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저녁 7시 30분. “사업장내 감시와 차별로 인한 건강권 침해 사례보고대회”가 진행되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사업장내’가 아니라 ‘사업주’ 또는 ‘자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한편 노숙투쟁 100일 단식 한 달을 넘긴 하이텍 투쟁에 근로복지공단은 ‘전원 불승인’이라는 심사청구 결과를 9월 16일 통보했다. 자본 그리고 자본을 대변하는 정부기관이 양수겸장으로 노동자를 몰아세우고 있다.
첫 증언자로 나선 청구성심병원 김명희씨(물리치료사)는 “당시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며 그 때 기억이 없는데 “치료를 받으면서 옛날 기억을 살리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1998년 5월부터 본격화된 청구성심병원의 노동조합 탄압은 똥물투척, 식칼테러 등으로 2003년 7월 집중 보도된 바도 있다. 환자 앞에서 모욕주기는 기본이고 심지어 환자들에게 “치료사 비리를 적어내라”며 쪽지를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행정소송에 진 공단이 항소하면서 산재 환자를 ‘또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며 근로복지공단 폭력행정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폭로했다.
김명희씨는 하이텍 투쟁을 언급하며 “긴장된 상태에서 싸울 때는 상태를 모른다. 투쟁이 끝나면 아프다”며 하이텍 동지들이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KT(한국통신)가 저지른 노동인권 유린은 ‘KT상품판매전담반 전국모임’을 조직했던 김미영씨 입을 통해 전해졌다. 2003년 12월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안나가고 버틴’ 직원들을 위한 퇴출 프로그램 일명 ‘상품판매전담반’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차별한 사례이다. 상품판매전담반은 2003년 9월 시행된 명예퇴직 당시 퇴직 압력을 거부했던 노동자들로 구성되었고 이들에게 KT는 무연고지 발령, 차별, 감시, 미행 등을 자행했다. 결국 상품판매 직원들은 심각한 적응장애와 불안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그들 중 4명이 산재요양 판정을 받아 치료중이며 다른 노동자들은 개별 산재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증언했다.
김미영씨는 “2005년 1월에 상품판매전담반은 해체되었지만 (KT는) 여전히 교묘하게 법 테두리 안에서 감시와 차별을 진행하고 있다”며 감시와 차별을 받는 노동자들 문제를 이슈화하고 연대 투쟁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현재도 투쟁 중인 성진애드컴 사례를 증언한 이진훈씨는 “아직 환자는 없지만 ‘정신과 상담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조합원이 생기고 있다”며 사측의 폭력적인 감시, 차별을 알렸다. 인쇄물을 제작하는 업체인 성진애드컴에 노조가 생긴 것은 지난 2004년 4월. ‘어떻게 하면 욕 안 듣고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할 정도로 사측이 노동자에게 가한 폭언과 성차별적 발언은 도를 지나쳤고 노조가 결성되자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 조합원을 감시하고 차별해 왔다. 이진훈씨는 “30평도 안되는 사무실에만 7대, 복도, 건물외부, 화장실 앞까지 모두 17개의 감시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노숙농성과 무기한 단식농성을 전개 중인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정은주씨가 마지막 증언자로 나섰다. 하이텍 자본의 노조탄압과 감시, 차별은 이미 수차례 언론보도와 하이텍 공대위 투쟁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교육센터 홈피 메인화면 글 69, 74, 83번 참고) 정은주씨는 “10억이 들더라고 노동조합을 없애겠다”는 것이 하이텍 자본 방침“이라며 24개였던 CCTV가 현재는 14개로 여전히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정은주씨는 “우리 투쟁은 하이텍만의 투쟁이 아니라 정신질환도 산업재해임을 인정하는 투쟁이다”라며 자본이 가한 감시와 차별로 노동자들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고 그것은 당연히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아야 함을 피력했다.
사업장 내 감시와 차별로 노동자 건강권이 유린당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증언한 이날 사례보고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사업장내 CCTV가 ‘노조감시용’ ‘노조무력화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노동자 탄압의 또다른 폭력인 감시와 차별은 중지되어야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사업장내 노동자 감시와 차별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결의했다.
최초 기사 작성일 : 2005-09-21 오전 10:5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