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13. 4.22) 오후 경기도 양주시의 한 농장 정화조 청소를 하던 농장주의 아들(38세)과 스리랑카인 노동자(39세)가 사망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들이 수중모터에서 흐르는 전기에 감전돼 숨진 것으로 본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중모터를 사용했다고 감전이라고 하는것은 마치 군대에서의 총기 사망사고를 모두 총기 자살로 몰아 갔던 80년대 군의문사 수사결과를 보는 것 같다.

 

양주 농장 2명 사망사고 보도 캡쳐 화면 <MBC 뉴스, 2013.04.22 />

양주 농장 2명 사망사고 보도 캡쳐 화면 <MBC 뉴스, 2013.04.22>


작년에도 농장에서 비슷한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사례가 네 차례나 있었는데도 경찰은 '감전' 운운하는 그런 보도를 흘리지는 않았다. 감전이라면 최소한 사체에서 전기가 들어간 유입흔과 나간 유출흔이 보여야 한다. 혹시 그게 보이지 않는다면 모터 메인전원이 켜 있었는지 그리고 누전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아무런 언급도 없이 수중모터를 썼으니 감전이라 ? 경찰 등 관계당국이 분명 조사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작년까지만 해도 유사 사건 발생시 하지 않던 무리한 추정을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 양주경찰서 등의 조사실력이 기준 미달이라 그런 것인가 ? 그렇진 않다고 보는데, 추정컨대 최근 연이어 보도 된 화학물질 누출사고에 대한 여론의 민감한 동향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 내가 감전이란 초기 보도가 왜 무리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지 그 이유를 대겠다. 나는 '농장'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보도와 잠깐 동안의 현장 보도 영상을 접했을 뿐이다. 역시 무리한 추정일 수는 있으나 조사 당국과 농장 등 관계인들이 참고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망 원인을 추정하겠다.

 

보도에서는 '농장'이라고만 했으나 이번 사건은 분명 '양돈 농장'에서 발생했을 것이다. 사고의 원인은 감전이라기 보다는 황화수소, 산소결핍 등에 의한 질식재해일 것이다. 그 근거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윤충식 교수팀이 2012년 한국산업위생학회에서 발표한 "최근 15년간 양돈업 분뇨처리과정 질식재해 분석" 자료이다. 연구팀은 1997년부터 작년까지 양돈 농장에서 발생한 질식재해를 수집하여 분석했다. 농민이라 산재보험에 기록이 없는 질식재해까지 수집했다는 점과 양돈이라는 특수환경에서 발생한 재해를 추계 했다는 점이 의미있다. 다른 축산업 보다 양돈에서 대부분의 질식재해가 발생했다. 양돈장 정화조 등 분뇨처리시설에서는 황화수소 맹독성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고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여기서 황화수소 가스는 화학적으로 제조된 황화수소가 아니라 공기가 차단된 오수 내에서 황화수소를 대사산물로 생산하는 세균에 의해 자연 생성된 것이다.

 

연구팀에서 찾아낸 양돈 농장에서의 질식사고는 아래 그래프와 같다. 그래프에서 보듯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총 14건의 질식재해가 있었고 이로 인해 23명이 사망했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체적으로 사망사고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축산업 여건 변화와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작년부터 축산분뇨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어 분뇨를 농가에서 퇴비로 만드는 비율이 높아졌다. 당연히 저장 과정에서 분뇨 가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졌다. 사료에 황화수소의 원료가 될 수 있는 황 비율이 올라간 것도 하나의 원인 일 수 있다.

 

 

1997~2012 양돈농장 밀폐공간 질식재해 건수 및 사망자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충식 교수 연구팀, 2012 한국산업위생학회 추계 학술대회 발표자료 />

1997~2012 양돈농장 밀폐공간 질식재해 건수 및 사망자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충식 교수 연구팀, 2012 한국산업위생학회 추계 학술대회 발표자료>

 

 

1997~2012년 양돈농장 밀폐공간 질식재해 사고 관련 작업 < 위 연구 자료 />
1997~2012년 양돈농장 밀폐공간 질식재해 사고 관련 작업 < 위 연구 자료>


대책은 노동법의 하나인 산업안전보건법 준수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나와 있는 밀폐공간 출입시 사전 가스측정, 환기, 보호구 착용 등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다. 이 법을 지켜야 할 사람은 물론 사업주인 농장주이다. 이제 거의 모든 양돈농장에서 노동자를 사용한다. 농장주가 그런 위험을 몰랐다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영세하다고 해서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노동자와 다름 없이 일하는 농장주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이상으로 어제 양주 농장 사고에 관한 추정을 마친다. 아마 이 추정이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직접 관계 당국은 고용노동부이다. 고용노동부는 원인을 모르지 않으리라 본다. 경찰이 '감전'이라고 말한 초기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면 가급적 고용노동부가 직접 그 오류를 바로 잡기를 바란다. 노동자 1명을 사용하는 사업장의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고용노동부가 질 필요는 없지만, 잘못된 보도를 바로 잡지 않아 예방의 기회를 잃는 것은 책임을 져야 한다. ♣

 

 

<관련 2신> 2013.04.24 14:51

어제(2013.04.23 14:32)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위기탈출사고포착'이라는 재해속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위 사고에 대한 지금까지의 조사내용을 제 추정과 동일하게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어제 발생한 양주시 소재 돈사 정화조 청소작업 중 감전 추정 재해에 대한 2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결과를 업데이트 하고자 합니다. 어제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감전 사망으로 추정이 됐었는데, 22일 오후와 23일 오전, 2차례에 걸친 공단과 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초 감전으로 추정은 됐으나, 현장 조사시 관련 전기설비 등을 측정 확인 결과 절연저항도 양호했으며, 누전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또한, 23일 오전에 실시된 재해자 부검 결과, 감전 상흔은 없었으며,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었습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는 황화수소(H2S)에 의한 질식사가 가장 유력한 사망원인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안전보건공단의 신속한 조사내용 발표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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