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안전보건은 실 사용주가 책임져야 합니다.


 

한인임(노동환경건강연구소)

 

1. 우리나라 산재통계, 믿어? 말어?

 

매 정권마다 1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직업상 재해와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역시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노동자 안전보건 향상을 위해 제도개선 요구안을 각 대선 후보 캠프에 보냈으나 유일하게 박근혜 당선자 캠프에서만 무엇하나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하면 부상과 질병을 겪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또 장애가 남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설프게 드러난 통계만으로도 사망자의 50배가 훌쩍 넘는다.

 

<표1 > 2011년 우리나라 산업재해 현황

 

대상근로자수()

14,362,372

재해자수()

93,292

사망

2,114

부상

84,662

업무상질병이환자수

6,516

재해율(%)

0.65

경제적손실추정액(백만원)

18,126,985

산재보상금

3,625,397

간접손실액

14,501,588

근로손실일수()

54,776,539

출처 : 고용노동부, 2011년 산업재해 현황 분석, 2012

: 재해율 = 재해자수/근로자수 ×100

 

<표 2 >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업무상 재해 발생현황

 

총인원수

재해자총계

부상 및 질병자

사망자

총계

1,506,699

5,600

5,468

132

공무원

1,059,963

5,055

4,964

91

직업군인

173,837

75

38

37

사립학교교직원

272,899

470

466

4

출처: 앞의 자료

 

 

그래서 우리나라는 OECD 산재사망률 1위를 달리고 있다. 불명예의 메달을 달고 힘차게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전부 다일까? 2011년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는 25백만 명이다. 그런데 <1>에서 나타나듯이 (산재보험) 대상근로자수가 고작 14백만 명으로 나타난다. 그럼 1천만 명은 누구인가? 바로 농민, 특수고용노동자, 자영업자, 산재보험 미가입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물론 공무원, 직업군인, 사립학교교직원처럼 다른 보상체계에 흡수되어 있는 집단도 포함된다.) 이들은 직업상 재해를 겪어도 그나마 쥐꼬리만한 산재보상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계층인 것이다.

 

<표 3 > 국가별 산재사망 십만인율(2008)

국가별

비율

국가별

비율

국가별

비율

한국(II/a)

18.0

멕시코(I/a)

10.0

루마니아(I/d)

9.0

바레인(I/b)

5.0

미국(I/b)

3.7

러시아(I/d)

10.9

홍콩(I/d)

6.8

오스트리아(I/d)

4.1

스페인(I/a)

3.3

미얀마(I/d)

8.6

체코(I/a)

3.8

스웨덴(I/b)

1.5

스리랑카(I/c)

0.0

독일(II)

2.0

스위스(II/a)

1.1

터키(/a)

9.8

아일랜드(I/b)

2.5

우크라이나(I/b)

8.0

캐나다(II/d)

2.7

이탈리아(II/a)

4.0

호주(II/d)

2.1

출처 : KOSIS 제공, 원출처 ILO, http://laborsta.ilo.org, 2011.8

:)보고된 재해건수, )보상된 재해건수, a)보험가입자 100,000 명당, b)취업자 100,000 명당, c)100만 노동시간당, d)임금근로자 100,000명 당




그리고 다쳐도, 병들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집단도 있다. 유감스럽게 그 집단의 규모가 무려 인정되는 규모의 12배라는 논거가 있다. 2007년 발표된 「국가안전관리전략 수립을 위한 직업안전연구」에 따르면 실제 산업재해를 겪은 사람은 현재 드러나고 있는 규모의 약 12배가 될 것이라는 추정치가 제시되었다. 건강보험자료를 이용하여 2006년에 손상으로 병원치료를 받았던 사람을 무작위층화표본추출, 전화 설문을 실시했다. 여기에서는 주로 사고원인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건강보험이용 전체 손상 중 약22.5%가 직업경제활동이 손상의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결과를 이용하여 산재보험을 이용하지 않은 직업성 손상을 추정한 결과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하여도 2006년 한 해 1,001,445건의 직업성 손상사례가 건강보험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같은 해 산재보험을 이용한 직업성 손상자의 약12배 정도인 셈이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우리나라 산재통계 믿을 게 하나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과소, 어마어마한 과소 산정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 때문에 산재보험을 통해 빠져 나가야 할 의료비용이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에서 술술 새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은 노동자, 국민이 모두 내는 기금이다. 그런데 산재보험은 사업주만 내는 기금이다. 이 결과 건강보험료는 계속 오르고 지난 수년간 사업주들에게는 산재보험료를 깎아주기도 했다. 오호통재라.

 

 2. 어설픈 산재통계에서 드러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

이렇듯 어설프지만 그래도 뭔가 말을 하려면 공식통계라 우기는 산재통계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5인 미만 사업장 중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노동자 규모는 전체의 15% 가량 되는데 산재 사망자 비중은 무려 25%에 달한다. 이 규모를 50인 미만으로 줄이면 노동자 비중은 55%이고 사망자 비중은 63%에 달한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산재사망 비율은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소위 얘기하고 있는 비정규직이라 함은 규모별로 살펴보았을 경우에는 소사업장 소속이 대다수일 것이다. 사망만인율은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높아지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표 4> 사업장 규모별 산재사망 분포

 

사업장수

근로자수

근로자분포

사망자수

만인율

사망자분포

총계

1,738,196

14,362,372

100.0%

2,114

1.47

100.0%

5인 미만

1,234,158

2,054,292

14.3%

534

2.60

25.3%

5-49

466,222

5,818,835

40.5%

780

1.34

36.9%

50-299

34,337

3,495,376

24.3%

457

1.31

21.6%

300인 이상

3,480

2,993,869

20.8%

343

1.15

16.2%

출처 : 고용노동부, 2011년 산업재해 현황 분석, 2012


또한 한국산업안전공단(2002)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근로자가 정규직근로자에 비해 재해율과 사망만인율이 모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망만인율을 보면 제조업의 경우 정규직근로자가 0.25인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1.57로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비제조업의 사망만인율을 보면 정규직근로자가 0.45인데 반해 비정규직근로자는 4.77로 10배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1)

<표 5 > 업종별 산재사망 만인율

 

총계

5인 미만

근로자수

사망자수

만인율

근로자수

사망자수

만인율

총계

14,362,372

2,114

1.5

2,054,292

534

2.6

광업

12,088

375

310.2

1,102

26

235.9

제조업

3,333,131

548

1.6

313,105

116

3.7

전기가스 및 상수도업

54,759

4

0.7

1,076

0

0.0

건설업

3,087,131

621

2.1

296,971

186

6.3

운수창고 및 통신업

719,488

134

1.9

51,459

43

8.4

임업

93,814

20

2.1

12,962

2

1.5

어업

3,378

4

11.8

1,496

2

13.4

농업

40,017

9

2.3

7,440

5

6.7

금융 및 보험업

624,816

18

0.3

19,055

1

0.5

기타의 사업

6,393,750

381

0.6

1,349,626

153

1.1

출처 : 앞의 자료

 

 

3. 비정규직 노동자 안전보건, 누가 책임져야 하지?

 

정규직보다 훨씬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보다 훨씬 많이 사망하고 다치는 비정규직 노동자. 월급은 반도막,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함도 열 받고 억울하지만 먼저 죽기까지 해야 한다는 건, 더 많이 다치고 아파야 한다는 건 정말 너무 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답이 없는 것일까? 그래서 우린 이렇게 많이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이다. 답이 없다면 이런 지면이 필요하지 않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가 불건강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주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영역에서 구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사용 사업주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사용 사업주가 애매한 경우이다. 


첫 번째 사연부터 알아보자. 제조업 사내하청, 건설 플랜트와 같은 일용직 노동자,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 입점해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경우는 실사용주와 고용사업주가 다르다. 실사용주는 사업장을 제공하고 있는 자이다. 그러나 고용주는 수급업체, 입점업체 주인장이다. 자신이 제공하는 사업장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실제로 감독, 지시하는 자들이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사업장의 위험성과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높은 이윤을 취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법에서는 이러한 책임이 부과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는 사용주가 분명한 보험모집인, 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건설기계와 같이 ‘특수고용’이라 불리우는 집단도 포함된다.


두 번째 사연은 이렇다.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 자영업자, 화물운송 노동자처럼 사업주가 있어도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책임질 주제가 못 되거나 고용주가 분명하지 않은 노동자들, 스스로 고용하는 노동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경우는 좀 답답해 보인다. 그러나 답이 없지 않다. 이 경우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패널티보다는 인센티브 중심의 계도와 지지, 지원이 필요하다. ‘클린사업장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는 아주 작은 사업이다. 그런데 정부는 근로감독(노동안전보건영역)자의 수를 극히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클린 사업과 같은 영역에 예산을 거의 배정하고 있지 않다. 가장 중요한 지지기반 두 가지가 모두 허접한 수준인 것이다.


스웨덴 건설 노동자들은 거의 죽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6백 명이 훌쩍 넘는 가장 많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죽고 싶어도 건설 사업 중에는 죽을 수 없도록 (안전)장치가 되어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노동자가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은 위험 업종이기 때문이 아니라 죽도록 내버려두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철학의 빈곤, 자본의 일방적 우세, 향후 정권 5년 동안 이러한 문제가 계속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앞서 적시한 두 가지 문제와 싸움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일부 지각 있는 국회의원들은 입법 발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규제가 제대로 통과되고 작동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적극적 관심과 투쟁이 필요하다.

 

 

1)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국가안전관리전략 수립을 위한 직업안전연구」, 2007.

 

 

1_2월호_산재통계 믿지 마세요.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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