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호구? 제대로 줘야 쓸 거 아닌감!!

2012.03.08 16:42

조회 수:20161

건설산업연맹 산업안전부장 최명선(sunchoi68@hanmail.net), 일과건강 200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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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재다발 사업장 중 하나인 건설현장은 기본적인

                                                                      안전시설 미설치와 안전보호구 미지급이 주요원인이다.

 

건설현장이 산재가 다발하는 사업장이고, 사고원인이 재래형 사고로 기본적인 안전시설 설치와 안전보호구 미지급이 주요 원인이 되다보니, 노동부의 안전보건 관련 회의 등에 참석하다 보면 안전장구 지급여부가 항상 논란이 된다. 논란의 핵심은 “지급했는데 안 쓴다”와 “언제 한번 제대로 줘 봤냐?”는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반복되면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안전보호구 지급 논란은 안전보호구 미지급과 미착용에 대한 구조적인 원인은 항상 비껴간 채 변죽만 올리고 있다. 

 

첫째, 안전모 지급으로 보호구 전체 지급 현황을 매도하는 건설 사업주와 노동부
안전보호구에는 안전모, 안전화, 안전대, 절연장갑, 절연화, 방진 마스크 등등 작업별로 법령상 지급해야 하는 안전장구가 많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안전모 외에 제대로 지급되는 안전장구가 없다. 안전모는 눈에 확연하게 띄는 것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중소 건설현장 외에는 1회 정도는 지급되는 편이다. 그러나, 그 외의 안전장비는 지급률이 현저하게 낮다. 현장에 널려있는 각종 자재와 흥건한 물 등으로 안전화는 필수보호구이지만, 지급률은 대형 현장조차도 일한지 한 달이 넘어야 지급되고, 그나마도 30%대이다. GS 칼덱스, SK, 포스코 등 초일류 기업이 운영하는 플랜트 현장의 유지 보수작업은 유리섬유, 석면, 각종 분진으로 지척거리도 구분하지 못하는 현장이 많지만 방진장비는 고사하고,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사업주와 노동부는 항상 안전모만 갖고 노동자 탓을 한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둘째, 땀이 철철 흐르는 절연장갑, 일주일도 안돼 찢어져 운동화만도 못한 안전화, 걸 수 있는 지지대도 없이 차라고 강요만 하는 안전대, 이게 보호구 맞아?
안전보호구 착용기피의 주원인으로 노동자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은 안전보호구의 질이다. 현행 법에는 안전보호구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그 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질도 낮고 불량투성이 안전보호구가 굴러다녀, 노동자는 그야말로 위험해서 보호구 착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전기 작업을 하는 전기원 노동자는 절연장갑과 절연화를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급되는 장갑은 여름에 땀이 차면 장갑 안으로 물이 고여 오히려 감전 위험이 있다. 안전화도 45,000원짜리부터 8,000원 내외의 안전화가 있는데 현장에 나와 보지도 않는 관리자들은 45,000원짜리 안전화를 신고,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물이 스며들어 질퍽거리고, 못 하나만 밟아도 푹 찢어지는 그야말로 운동화보다 못한 안전화를 지급한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포스코 등 제철소를 화면으로 노동자들에게 얼음주머니가 달려있는 안전조끼와 냉기가 나오는 안전모 지급 등이 TV를 탄다. 그러나 그것은 포스코 현장의 정규직 노동자들 이야기 이다. 실제 현장에서 온몸이 땀에 젖도록 일하고 있는 건설일용노동자들은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눈으로 흘러내려 제대로 눈 뜰 수가 없어도, 안전모를 쓰라는 관리자들의 호통에 머리위에 수건을 덧대어 흐르는 땀을 훔쳐내며 일하고 있다. 사업주들이 쓰라고 입에 달고 다니는 안전모도 약간의 충격에도 두 쪽이 나버리는 안전모가 태반이어서, 불신의 대상이다.
추락방지의 유일한 생명줄인 안전대도 마찬가지이다. 안전대는 몸에 착용하고 고리를 지지대에 걸어야 한다. 그러나 설사 안전대가 지급되는 현장이라 하더라도 고리를 걸 수 있는 지지대가 없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안전대 지급도 안하지만, 설사 지급해도 고리를 걸 수 있는 지지대도 없으면서 땀 차는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난리다.   
우리나라에서 질 좋은 안전보호구가 생산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질 좋고 비싼 안전보호구는 에어컨 빵빵 나오는 현장사무소에서 관리자용이나 전시용으로 걸려 있거나, 근로감독관이 나오거나, 무재해 기념식 등에서 사진 촬영용으로 있을 뿐이다.

 

안전보호구는 건설공사에 산업안전관리비로 금액이 반영되어 있다. 건설산업을 둘러싸고, 안전보호구를 만들고 파는 업체들은 넘쳐나고 있다. 안전보호구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공정별로 사용하기 편하고 위험을 방지 할 수 있는 보호구가 지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안전보호구는 안전보호구를 만드는 업체와 건설 사업주의 눈먼 돈을 만들어 내는 창구 노릇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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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안전장구 지급받았다는 사인만 받아가고, 보호구 지급은 팀장에게 전가하는 건설현장
안전시설 미설치 사업주는 시정지시, 안전장구 미착용 노동자는 즉시 과태료 이게 뭐야? 
건설현장에서는 각종 공갈 사인이 넘쳐난다. 그 중 하나가 안전교육과 안전보호구 지급 대장 사인이다. 건설현장에서 사업주들은 이른바 <시공참여 계약> 이라는 미명하에 건설현장의 팀장, 반장들과 도급 계약을 맺는다. 그 내용 중에는 “보호구 지급은 1차는 건설회사가 부담하고, 그 다음부터는 팀장, 반장이 지급” 하도록 되어 있다. 어떤 경우에는 “보호구 지급은 팀장, 반장이 하고, 그 비용은 공사금액에 반영”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물론 공사금액에 반영이라는 것은 실제 대금은 지급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안전보호구 지급을 팀장, 반장에게 전가하고 지급받았다는 사인을 일괄적으로 받아간다. 이렇게 되면 건설일용노동자는 보호구 지급을 받지 않고, 공갈 사인만 하게 된다. 이러니, 건설현장에서 지급 대장 사인에는 다 되어 있고, 현장에서는 보호구 지급이 안 되어 착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폐해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안전분야에까지 고스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해, 노동부는 <근로자 안전장구 미 착용시 즉시 과태료 부과>를 방침화 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를 가지고, 현장에서는 원청 관리자들이 안전장구 착용에 대한 강조와 심지어는 협박까지 했다. 그러나, 팀장 반장에게  보호구 지급을 전가하고, 앞에서는 즉시 과태료 부과만을 이야기 하는 행태는 건설현장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대표적인 행태이다.
더구나, 안전시설 미설치에 대해서 노동부는 규정으로 1차 시정지시하고 반복 발생하면 처벌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에게는 안전보호구 미지급과 미 착용데 대한 구조적인 원인을 다 덮어두고, 무조건 즉시 과태료이다. ‘사업주는 시정조치, 노동자는 즉시 과태료’라는 이 엄청난 형평성의 문제에 대하여, 이제 제도 시행 1년이 되어가는 지금 노동부는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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