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건강, 2006년 6월호

원진교육센터 김신범(wioe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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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섬연맹은 ‘노동안전보건지도위원 교육’으로 지역에서 실무역할을 담당할 활동가를

                                    양성했다. 이들은 이후 노동안전보건위원회에서 임원을 보좌할 예정이다.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총연맹 노동안전보건 담당자가 겨우 1명. 이래서야 무슨 노동안전보건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또는 “우리 연맹에 담당자도 없고, 지역 담당자도 없어요. 노동안전보건 분야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분야로 생각들 합니다” 이런 식의 불만을 가져보거나 주변에서 들어보신 동지들이 참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불만이 민주노총이 만들어지기 전 전노협이 건설되던 시기에도 있었다는 것을 아는 동지들은 많지 않다.
그러니까 1980년대 말의 상황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에 의해 민주노조가 곳곳에서 건설되고, 원진레이온 사건이 터지고, 문송면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하여 노동운동이 꽃피고 노동자 건강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크게 제기된 때이다. 당시 구로지역 등 공단밀집 지역에서는 지노협(지역노동조합협의회) 복지부 모임을 통해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회의하고 서로 연대하는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각 사업장에 산안부장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 한 번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노동안전보건 문제였기에 폭발력은 대단했다. 정부와 자본은 끊임없이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산재문제로 민주노조가 건설되는 곳도 많았다.

그럼 이 당시에 전노협 중앙에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이 가졌던 불만은 무엇일까? 노동안전보건 분야가 가진 폭발력,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중성들을 잘 알고 있던 활동가들은 전노협이 조직적 의제로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끌어안지 못하고 전문적 영역으로만 생각하는 것을 안타까워 한 것이다. 물론, 당시 현장은 식칼테러로부터 노동조합을 지켜내는 상황이었고, 독재시절, 저임금 속에서 임금인상을 쟁취해내는 모든 영역의 문제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었기에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첫 단추가 이렇게 잘못 끼워지면서, 1995년 민주노총이 만들어졌어도 노동안전보건 담당자 1명이 임명되는 것으로 끝났다. 총연맹이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자기의 중요한 의제로 수용하고, 정책을 생산하고, 대중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총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총연맹의 특별위원회는 아직 조직골간에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중요한 분야에 대해 총연맹이 책임있게 개입하고 투쟁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즉, 노동안전보건 문제라는 것이 중요한 조직적 문제로 수용될 수 있는 틀이 갖추어진 것을 말한다.

바로 이러한 시각이 지금 필요하다. “노동안전보건위원회가 뭐야?” 라거나 “그런 게 만들어진데?”하는 식이 아니라, “드디어 만들어진데!!”라는 식의 반응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진심으로 바라던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 동지들에게도 부탁한다. 우리가 그동안 요구해서 만들어진 틀이다. 우리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키워나가고 강하게 만들어낼 것인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

1) 사람이 없다

총연맹에 노동안전보건위원회가 만들어지면 가입조직인 각 연맹과 노조, 산하조직인 지역본부들 마다 노동안전보건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당장 총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조차 위원장 임명에 1년이 걸렸다. 금속연맹, 화학섬유연맹 등이 적극적으로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을 하고 있지만 다른 연맹이나 노조들은 당장 건설하지는 못할 상황이다. 게다가 지역본부로 내려가면 더욱 힘들다. 지역본부에 노동안전보건 담당자도 없는 상태인데, 임원들 중에 한 명이 맡는다고 지역회의라도 진행할 수 있을지 참 걱정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우리가 예상하고 맞부닥쳐 깨뜨려야 할 문제이지, 짐짓 포기해야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은 당장 몇 개월 내에 뚝딱뚝딱 마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향후 몇 년을 내다보면서 추진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은 화학섬유연맹에 있다. 화학섬유연맹은 2년 전부터 노동안전보건지도위원을 연맹차원에서 양성했고, 1, 2기 십 여 명이 만들어져있다. 이들은 지역별로 분포하고 있고, 앞으로 화섬노동안전보건위원회가 만들어질 때 지역별로 실무역할을 담당하여 임원을 보좌할 예정이다. 바로 이런 식으로 총연맹과 각 연맹들이 사람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없다고 투덜댈 일이 아니라 당장에라도 만들기 시작해야 할 일이다.

2) 조합원들에게 꼭 필요한 활동임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제는 조직적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속에서 노동안전보건 분야가 정말로 필요하고 활성화되는 것은 얼마나 조합원들과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있다. 조합원들로부터 관심 받지 못하고 참여하지 않는 활동은 자연스럽게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이고,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회의조차 열리지 않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담당자 1명이 알아서 모든 것을 하는 구조라면 그 담당자의 열의와 헌신이면 충분하지만, 조직이 필요해서 결정하고 같이 하는 것이면 조직에서 우리를 요구하는 정도가 어떻게 커지게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키워내야 하는 것이 과제가 된다는 뜻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 또 한 가지 숙제가 있다. 우리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이 지금까지 일당백 식으로 알아서 해오던 활동모습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민주적으로 토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밟아가야 하며, 이 속에서 대중적 관심과 요구가 있음을 입증하여 책임있게 조직이 가져가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3) 지역 단체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관계가 재정립 되어야 한다.

이건, 아직 구체적으로 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총연맹이 못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단체들이 맡아온 모든 일들을 이제 총연맹에 돌려줄 필요가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런 식의 생각이 중요하다. 총연맹과 단체들이, 단체들과 총연맹이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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