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소식
2012.03.08 18:39

"안전보건교육, 조기에 실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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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0일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의 기사 입니다. 기사 저작권은 매일노동뉴스에 있으며 무단전재, 배포, 복사를 금지합니다. 사진은 일과건강에서 덧붙였습니다.




캐나다에는 ‘안전패스포트’라는 것이 있다. 24세 이하 청소년들이 산업재해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기본지식을 습득했는지를 검증하는 국가 차원의 안전보건 인증 프로그램이다. 안전패스포트를 습득하려면 청소년들은 안전보건 커리큘럼 전문가들이 개발한 교육내용에 기초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험에 통과하면 안전보건 기본지식을 입증할하는 성적증명서를 발급받는다. 증명서는 이력서에도 첨부할 수 있다. 시험은 19세 이하 십 대들을 위한 시험과 20세 이상을 위한 시험, 감독자 평가를 위한 시험으로 구분된다. 응시생들은 안전보건에 관한 사업자의 의무와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물질안전보건자료·일반적인 작업장 유해요소·작업장 유해요소에 대한 조치·일반적인 작업장 안전 규정 등을 배운다.


최근 발표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정규교육 및 직업훈련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교육의 활성화방안 연구’(연구자 임영섭·김영생·박윤희) 보고서는 청소년들에게 안전보건교육을 모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캐나다의 안전패스포트가 성공적으로 실시될 수 있는 요인으로 국가적으로 인정된 시책인 데다, 청소년의 이력을 높이는 것과 연계를 시킨 점을 꼽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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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안전패스포트' 로고. 안전패스포트는 청소년들이 안전보건 지식을 습득했다는 증명서이다. ⓒ 사진=http://www.safetyservicesnb.ca





안전패스포트 운영하는 캐나다


연구진이 전국의 고등학교(일반계·전문계 포함) 교사 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부분인 531명(98.9%)이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안전보건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2.3%(384명)가 “생활 속 각종 사고예방 차원에서 안전보건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응답 교사들에게 소속된 학교에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는지 여부를 질문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의 학교(489명, 91.1%)에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표 참조> 예상외로 높은 응답률이다. 그러나 대부분 안전보건을 독립된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과목에 포함시켜 운영하고 있었다. 예컨대 관련교과인 가정·기술·전문교과 내용에 포함시켜 운영한다는 응답이 66.3%였고, 강연이나 특강형식으로 운영한다는 응답도 63.1%로 높았다. 안전보건 관련교과를 개설해 운영하는 경우는 11.5%로 낮았다. 이런 결과는 일반계와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모두 유사하게 나타났다.


안전보건 관련 교과를 개설해 운영하는 경우 교과명이 무엇이냐고 질문한 결과 ‘보건’이 26.8%(11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산업안전’·‘생활 속의 보건’·‘인간과 환경’·‘창의적 재량활동’·‘체육과 건강’ 등의 교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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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안전분야 실시 교육내용>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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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보건분야 실시 교육내용> ⓒ 매일노동뉴스



“교육과정상 여력·당국 지원 부족”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미실시 이유를 질문한 결과 “안전보건교육을 운영할 수 있는 교육과정상의 여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37.5%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교육지침 등에 안전보건교육 실시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아서”(31.3%)·“안전보건교육을 강의할 교사 확보가 어려워서”(27.1%)·“안전보건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학교 내 인식이 부족해서”(27.1%) 등의 답변이 나왔다.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는 많았지만 교육내용 중 안전보건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권역별로는 동남권에서, 도시규모별로는 중소도시에 비해 대도시와 군·읍·면에 소재한 학교의 안전보건 교육비중이 미흡했다. 연구진은 “학교 유형별로는 전문계에 비해 일반계의 안전보건교육 비중이 저조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일반계의 안전보건 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교육당국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은 매우 부족했다. 외부로부터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교재를 지원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이 67.6%나 됐다. 교재를 지원받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교재지원 출처를 물어본 결과, 66.1%가 "소방당국"이라고 답했다. 관련협회(30.5%)와 교육당국(23.6%)·노동단체(22.4%)가 뒤를 이었다. 안전보건교육 강사를 지원받은 경우도 69.4%가 소방당국에서 강사를 지원받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안전보건교육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교육과학기술부와 고용노동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안전보건도 조기교육이 효과

안전보건교육을 운영하는 학교의 애로사항은 무엇일까. 역시 ‘국가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이 부족하다’(49.3%)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담당교원 및 강사확보가 어렵다’(45.3%)는 응답도 적지 않았고, ‘학교 차원의 교과운영에 대한 필요성 인식 저조’(41.2%)·‘안전보건 관련 교재의 부재’(33.7%)도 지적됐다.

안전보건교육 활성화를 위한 방안 중 각 항목의 중요도를 조사한 결과 ‘산업체와 지역사회 및 관계당국의 지원’·‘학교의 관심과 지원’·‘다양한 교육 방법 개발’ 순으로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교육주체들의 관심이 많아야 안전보건교육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의 절반만 있어도 안전보건교육은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연구진은 조기 안전보건교육이 효과적인 이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장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을 강제하고 있지만 생산성에 의식이 초점이 맞춰진 성인 근로자에게는 그 효과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산업안전보건청은 2004년 “어린이와 청소년이 교육의 초기단계에서 안전보건을 배워 장래의 근로와 개인생활로 이어지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사고에 취약한 점도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니세프의 2001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어린이 사망자수는 25.6명이다. 선진국의 4~5배에 이른다. 연구진은 “미래의 근로자로서 안전의식 함양을 위해서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을 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조기 안전보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현장에서 미숙련 노동자의 재해율이 높고, 젊은 노동자일수록 육체적으로 부담이 되는 작업을 많이 수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교육은 더욱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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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안전 패스포트'의 직업안전 로고. ⓒ 사진=http://www.safetyservicesnb.ca






인권위도 노동인권교육 정부에 권고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법령과 정책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노동기본권·안전과 보건에 관한 권리·남녀 고용평등에 관한 권리 등 노동인권 교육을 필수교과과정으로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연구진은 “안전보건교육 의무에 대한 강제수단이 부과돼야 한다”며 “학교보건법과 아동복지법 등 관련법에서 기관의 장에게 안전보건교육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벌칙이 없어 이행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구체적인 안전보건교육 활성화방안으로 △학교안전사고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2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교육의 종류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교육 명시 △산안법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이 학생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산업안전보건을 별개의 과목으로 교육하는 것은 교육과정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가능성이 적을 뿐 아니라 효과도 크지 않다고 보여 진다”며 “과학·체육·보건·기술 등 거의 모든 과목에서 관련 내용을 교육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나 교과서에 안전보건을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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