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실제 제도발전위가 내놓은 급여 방안은 경총이 지난 10월에 제출한 ‘산재보험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원산협, 산재노협 지적처럼 제도발전위원회는 휴업급여 당사자인 산재환자나 노동자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산재환자와 노동자들이 거센 항의를 해야 그제서야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을 되풀이 할 뿐이다. 이런 반응은 노동부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노동부 산재보험제도혁신위원회 권영순 팀장이 5시가 넘어서 간담회 자리에 도착했고 그 역시 ‘검토하겠다, 반영하겠다’는 수준을 넘지 않았다. 연구안 폐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원산협과 산재노협은 연구안 폐지와 산재보험 제도개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는 선포로 자리를 정리했다.
처음부터 산재환자, 노동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전문가 간담회는 무산되었다.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은 연구, 일하다 다친 후 제대로 된 치료는커녕 생활도 보장받지 못 한 채 빚으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산재환자와 노동자 현실을 알지 못 한 채 진행된 연구. 이런 연구라면 학자적 양심으로 연구안을 폐기하던가 다시 방향을 잡고 연구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 아닐까?
최초 기사 작성일 : 2005-12-03 오후 12:3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