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의 파업이 50일을 넘어섰다. 회사에서는 11명을 해고했다. 그리고 지도부와 조합원들에 대한 고발이 뒤를 잇고 있다. 코오롱 노동조합은 왜 이렇게 장기간의 투쟁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속에 노동안전보건의 문제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함께 알아보자.
코오롱은 1969년도에 한국나일론이라는 이름으로 구미에서 설립된다. 한 때 4000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일을 하였을 정도로 국내의 섬유산업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2004년 현재 1400명의 노동자들만이 구미 공장에 남아있고, 이들 조차도 일하던 공정을 없애려는 회사의 위협에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30년 넘은 공장에는 과거의 위용을 자랑하는 시설들이 가득하지만, 더 이상의 투자를 하지 않고 인력을 계속 감축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건물은 을씨년스런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플라스틱 폴리머를 제조하는 공정은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전혀 되고 있지 않아 먼지와 유해한 흄과 가스가 공정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회사의 속내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노후화된 시설에 강력한 노동조합이 있는 구미공장은 점차 축소하고, 중국이나 타지역에 신규시설을 투자해서 마음대로 경영하려는 것이다.
불 꺼진 공장을 아십니까?
한때 3700여명의 노동자가 밤낮없이 기계를 돌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코오롱 작업복을 입고 출근을 하던 그 많은 노동자들이 지금은 1500여명으로 줄었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시행한 인적 구조조정으로 2500명의 노동자가 죄없는 죄인이 되어 회사를 떠나갔습니다. 부지의 절반이 비어버린 공장에서 1400여명의 노동자는 구미공장의 미래가 더욱 참담해지기 전에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로 뭉쳐 있습니다. 20여년을 일했습니다. 여기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학부모가 되고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에도 마음편히 공장을 나서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제품이 상품으로 나올 때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죄인이 되었습니다. 돈많이 받는, 제 밥그릇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들로 몰리고 있습니다. 정말 이것이 이기적인 겁니까? 35년간 구미공장에서 벌어들인 돈만큼만 투자했어도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을 내 일터에 신규투자를 해달라는 요구가 정말 이기적인 것입니까? 코오롱 이웅렬회장은 알아야 합니다. 돈만 아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공장에 청춘을 묻은 노동자들의 통렬한 심정을 알아야 합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면 코오롱의 발전을 위해 일해 온 노동자들을 더 이상 고용불안의 나뭇가지 위에 앉혀놓고 뒤흔드는 잔인한 짓은 중단해야 합니다. 그것이 기업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고 양심입니다. (코오롱 노동조합 상경투쟁단 대시민 선전물 中) |
3조 3교대... 인력감축... 30년의 효과
코오롱은 최근 인기있는 스판덱스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다양한 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반복작업과 중량물 작업 때문에 근골격계 증상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근무형태는 3조 3교대, 공장 운영 30년, 조합원 평균연령 40세. 코오롱 노동조합에서는 근골격계 증상에 대한 설문조사를 이번 파업중에 실시하였다.
신체부위 |
증상호소자(%) | |
증상 호소자(기준1) |
검진대상자(기준2) | |
조사 대상자 수 |
1210 | |
손/손목 |
376(31.1%) |
69(5.7%) |
팔/팔꿈치 |
324(6.8%) |
62(5.1%) |
어깨 |
533(44.0%) |
157(13.0%) |
목 |
411(34.0%) |
97(8.0%) |
허리 |
590(48.8%) |
208(17.2%) |
무릎 |
486(40.2%) |
166(13.7%) |
전체 |
785(64.9%) |
329(27.2%) |
전체 1210명 중에서 785명(64.9 %)가 증상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 중에서 329명(27.2 %)가 검진이 필요한 상태였다.
또한 일근자 보다는 교대근무자들에게서, 작업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에게서 증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 특성 |
대상자수(%) |
검진대상자 기준2(%) | |
근무형태 |
주간근무 |
395(32.6%) |
87(22.0%) |
교대근무 |
705(58.3%) |
197(27.9%) | |
기타 |
110(9.1%) |
45(40.9%) | |
속도조절 |
거의 할 수 없음 |
392(32.4%) |
149(38.0%) |
조금조절 가능 |
629(52.0%) |
143(22.7%) | |
적절히 조절 가능 |
166(13.7%) |
32(19.3%) | |
무응답 |
23(1.9%) |
5(21.7%) |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은 인원충원(25.1 %), 소음, 분진, 유기용제로부터 안전(22.1 %), 작업방법 및 설비개선(19.2 %), 노동시간 단축(13.8 %) 등으로 나타났다.
문제해결 방법 |
응답자 수 |
비율 |
인원충원 |
304 |
25.1% |
작업량 축소 혹은 작업 속도 늦추기 |
61 |
5.0% |
노동시간 단축 |
167 |
13.8% |
작업방법 및 설비개선 |
232 |
19.2% |
야간 노동 축소 |
50 |
4.1% |
관리자의 관리감독 축소 |
8 |
0.7% |
규칙적인 휴식시간 확대 |
43 |
3.6% |
소음, 분진, 유기용제로부터 안전 |
267 |
22.1% |
이 결과만 보더라도 코오롱에서는 인력감축이 아니라 증원이 필요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회사가 잘 나갈 때는 투자도 안하다가,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공정을 없애는 것만 생각하는 코오롱 자본에 의해 노동자들은 골병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투자유치, 고용창출” 노동조합의 첫 번째 요구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출발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운데.... 뭣땜에?
왜 자본은 이윤이 생기면 딴 짓거리를 해서 날려버리는 것일까? 코오롱도 마찬가지이다.
2002년, 코오롱은 472억의 당기순익을 내었다. 하지만 2003년 757억의 순손실이 발생한다. 1년 만에 시장이 위축되거나 변화되어 코오롱의 생산품 가치가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노동자들이 일을 못해 불량이 하도 많이 클레임이 걸린 것일까? 하다 못해 2003년엔 파업도 없었는데...
노동조합은 이 원인이 “생산으로 인한 적자도 아닌 해외투자와 유가증권, 채권 등에 투자하여 입은 손실과 경영부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경영진은 어느 한 놈 책임지지 않고, 임금삭감과 무급순환휴무, 무급순환휴직을 제안하고 있다.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투명경영, 경영참가”를 두 번째 요구로 내걸게 된다.
비정규직... 부끄러운 반성
코오롱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1000명으로 정규직 인원의 70 %에 달한다. 코오롱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이는 구미공장의 가동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산업재해에 항시 노출되어 있고 근무조건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코오롱 노동조합은 이번 파업을 들어가기 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그동안 문제해결을 위한 어떠한 대안과 대책도 없이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치며, 입으로만 노동자는 하나다. 라는 구호를 외쳤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저희들의 행동이 이율배반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아울러 뼈저린 반성도 가져봅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5대 요구로 내걸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좀 더 깊이를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처우개선이 아니라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로 나갈 수 있어야한다.
노동조합, 근골격계 직업병 검진 사업을 파업중 진행할 계획
코오롱 노동조합은 파업이 한 달 넘게 진행되면서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해 조합원 교육을 실시하였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이윤근 박사가 교육했고, 곧바로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증상조사 결과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이다. 코오롱 노동조합은 파업대오에 결합한 동지들을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으로 보내 검진을 하였다. 1차로 65명 정도 실시했다.
코오롱 노동조합의 김창모 산안부장은 “원래 이 사업은 하반기에 천천히 준비해서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사측이 위험요인조사를 했어도 형편없이 했거든요. 어차피 사측이 기만적으로 한 것이 다 드러날테니까, 조합에서는 급히 가지 않고 천천히 현장의 힘을 모아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죠.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하반기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일단 환자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하지만,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생각을 바꾸고 참여의 폭을 넓혀나가는 사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라고 의지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