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전국 5개 지하철 사업장의 노동조합이 온전한 주 5일제 시행과 각 단사별 미해결 안건을 가지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동안 지하철 운영주체인 지방자치단체와 공사, 공단은 근무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자는 1차적인 목적이 무색하게 오히려 인원을 감축하고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으려는데 주5일 근무제를 이용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었다.
대부분의 궤도사업장의 파업이 단시간에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직권중재'라는 악조건도 한 몫을 하였지만, 노동조합 뿐만 아니라 사용자측인 공사와 공단이 정부와 지자체가 권고하는 지침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기 때문이다. 대구지하철의 파업상황을 지금 42일 동안 전개되고 있는 사실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근시안적 관점이다.
지난 4월, 대구지하철공사는 '2호선 구조개편안'이라는 문서를 내놓고 그와 동시에 이훈 전사장은 지자체장 선거출마를 위해 돌연 회사를 그만두었다. `03년 후반부터 주 5일제 시행과 2호선계획에 대해 조직내 모든 역량을 동원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던 노동조합은 현 근무조건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근무조건까지 악화시키는 공사의 안에 대해 노동조합과 대화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지하철 경영의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대구시는 지하철건설본부장 출신 현직 공무원을 사장에 겸임시켜 지하철의 주체적인 경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노동조합이 예상했던 대로 공무원 사장은 교섭장에서 협상력 부재를 드러내었고, 대구시가 의도한 바, 즉 '2호선 구조 개편안'을 노동조합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대구시청 구석진 자리에서 졸속 통과시켜버렸다.
현 장기파업의 원인은 지하철의 특성과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현 시장과 그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는 현 공사사장의 협상력 부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40일이 넘는 장기 파업 속에서 조합원들의 대열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주 5일제와 2호선계획안에 대해 각종 회의체와 토론회를 거쳐 준비해 온 노동조합의 염원이 담겨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파업투쟁의 의의
IMF체제 이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및 생존권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면서 공공사업장 조차 그 여파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퇴직금 누진제폐지, 야간·휴일산정율 축소, 기업벤치마킹, 외주용역과 직렬통폐합 등 사업장의 기존 여건이 악화일로로 진행되어왔으며, `03년 주 5일제 법안이 통과되고 통상근무자 중심의 제도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이는 우리 나라 전체 산업분포로 볼 때,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 종사 근로자, 즉 교대근무자의 실태를 간과한 것으로 더 세부적인 차원으로 들어가면 야간근로로 발생하는 휴일과 수당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정립하지 않고 '개정근기법 적용지침'만을 던져놓아 논란의 소지만을 남겨 버린 것이다.
임금수준을 보았을 때 IMF이후 이전과 비교하여 전반적으로 하락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는 근로조건악화를 담보로 금전보상을 진행시켜 오면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교대근무자 휴식시간 감축을 금전 보전시키고, 이러한 휴식시간 감소 더 나아가 휴일을 찾지 못하고 연장된 근로시간으로 인한 부담을 노동자 자신이 떠안게 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금전적인 보상은 임금협상시 임금인상율에 포함되면서 실질적인 임금인상에 반영되지 못했다. 이러한 악순환은 앞으로 노동자의 입지를 스스로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지양해야 될 정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노동자 스스로 이러한 불합리한 사용자측의 의도를 깨닫고 금전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쟁취하자는 뜻이다.
·시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안전
궤도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제 밥그릇 찾기...', '돈 많이 받으면서 또 다시...' 등의 과장 혹은 오도로 왜곡되고 있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우리들의 밥그릇만 챙긴다면, 인력충원과 지하철 안전을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적체된 승진의 기회가 더 악화되는 인력충원을 막고, 업무부담이 줄어드는 외주용역과 민간위탁을 쌍수 들며 환영해야 할 판이다.
지금 대구지하철 노동자들은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자는 주5일 근무제의 근본적인 취지에 더하여 한 사람이 부담하게 되는 어려운 근무환경(교대 및 야간근로, 중정비 그리고 본선보수작업 등)을 나누어 근무하자는 실로 생존권을 찾고자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 또한 외주용역과 민간위탁을 허용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입찰을 통해 낮은 단가를 제시한 업체가 중정비와 현장설비를 보수 점검하게 된다면 단연 부실하게 될 수 밖에 없으며 현장에서 근무하게되는 노동자들의 안전은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조차 위험한데, 하물며 시민들의 안전은 더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04년 초 대구지하철 개통이후부터 2월 현재까지 공사측이 파악한 산업재해발생현황에는 총 23건의 산재발생이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정확한 통계로 신뢰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매년 1회 시행되고 있는 종합검진이 형식적인 부분에 그치고 있고, 근골격계 질환과 유해환경종사자 등에 관한 사항은 개통된지 7년이 넘은 2월에야 명문화되었다. 그리고 공황장애, 수면장애와 신체리듬불균형으로 인한 질병사항은 아예 그 실체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단협의 갱신과 끊임없는 대화와 투쟁으로 해결해야 될 부분이고 지금껏 해결해오고 있지만 `02년 이후 지하근무자들의 집단 난청이 파악되었음에도 이를 재검대상에서 제외시켜버리는 예를 보더라도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는 길은 우리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들이 손쓸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버리게 됨을 알아야 한다. 물질적인 가치를 두고 시민과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저들의 작태앞에서 궤도노동자들은 앞으로 우리 대구지하철 노동자들은 우리를 오로지 일하는 기계로 밖에 취급하지않는 대구시와 지하철공사를 상대로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를 쟁취하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