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건강 2006년 6월호

전국민주화학섬유연맹 노동안전국장 현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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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3일, 1기 노동안전보건학교 뒤풀이 자리에서 화섬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회(준)를 공식 발족했다. 
 

1년에 8만 명이 넘게 산업재해를 당하고 사망자만도 3천명, \3만 명 이상이 영구신체장애를 갖게 되는 죽음과 장애의 나라. 대한민국 !!!
이런 현실에서 2004년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와 몇몇 산별연맹 그리고 안전보건단체는 산재추방운동역사를 돌아보며 안전보건활동의 전국적 의제화와 지도지원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다. 그리하여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을 계획하고 논의를 통해 운영규정을 확정하고 2005년 1월,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 안건이 올라가고 이 안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불과 몇 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위원회는 있는데 위원장이 없는 상황이 1년을 넘긴다.

2006년 민주노총의 새 지도부는 김지희 부위원장을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지난 4월 27일 노동자건강권 확보를 위한 민주노총 내부토론회를 개최한다. 올해만큼은 그냥 넘어가서도 안 되고 넘어갈 수도 없다는 서로의 절박함이 공유되는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이후 진행된 5월 담당자회의에서 8월까지의 산재보험제도개악저지 및 공공성 강화를 위한 투쟁계획을 세웠고 이 계획은 5월 23일 민주노총 중집에서 의결되었다. 이번에는 몇 분보다는 좀 길게 걸렸다고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은 이제 6월 21일 첫 번째 노동안전보건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다. 8월까지의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기 위해 위원회 체계가 실질적인 발족을 한 것이다.

하지만 우려가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위원회와 위원장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민주노총 산하조직의 역량은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다. 금속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체계와 활동을 책임질 간부들조차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무늬만 위원회면 그 위상에 맞는 지위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너무나도 뻔하다. 기존의 다른 위원회가 여러 우여곡절은 겪으며 지금에 이르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무엇을 배워야 하며 어디에 그 중요성을 둘 것인가를 깊이 새겨야 할 때이다.

무엇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인가 ?

짧은 소견이나마 지난 2년간 화섬연맹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점을 적어보려 한다. 특히나 3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노동안전보건 지도위원 양성교육과정이 갖는 의미를 이 자리를 빌어서 되새겨보려고 한다.

민주노총에서 소수의 간부들 사이에서 위원회 논의가 진행되었던 시기보다 몇 달 앞선 2003년 겨울, 화섬연맹은 원진교육센터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보자는 의견을 모으고 있었다. 다름 아닌 노동안전보건활동가를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보자는 것이었다. 그것이 2006년 3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노동안전보건 지도위원 양성교육’ 과정이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과연 가능할까라는 물음표가 1기가 중간지점을 넘어설 때까지도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격주 1회, 7개월간 14차례의 교육과정이 우리 노동조합 조건상 가능하겠는가? 특히나 조직국이나 정책국, 기획국 사업도 아닌 안전보건사업으로 노동조합에서 교육시간을 보장하거나 간부, 조합원들 동의를 얻어내기가 싶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돌이켜보자. 거의 모든 단위노조가 집행부를 꾸릴 때 노동안전부장(노안부장) 자리는 맨 마지막으로 선임한다. 선임되는 간부들의 역량비교를 떠나서라도 이는 그만큼 노동조합활동 중요성에서 밀린다는 뜻이다. 몇몇 대기업노조나 경험이 있는 노조를 빼놓고는 노안부장 사업은 회사가 하는 사업이나 조합원의 산재신청을 처리해주면 되는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기 지도위원 양성과정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연맹중앙과 단위노조 임원을 비롯한 간부님들의 적극적인 배려와 지원, 그리고 반 정도의 교육일정을 개인휴가로 참여한 교육생들의 헌신과 열성적인 참여로 극복되었다. 연맹 대의원대회 때 연맹 지도위원으로 임명장을 수여받으며 나름대로 연맹간부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1, 2기 14명의 지도위원들이 화섬연맹 재산으로, 노동안전보건활동의 핵심일꾼으로 성장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이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지역 안전보건활동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느끼고 있다. 이것은 시기적절하게 제기된 민주노총의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 논의와 맞물려 화섬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의 토대가 되고 있다.

지역위원회 건설을 하려면 무엇부터 할 것인가. 먼저 흩어져 단위노조활동에 머물러 있는 안전보건 간부들을 지역담당자회의라는 틀로 묶고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사업을 개발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지역에서부터 현장 간부들이 함께 연대하고 그 속에서 사업을 실천함으로서 위원회 체계와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한계는 너무 많으나 중요함을 알게 되다

무엇을 시작하려면 그 일을 할 ‘척하면 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배려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꺼리를 끊임없이 제시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현재 화섬연맹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준비위로 가고 있다. 무늬만 위원회가 아닌 최대한 화섬연맹 조건에 맞는 위원회발족을 나름대로 성대히(?) 치러내려고 9월 민주노총 안전보건활동가 전국대회 시기에 맞춰 시기별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중앙위․지역대표자회의에 참석하는 간부들의 인식확대 사업을 적극 펼치는 한편 아직도 3차례 진행된 충북지역 이외에는 담당자회의가 없는 현실이지만 지역을 담당하는 지도위원들의 열정과 신념을 서로가 믿고 지역에서부터 회의를 정례화하고 공동사업을 개발하는데 온 힘을 다하려 한다.

9월 산재보험제도개악음모를 저지하지 못하면 우리 현장과 조합원들이 더욱더 어려워지고 현장은 자본 통제로 더욱 숨 막힐 것이다. 하기에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그 임무가 막중하다. 장들만 선임되는 위원회가 아니라 또한 투쟁일정만 난무하는 위원회가 아니라 간부를 양성하고 지역단위, 업종단위 공동사업을 개발하고 전 조직적 차원의 간부인식 확대사업을 적극 배치하는 것이 반드시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역량은 아주 미약하다. 안전보건간부들은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목숨을 담보로 장난질치는 무리들을 그냥 넘긴다면 노동조합활동의 뿌리가 흔들린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낼 희망, 겉과 속이 알찬 노동안전보건위원회에서 찾아야 한다.

글쓰기에 취미가 없어 원고청탁을 받고 몇 번의 원고마감 기한을 넘겼다. 미천한 경험으로 두서없이 쓰다 보니 앞선 선배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지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화섬연맹 지도위원들을 비롯한 안전보건간부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항상 힘든 현실이지만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셋보다는 넷이 같이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뚝심 있게 나갈 것이다.

안전보건활동으로 민주노조 사수, 강화하자!!! 으랏차차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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