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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선옥남(wioeh2007@hanmail.net)




2007년 여름, 연구소는 전국에 산업보건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왜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을까?


산업보건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학 4년 동안 ‘산업위생학, 작업환경측정, 산업환기, 산업독성학’ 등과 같은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산업위생을 공부한다. 다양한 커리큘럼을 통해서 이론을 배우지만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느끼는 산업위생에는 분명 차이점이 있다. 현장에서 접하는 차이점과 한계점은 무엇인지, 또한 이러한 한계점과 문제점이 있음에도 ‘산업위생 전문가로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산업보건을 공부하고 있고, 또 가까운 미래에 산업위생 전문가로 활동하게 될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정한 산업위생 전문가’는 무엇인지 함께 공유하고자 『2007 원진산업위생캠프』를 주최하게 되었다.


6월부터 캠프 준비가 시작되었다. 전국 산업보건관련 15개 대학에 산업위생캠프 취지 글과 함께 공문을 발송하고, 원진산업재해자협회를 비롯한 단체에 후원을 요청을 하였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고 접수기간이 끝난 후에도 계속되는 신청접수에 인원은 50명을 초과하였다. 더 이상 계속 늘어나는 추가 접수를 받을 수 없었기에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였고, 최종 확정된 인원은 6개 대학(고려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부산가톨릭대학교, 인제대학교, 창원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41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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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드디어 이틀간의 일정으로 산업위생캠프가 시작되었다. 연구소에서는 간단하게 양길승 원장님, 원진산업재해자협회 한창길 위원장님의 인사말씀을 듣고, 연구소와 검진센터를 견학한 다음 단체 사진 촬영 후 캠프 장소인 대성리로 이동했다. 한 시간쯤 기차를 타고 갔을까 대성리역에 도착하자 선발대로 와 계시던 최상준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마중 나온 선생님 보다 더 반가웠던 건 우리의 허한 배를 달래줄 라면!!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라 점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상태여서 학생들의 시장기는 더욱더 컸을 것이다. 비록 두 세 젓가락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지만 어느 때 먹었던 라면보다도 맛난 라면 이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본격적인 캠프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한창길 위원장, 김종식 부위원장, 박민호 사무국장 이렇게 3분의 원진산업재해자협회 간부들과 대화시간을 가졌다. 일본으로부터 원진레이온 도입단계에서부터 이황화탄소 중독에 의한 직업병 발생, 직업병으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과정, 그리고 원진재단과 병원, 연구소 설립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보며, 원진환자들과의 대화는 계속 이어져 갔다.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직업병 환자들이 속출하는데도 작업환경측정에서는 ‘이상 없음’ 이라는 결과만이 나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측정이 있는 날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측정을 하거나, 혹은 작업장소와 거리가 먼 출구 쪽에서 측정을 하는 등 터무니없는 측정이 이루어 졌다고 한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측정보다도 더 안타까웠던 것은 산재 신청 후 다시 복귀할 수 없어 직장을 잃거나, 직장을 잃게 될까봐 몸이 아픔에도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던 그때의 현실이 학생들로 하여금 더욱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현재에도 원진직업병 환자는 합병증이 계속 발병하고, 매년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책에서 산업위생 역사 몇 줄로 읽고 넘어갔던 사건을 당시의 그 분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더욱 현실감 있게 느끼고 배울 수 있어서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고, 앞으로는 원진레이온과 같은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학생들의 다짐이 원진 환자분들에게는 마음의 위로와 앞으로의 희망을 드릴 수 있어서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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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휴식 후 이어진 포럼에서는 ‘진정한 산업위생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까?’라는 제목으로 연구소 이윤근 선생님께서 발표해 주셨다. 선생님은 한 때 대기업의 잘나가던 안전보건관리자였다. 그러나 회사에서 발암물질 사건이 발생하였고, 그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던 선생님에게 회사는 갖은 회유와 협박을 하였으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기업이라는 간판과 고수익, 모든 걸 버렸다고 한다. 
진정한 산업위생 전문가는 이런 것이 아닐까? 
백번의 말보다 선생님의 이런 경험담이 그 대답을 대신해 주는 것 같다. 진정한 산업위생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 열정,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어진 포럼은 ‘산업위생 현실과 우리의 역할’을 주제로 김신범, 최상준 선생님이 함께 발표해 주셨다. 우리나라 최대의 석유화학단지인 여수산단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단기간 노출기준 제정단계까지의 과정을 얘기해 주셨다. 
작업환경측정은 일 년에 두 번 이루어지는 형식적인 과정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제도개선을 통해서라도 노농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중요한 도구임을 설명해 주셨고, 우리의 이러한 노력들이 미래에 작업환경측정을 하게 될 친구들에게 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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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연구소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했다. 이제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볼 차례다. 자유롭게 각 조별로 모여 조별 토론이 이루어졌다. ‘멋진 산업위생가가 된다는 것’, ‘오늘의 만남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의 두 가지 주제로 얘기를 했다. 앞선 프로그램에서 우리의 의사가 잘 전달되었는지 노동자 편에서 노동자 건강을 위해 일하는 산업위생 전문가가 멋진 산업위생가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두 번째 주제에서는 모두들 카페를 개설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며, 각 학교별로 카페지기를 선정하고 그 카페지기들이 모여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조별 토론 때 나누어 준 포스트잇에는 10년 후 산업위생가로서의 자신의 모습, 꿈들을 기록했으며 그 기록들을 연구소에서 잘 보관해 주기로 약속했다. 10년 후 다시 연구소를 찾았을 때 지금의 메모처럼 꿈을 이룬 사람들도 있고, 혹은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현실에 부딪히고, 어쩔 수 없이 현실에 타협해야 할 때가 있을 테지만 오늘의 기록이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친구들과 약속한대로 그 기록들은 10년 후까지 잘 보관해 놓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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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가 넘어서야 첫날 모든 프로그램은 끝이 났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뒤풀이가 시작되었다. 비록 안주는 오뎅탕과 두부김치가 전부였지만 대화의 꽃은 저물어 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과거 산업위생을 경험했고 또 현재 산업위생을 하고 있는 선배들의 경험담과 얘기들은 그 어떤 책에서 주는 이론보다도 값진 내용이며, 앞으로 산업위생을 짊어질 후배들의 생각과 포부는 선배들에게 그 어떤 선물보다도 소중한 것이었다. 

한 친구는 “지금껏 산업위생을 공부해야 하는 뚜렷한 목표 없이 취업만을 걱정했었는데, 이번 캠프를 통해 산업위생을 공부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고 뚜렷한 목표의식이 생겼다”며 “캠프를 마련해줘 너무 고맙다”는 말을 했다. 이렇게 생각해 주는 친구들이 한두 명이라도 있다면 이번 캠프는 성공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새벽이 넘도록 술자리는 계속 되었고 4시가 넘어서야 모두들 잠을 청했다.


이튿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 담당 정상래 부장님, 광주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 담당 고용철 부장님을 모시고 ‘노동조합 안전보건 활동가와의 만남’을 진행하였다. 어젯밤 늦게 잠자리에 들어 많이들 피곤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조는 사람 없이 모두 경청해 주었다.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그 분들이 느끼는 작업환경측정은 어떤 것이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들었다. 앞으로 산업위생 전문가로 만나야 할 분들의 얘기이기에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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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산업위생을 짊어 질 예비 산업위생 전문가들이 우리와 같은 뜻으로 일해 주길 바라는 의미에서 시작한 이번 산업위생캠프.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있었을 텐데도 불평 없이 이틀을 잘 지내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 이번 캠프를 통해서 우리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아직은 순수하고 열정을 가진 그들이 있기에 우리나라 산업위생의 미래는 더욱더 밝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한 친구의 바람대로 30년이 지나도 30기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현재의 산업위생 전문가와 미래의 산업위생 전문가의 만남이 앞으로도 계속 쭉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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