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교육센터 교육실장 김신범(wioeh@hanmail.net), 일과건강 2006년 9월호 기획특집


지난 7월 20일 노동부에서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화학물질의 노출기준 개정방안”이라는 제목이었다. 이 자리에서 벤젠, 1,3-부타디엔 등 백혈병 유발물질은 단기간 노출기준(STEL)을 제정하겠다는 내용이 확인되었다. 지난 2005년 4월부터 단병호 의원실과 화학섬유연맹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것은 정말로 작지 않은 성과이다. 여수화학산단, 울산화학산단 등지에서는 계속 백혈병이나 림프종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매번 역학조사에서는 ‘환경은 문제없다’는 식의 결과만 제출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8시간 동안 작업환경측정을 해서 평균값을 구해보니 노출기준(벤젠 1 ppm)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석유화학장치산업 노동자들은 보통 10분 미만의 매우 짧은 순간 동안 벤젠을 고농도로 마신다. 보통 때는 마실 일이 없지만 정비를 위하여 밸브를 열거나하는 경우에 고농도 노출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의 연구에서 짧은 기간 동안 고농도로 노출된 노동자는 훨씬 더 림프종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벤젠 등에 대한 단기간 노출기준 제정은 이후 석유화학단지에서의 작업환경 측정은 물론 건강검진의 모습까지 획기적으로 바꾸게 될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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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8월 25일 단병호의원실과 함께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공식적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발제 및 토론자로 참여한 동지들. 왼쪽부터 임준(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 김신범(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교육실장), 조태상(당시 민주노총 산안부장), 김재천(산재노협 회장), 최은희(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최명선(건설연맹 산안부장), 강문대(당시 단병호 의원실 보좌관)

 

 

자, 이것이 단병호 의원과 민주노총 그리고 단체들이 함께한 국정감사의 성과이다. 그리고 이 밖에도 산재통계 개선 등 굵직굵직한 중요 성과들이 더 있다. 연도별로 간단히 정리하면 이러하다.

주요사건

국정감사 질의/요구 내용

결과

2004년

근로복지공단의 근골격계직업병 인정기준 처리지침 개악.

산재보험공공성 강화와 근골격계직업병 인정기준 처리지침 개악안 폐기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활동 시작

산재은폐 근절을 위한 산재통계 정상화(산재통계개선위원회 건설)

2005년 2월에 노동과건강포럼을 통하여 다시 문제제기함. 2005년 4월부터 노동부와 산재통계개선TF를 운영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계속 산재통계 개선 작업 중.

노동자 사망에 대한 대책마련(사업주 처벌강화, 산재사망위원회 건설)

2005년 산재사망TF가 운영되었으며, 사업주에 대한 과태료 인상이 이루어짐.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대책 마련(산재보험 선보장후평가 도입, 보장성 강화, 원직장복귀 법제화)

정책은 만들었으나 국정감사에서 요구는 하지 못하였음

2005년

하이텍 공대위 투쟁 시작. 근로복지공단 집단과격민원 대응지침 마련.

태국노동자 앉은뱅이병 집단 발생

산재보험제도 개혁, 근로복지공단개혁

2004년에 제기하려 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노무사 모임과 공동으로 산재보험제도개혁입법안 마련. 2005년 국회에 입법발의.

석유화학장치산업 단기간 유해물질 고노출 대책마련(단기간 노출기준 제정)

단기간 기준 마련에 대한 긍정적 검토 답변(작업환경측정제도개선TF) 얻은 후 2006년 7월 20일 노동부의 화학물질노출기준 공청회에서 벤젠, 1,3-부타디엔 등 발암물질에 대한 단기간 노출기준 제정하겠다는 입장 확인

그렇다면, 이러한 성과가 어떠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를 제도권 눈으로 한 번 평가해보자. 일단 국정감사가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국회예결위에서 정의한 것을 살펴보자.

분 류

내 용

위법부당사항

정책집행이나 행정사무처리과정에서 위법부당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되어 변상 또는 징계조치 등이 요구되는 사항

법령정비사항

법령상 모순점 또는 미비점이 있거나 기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정부나 해당기관에 법령 또는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사항

예산조치필요사항

예산의 신규책정, 기존예산의 증액 또는 감액, 예산집행상의 개선 등 예산관련 조치가 요구되는 사항

일반정책사항

법령정비나 예산조치를 요구하지 아니하고 일반적인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사항

즉, 예산조치가 필요하다거나 법령을 정비할 수 있는 사안까지 국정감사가 접근하는 경우 제도적인 정비를 통하여 국가의 노동안전보건시스템에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이 입성하기 전까지 국정감사 모습은 어떠했는지 한번 살펴보자.

구 분

위법부당

법령정비

예산조치

일반정책

2002년도

건수

(비율)

5

(3.1%)

13

(8.0%)

8

(4.9%)

136

(84.0%)

162

(100%)

2001년도

건수

(비율)

3

(1.7%)

16

(9.1%)

21

(11.9%)

136

(77.3%)

176

(100%)

2000년도

건수

(비율)

4

(1.9%)

34

(16.2%)

6

(2.9%)

166

(79.0%)

210

(100%)

주로 일반정책 사안들이 많으며, 법령정비나 예산조치는 20 % 수준에 머무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매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도 많아 국정감사 실효성에 의구심도 많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단병호 의원의 노동안전보건 국정감사는 주로 법을 개정시키고 제도를 정비하는 차원의 문제제기가 중심을 이뤄왔음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 뿐 아니다. 단병호 의원실과 노동안전보건 국정감사를 일상적으로 조직하는 노동과건강포럼은 한 번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한 문제는 포럼형식으로 국정감사 기간 이외에도 계속 이슈를 제기하고 있으며, 노동부로 하여금 우리 의견을 수용하도록 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기존 보수정당의 반짝 국정감사와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국정감사가 가진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산재은폐 및 산재통계는 2년째 노동부와 TF를 운영해오고 있으며, 제도 개선을 위한 현장조사와 정책제안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2005년 화학섬유연맹이 조직적으로 국정감사 준비하고 성과를 거두었다. 이 사례는 민주노총과 다른 연맹들에게 또 하나의 교훈을 던져주게 되었다. 과거 국정감사는 말 안 듣는 노동부에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을 통해 화풀이 한 번 하는 것이었다면, 이제 민주노동당과 함께 하는 국정감사는 우리 문제를 조직적으로 준비하여 제도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끝까지 관철시키는 공식 활동영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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