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8 19:10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의학실 이상윤(maxme68@dreamwiz.com)
일과건강, 2006년 7/8월호
더위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더위는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나이, 체중, 더위에 대한 적응 정도, 알콜이나 약물 복용 여부, 기존에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등 개인의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어떤 사람은 더위를 더 잘 견디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더 못 견디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더위에 대한 적응 기간을 거치지 않은 사람, 육체적으로 많은 부하가 걸리는 일을 하는 사람, 이전에 더위와 관련된 질병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 노인, 심혈관계질환을 가진 사람, 체온을 조절하는 기관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 육체적 조건이 별로 좋지 않은 사람 등은 더위에 보다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이 견딜 수 없을 만큼의 더위에서 일하게 되면, 안절부절함, 판단력 상실, 사고력 저하, 피부 발진, 실신, 경련, 탈진, 열사병 등의 증상이나 질병에 걸리게 된다.
열 실신(heat syncope)은 오랜 시간 동안 더운 곳에 서 있는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 증상인데, 피부 온도를 식히기 위해서 피가 피부에 너무 많이 몰려 결과적으로 대뇌로 가는 혈류량이 부족해져 발생한다. 초등학생들이 더운 여름날 운동장에 가만히 서 있다가 쓰러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열 경련(heat cramp)은 더운 곳에서 육체노동을 많이 할 경우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그 결과 피부로 소금 성분의 일종인 나트륨 등 전해질이 과도하게 증발하여 나타난다. 몸의 전해질 불균형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열 때문에 실신하거나 경련을 일으키면 열사병으로 진행하거나, 피로, 정신착란, 구역질 같은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24시간 안에 정상적인 몸으로 회복되지 않는 때가 많다.
일사병(heat exhaustion)은 수분과 전해질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더운 곳에서 과도한 육체노동을 할 때 발생하는데, 탈수, 전해질 부족, 중심부 체온이 섭씨 37.6도 이상 상승이 동반되는 경우를 말한다.
일사병에 걸린 사람을 즉시 시원하게 만들어 주고 수분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지 못하면 열사병(heat stroke)에 빠져 위험하게 된다. 일사병에 걸린 사람은 그나마 몸이 정상 체온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기능은 남아 있는 상태여서 땀을 흘리지만, 열사병에 빠지게 되면 몸의 체온 중추가 완전히 망가져 땀도 더 이상 흘리지 않는 상태가 되므로 굉장히 위험하다. 열사병은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러한 급성 영향 외에도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 더위에 노출되어 일하는 경우, 일시적 불임(남성, 여성 모두), 심장 박동 속도 증가, 수면 장애, 피로, 안절부절함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더위에서 일하면 집중력과 사고력이 저하되어 사고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더위 때문에 발생한 건강 장해를 예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의 하위법령인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7장에는 온도, 습도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내용이 있다. 이 기준에는 고열작업자들이 건강상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설비와 휴식 시간 등을 갖출 것을 명령하고 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 법에는 최저 온도와 최고 온도 기준이 없어서 작업장의 적절한 온도 조절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일반적으로 작업장의 최저온도를 섭씨 16℃로 정하고 있고, 육체적 노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섭씨 13℃까지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도 최고 온도는 법적 기준이 없는데, 영국의 노동조합은 최고온도 기준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기준은 일반적인 환경은 섭씨 30℃, 육체노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섭씨 27℃이다.
개인이 더위에 대응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더위 문제 해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유해요인과 마찬가지로 열이 많이 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 다음은 열이 나는 곳을 가리거나 막아서 열이 복사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하고, 그것도 어려우면 적절한 노동 시간과 노동 배치, 휴식 시간을 활용하여 열에 의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방법들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몇 가지 개인적인 차원에서 더위에 대응하는 방법을 얘기하면 아래와 같다.
심한 더위에서 일하시는 사람들은 일하기 직전 몸무게와 일한 직후의 몸무게를 재어 그 차이가 직전 몸무게의 1.5% 이상이라면, 일부러라도 많은 음료수와 음식을 먹어서 이전 몸무게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 체중 차이는 탈수된 몸의 수분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전 체중이 70kg인 노동자가 일한 다음 체중이 69kg이라면, 탈수가 심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탈수가 심하면 갈증이나 무얼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무얼 마시고 싶거나 먹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억지로 먹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탈수가 심하면 그냥 맹물을 마시기보다는 감미료가 섞인 음료수를 마시는 것이 더 좋다. 감미료가 입맛을 돋우어 마시기도 편하고 그것이 근육에 적절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산음료는 별로 권할 만한 것이 못된다. 이론적으로는 더위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매15~20분마다 섭씨 10~15℃ 정도 되는 차가운 음료를 120~150㎖ 정도씩 계속 마시는 것이 좋다. 먹기 편하고 맛도 느끼도록 적절하게 이온과 탄수화물이 섞인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지만, 너무 짜지 않은(농도로 따져 1% 정도) 소금물을 마시는 것도 좋다. 그러나 소금 덩어리를 그냥 그대로 먹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소금 덩어리를 먹게 되면 몸에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해질만 많아질 수 있어서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소금 덩어리를 그냥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