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7월 2일, 온도계와 압력계를 만드는 공장에서 불과 두 달 근무에 수은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열 다섯 어린 소년 문송면. 매년 문송면 군 사망일 바로 앞 일요일에 산재사망노동자 대명사인 문송면군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그리고 2004년부터는 문송면군 뿐만 아니라 산재사망 노동자 전체를 추모하는 ‘합동추모제’로 그 의의를 넓혔다. 작년에 이어 올 해도 모란공원 위령탑 앞에서 ‘2005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故문송면군 기일에 맞춰 열리고 있는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제’가 6월 26일 모란공원 위령탑 앞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문송면군을 기리는 추모제에서 지난해부터 산재사망 노동자 전체를 추모하는 합동추모제로 진행되고 있다.
장마 시작을 알리는 듯, 조금은 무덥고 후덥지근한 날 속에도 변함없이 추모제를 찾아온 많은 분들의 묵념으로 추모제는 시작됐다. 전국산재피해자단체연합 이승규 의장, 민주노총 이혜선 부위원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박태훈 공동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죽은 노동자를 추모하고 살아남은 노동자들이 노동자 건강권을 쟁취하자”는 의지를 곧추세웠다.
추모제에 이은 묘소순례는 산재사망 노동자 대명사인 문송면군 묘비부터 시작되었다. 문송면군 일을 처음으로 상담한 김은혜 선생님이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셨는데, 선생님은“아직도 민주노총 내 노동자 건강권을 담당하는 사람이 1명뿐인 것은 서글프고 뼈아픈 현실”이라며 일침을 놓기도 하셨다.
묘소순례는 문송면, 강민호, 강희수, 김봉환, 조정식 순으로 이어졌고 매 묘소마다 당시 정황을 말해주는 설명도 이어졌다. 특히 녹색병원 양길승 원장은 “강희수 원진 노동자는 원진레이온 투쟁 시발점이었으며 최초로 산재승인을 받은 네 명 중 한 명 이었다”며 자료집에 실린 ‘산재치료를 거부당한 채 운명’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지적해주셨다.
해 마다 열리는 추모제이지만, 사회 발전과는 별개로 ‘노동자 건강권’에서 소외된 수많은 노동자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방종운 시인이 바친 추모시처럼 “재해없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 열심히 일하고 장인혼이 숨쉬며 살아있는 생산품을 만들어야지 / 내 작은 육신을 움직여 사람들에게 소박한 기쁨을 안겨주는 일터”를 위해 이 땅 노동자,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이 남아 있다.
최초 기사 작성일 : 2005-06-27 오후 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