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개최 예정이던 ‘산재보험 공공성 확보․방용석 퇴진․하이텍 문제 해결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는 집회 시작부터 전경이 불법 구조물(4단 아시바) 철거를 이유로 진압에 들어갔다. 진압에 맞서 단식 결의자들은 4단 아시바 위로 올라갔고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 특공대(SWAT)까지 동원되었다.
이날 전투경찰은 평상시 집회에 왔던 수보다 배를 넘어선 병력이 집중되었다. 집회참가자들을 거의 토끼몰이식으로 몰아댔고 시위대와 농성장 주변으로 밀어닥친 전경을 피해 무기한 단식 결의자 3명(김혜진 하이텍 지부장, 김재천 산재노협 회장, 이훈구 한노보연 소장)과 윤종선 금속노조 산안부장은 4단 아시바 위로 올라갔다.
하이텍 산재노동자들과 끝장을 보자는 의미였는지 경찰은 테러진압 등 극한 상황에서나 볼 수 있는 경찰 특공대(SWAT)까지 동원해 아시바 위로 올라간 4명 모두를 폭력 연행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폭력진압을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근래 들어 가장 위압적인 진압작전(?)을 폈다.
4명의 동지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집회 참가자들은 순간, 침묵할 수밖에 없었지만 곧바로 폭력진압 규탄대회를 열고 또 다른 단식 결의자들과 함께 하이텍 문제 해결과 산재보험 공공성 확보, 방용석 이사장 퇴진 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을 다짐하였다.
8월 17일 상황은 누가 보아도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폭력이 없었다면 평화롭게 진행되었을 결의대회였다. 그리고 70일이 넘는 노숙투쟁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에게 보다 강고한 투쟁을 전개, 하이텍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리였다.
하지만 공단은 무력대응과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 하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극을 향한 투쟁에 근로복지공단 역시 원인제공자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어느 노동자가, 그것도 질병을 가진 노동자가 70일 동안 노숙농성을 하고 단식농성을 결의하겠는가?
이미 퇴색해버린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공단 슬로건을 내리던가 아니면 슬로건에 맡게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근로복지공단이 될 것인가, 기로에 선 것은 바로 근로복지공단임을 알아야 한다.
한편, 연행된 동지들 중 김혜진 지부장은 여의도 성모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며 산재노협 김재천 회장과 한노보연 이훈구 소장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기사 작성일 : 2005-08-18 오후 2:5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