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오후 2시 과천 정부청사 앞. 추위를 대비한 옷차림의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집회가 열렸다. <<산재보험 개악저리를 위한 산재환자 결의대회>>에 함께 하려고 오신 이 분들은 1988년 있었던 원진 레이온 직업병 피해자였다. 이날 원진산업재해자협회, 산업재해노동자협회, 하이텍공대위, 노동안전보건운동단체 등 약 650여명이 모여 산재보험 제도를 후퇴시키고 있는 노동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지금 노동부가 재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죽이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부 산재보험 담당 관계자를 만난 면담진이 한 얘기다. 노동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만, 지난 달 파행을 겪은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산재보험은 분명 개악되고 있는 중이다.
연구결과를 보면 △개별실적요율제 확대 △휴업급여 2년 제한 △장해연금 축소 등 한 마디로 급여를 줄여 보험재정을 안정화시켜보자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 태반이다. 게다가 시급히 체계를 세워야 할 재활 부분은 아예 제안 자체도 하지 않아 이 역시 비용 발생을 우려한 부분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노동부가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 혁신위원회를 통해 시도하는 제도개악을 집중 성토하고 ‘산재보험 제도개혁’을 촉구했다. 한편, 원산협, 산재노협, 민주노총으로 구성된 면담진은 노동부 관계자에게 노동부가 산재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요구서한은 △산재보험 제도개혁 △요양급여 보장성 현실화 △휴업급여 보장성 강화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최저보상수준 상향조정 △근로복지공단 시스템 개선 등을 담았다.
원산협은 1988년부터 직업병 투쟁을 전개, 10년이라는 장기투쟁으로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녹색병원을 세운 주체이기도 하다. 비록 세월이 흘러 얼굴 주름은 감출 수 없지만, 산재노동자 생계를 위협하고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노동부 행태를 보고만 있진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산재보험은 누차 강조되었듯이 사회보험이다. 그리고 자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하다 다친 노동자를 위한 것이고 산재 예방을 위해 쓰여지는 분명한 공공재이다. 다친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노동부는 급여 삭감에 골몰하기 전에 징수율을 높이고 충분하고 적절한 치료와 재활로 이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키는 ‘산재보험 제도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최초 기사 작성일 : 2005-12-01 오후 1:4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