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안전보건정책팀장 최수홍, 2006년 5월 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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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많은 가족들이 근교 야외 등으로 나들이를 갈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요즘에는 레저 문화의 발달로 인해 가족단위로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등 다양한 레저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이런 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는 안전헬멧, 무릎보호대, 장갑 등 많은 보호장구 착용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누구가 강요하지 않는데도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특히 자녀들에게는 아무리 싫어하더라도 꼭 착용시키는 것이 부모들 마음이다.


레저 스포츠의 보호장구와 비슷한 용도로 산업현장에는 안전모 등 안전보호구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레저 스포츠의 보호장구는 신체 부상을 예방하는 위해 착용하는 반면, 산업현장의 안전보호구는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건설기간이나 착용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무시되어 착용률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는 사고통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실제로 2004년 산업현장에서 업무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한 사망자 1,168명중 약 17%인 201명이 보호장비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사망했으며 이는 사고를 야기한 불안전한 행동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만일 201명이 적절한 안전보호구를 착용했었다면 이들 모두가 사망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안전보호구 지급 및 착용은 산업안전보건법령에서 사업주와 근로자 의무로 규정되어 있다. 사업주는 작업에 적합한 안전보호구를 근로자에게 반드시 지급하고 이를 착용하도록 해야 하며, 근로자는 이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물론 의무를 위반했을 때 벌칙을 부과하고 있는데,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근로자는 사업주가 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했음에도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부 훈령에 의해 1차 경고 후 2차로 적발된 근로자에게만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어, 실제 근로자의 안전보호구 착용률을 향상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2005년 6월 1일 이후부터는 추락, 낙하 등의 위험을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보호구인 안전모, 안전화, 안전대에 대해서는 1차 경고 없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사업주가 작업에 적합한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아 근로자가 안전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과태료 부과현황을 살펴보면 매년 10여건이던 부과건수가 제도 시행 후 불과 약 4개월 만에 462건으로 대폭 증가하였는데, 이 수치에서만 보더라도 근로자들의 보호구 착용률이 얼마나 낮은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겠지만 이 제도가 근로자의 경각심을 유발시켜 보호구 착용률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생각된다. 2005년도에 안전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중 57%가 산업재해 예방에 기여하고, 특히 근로자의 보호구 착용이 개선됐다는 응답도 4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점에서 볼 때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안전보호구 착용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져 습관화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산업재해는 재해를 당한 근로자 본인은 물론 가족의 불행까지 초래한다는 점을 깊이 새겨 지급된 안전보호구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주는 서두에서 말했듯이 부모가 자녀에게 보호장구를 챙겨주는 마음과 같이 근로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호구를 지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안전보호구를 제작하는 업체에서는 자신이 만든 안전보호구 하나가 근로자 생명을 구한다는 점을 깊이 새겨 좀 더 착용하기 편하고, 안전한 보호구 개발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안전보호구 착용 생활화는 누구의 강요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명과 가족 행복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루어 질 것이다.
안전보호구 착용의 생활화로 모든 근로자와 가족이 행복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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