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을노동자회 손수영, 일과건강 2007년 1월호
노동안전보건활동이 노동조합을 바꿉니다! 라는 슬로건을 걸고 함께 했던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가 진행한 기획교육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항상 마무리를 짓다보면 뿌듯함과 동시에 밀려오는 것이 아쉬움이다. 이번 기획교육은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이 더 밀려오는 교육이었다. 일반적으로 교육하면 지루하고 일상과 동떨어진 내용이어서 내 삶과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가 매치가 되지 못해 건성으로 임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교육은 그러하지 않았다. 현장 노동자들의 일상적 생활에서 출발하여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원동력과 노동조합으로 조직할 그릇을 마련할 수 있는 내용의 교육이라 더욱 생동감 넘치고 활기가 넘친 성공적인 교육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지면을 통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지난 3월~12월까지의 교육은 우리 노동자에게 정신적 무기를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다.
노동안전보건활동이 도대체 무엇인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잘 알지 못하고 활동을 한다. 그러하기에 내 주변에 많은 문제들이 내 문제로 인식되지 않으며 문제제기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런 우리에게 기획교육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과 틀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현장에서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권리를 노동조합 간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조합원)라는 공동체를 형성해서 힘을 하나로 모아 권리를 찾아갈 때 현장은 활기차고 생활력이 넘쳐 날것이다. 이런 현장을 우리는 만들고자 하지 않나?
지금 곰곰이 되짚어보면 정말 나 자신에게도 엄청 변화와 도움이 된 교육이었다.
아직까진 사회적 약자로 고통 받는 비정규직, 미조직 사업장, 건설현장에서 소위 노가다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계시는 분들은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싶어도 어떻게 주장을 펼쳐야 될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게 현실이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여천 산단의 조그마한 현장에서 안전관리자로 일하면서 내 직분과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해 함께 일하셨던 건설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지 못한 게 마음 한구석엔 짐으로 남았었고 어떻게 이런 일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이 가중되고 있었을 때, 원진교육센터는 그런 무지의 나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솔직히 현장 안전관리자들의 역할은 사전 대비의 노력이 아니라 전시 행정이나 마찬가지다.(다른 현장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평상시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안전 상태와 현장여건을 마련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사기간을 당겨서 기업의 이익을 많이 남길 것인가? 그리고 그런 이익을 남기기 위해 안전점검이나, 안전용품지급 등 다양한 안전활동에 제동을 걸며, ‘회사가 드는 비용이 많으니까’ 대충 대충 하라고 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원청 노동환경팀에서 점검 온다면 점검오기 전 몇 시간 전에 모든 일을 중지하고 정리정돈내지는 깨끗한 현장을 보여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 동원으로 돌변한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그 시간동안 생산력에 차질이 생기니까 점검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더 그러한 것은 노동부에서 감독이 나오면 그날은 아예 일 자체를 하지 않는다. 즉 출근을 시키지 않는다. 전날 들어가기 전에 정리 정돈을 해놓고 점검 날에는 관리자들만 나오고 현장은 쉬면서 노동부 감독관의 점검을 받는다.
이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점검이 끝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평상시대로 안전보호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생업에 열중하는 현실을 보고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일하면서 점검을 받으면 사업주는 어떤 문제가 되든지 걸리게 마련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문제가 분명이 발생한다. 그러면 그 문제 때문에 사업주는 그에 따른 행정조치를 받고, 이후 사업상에 패널티를 입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일을 시키지 않는다. 그러면 회사로서도 생산을 못해서 손해, 노동자는 하루하루 벌어먹어야 하는데 일 못해서 돈을 벌지 못해 손해를 입는다. 이것은 양자 모두가 손해인데 우리 노동부에서는 아직까지 행정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일하는 도중에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하는지?
이런 게 일상에서 일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나마 노동조합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은 안전에 대한 사각지대이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노동조합 노동안전부장만의 노력으론 힘이 부치기 마련이다. 노동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는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 현실에서 원진센터 기획교육의 시작은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던 그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원진센터 교육이후에 각 사업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그런 평가를 토대로 더욱더 현실적인 노동문제의 현안으로 다가서야 한다. 그래야 원진센터도 현장감을 놓치지 않고 현실적 대안을 생산해내는 작업이 더욱 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노동자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로서 자기 의무와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력을 한 단계 더 높여 노동현장을 더욱 활기찬 현장, 생활력이 넘치는 현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현장에서 일할 때 우리는 더욱 살만한 세상이라는 말을 내놓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지난해 기획교육을 진행한 원진교육센터 연구원 및 관계자 분들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더욱더 노동현장의 현실적 문제를 중심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교육센터가 가진 많은 경험과 내용을 일반화하여 노동현안의 무기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