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범 교육실장, 일과건강 2006년 5월 기획특집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29조 “보호구의 제한적 사용의 내용”에 따르면 보호구는 역시 최종 수단일 뿐이다.
 
[산업안전기준규칙]제29조 (보호구의 제한적사용) ①사업주는 보호구를 사용하지 아니하더라도 근로자가 유해,위험작업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설비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사업주는 제1항의 조치를 이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기 어려운 때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당해 작업에 적합한 보호구를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유해 위험작업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학적 조치를 비롯한 모든 조치를 수행한 이후에도 유해요인이 제거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을 때 보호구 사용은 말이 된다는 뜻이다. 정부에서 보호구 사용을 의무화하고, 착용하지 않는 노동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기분 나쁜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업장들이 이제 사업주가 할 역할은 다 했나보지? 마지막으로 보호구 미착용으로 문제가 발생하니까 이것만 지키면 이제 산업재해는 없겠네, 그랴~~아~~”

 

혹시라도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면 짐을 싸자. 우리 현장 다 멈춰놓고, 다 비워놓고 노동부 직원들더러 와서 일해보라고 하자. 당신들 눈에 보호구 미착용이 보이는지 엉성한 안전보건 관리문제가 보이는지 와서 보라고 해보자.

 

물론 노동부가 할 말이 전혀 없는 건 아니겠다.

 

“모든 보호구 미착용을 단속하는 것도 아니고,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안전모, 안전대, 안전화 세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단속하겠다는데 그것도 문제냐, 건설현장은 안전모를 사용하지 않아서 머리에 구멍나 사람이 죽는데 그걸 막자는 게 잘못이냐?”

 

대략 노동부에게 이런 억울함도 있을 법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의견에 찬성한다. 건설현장에서 안전모 착용 안하는 건 죽으려고 작정한 거나 마찬가지다. 안전대 없이 높은데 올라가라면 난 죽어도 안 올라간다. 안전화 신지 않고 운동화 신으라면 냅다 도망갈게다.

 

그런데도 나는 노동부의 보호구 미착용 과태료 부과를 반대한다. 왜냐하면 사고 한번에 9명이 죽는 GS 건설이나 이런 형편없는 업체들 단속하면서 제대로 건설현장 관리하도록 이끌어내지도 못하면서 마치 노동자들이 엉망이어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것처럼 일방적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 족치는 것도 제대로 하면서 노동자 트집잡는다면 찬성하겠으나, 노동자만 괴롭힌다면 반대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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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한번 보자.

복도에 높이가 1.5 미터 되는 위치에 파이프가 지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자꾸 부딪혀서 머리가 깨진다. 그림에 있는 사람은 뛰다가 부딪혔는지 맛이 갔다.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하는 질문을 우리는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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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연속한 그림 중 첫번째 것은 보호구만 강조하면서 정작 위험요인들은 그대로 두는 꼴이지만, 두번째 그림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서 보호구조차 필요 없도록 만들었다.

 

물론, 모든 현장의 문제들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시도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이다.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에 있어서 사업주 책임과 노동자 책임을 따지는 것은 좋으나, 따진다면 제대로 따져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이다. 하루 빨리 보호구 과태료는 폐지하기를 노동부에게 신신당부한다. 노동부가 자꾸 이렇게 나오면 괜히 사업주들 싸가지만 없어질까봐 걱정이다. 
 

                                                              안전모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작년 11월 한겨레 신문에는 아주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인권이 먼저일까? 생명이 먼저일까? 마치 이렇게 읽혀질 수도 있을 법한 문제를 냉철한 시각속에 분석해 놓아 더욱 의미가 컸다. 안전모를 둘러싼 대립지점은 무엇이었을까? 종교의 자유(인권)와 고용조건내 획일적 안전모 착용 의무조항의 대립이었다.

 


시크교도 안전모 의무착용 논란

 

- 노동자들 인권위에 이의제기 -

 

[벤쿠버통신]1999년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다니는 시크교도들의 오토바이 헬멧 착용 면제 소송에서 승소했던 아브타르 싱 딜론이 또다시 터번 지키기에 나섰다. 밴쿠버항 부두노동자인 딜론 등 시크교도들은 이번에는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 지난해 4월 작업장 안전규정 강화조처를 문제삼아 인권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10년째 부두노동을 해온 딜론은 “안전모 착용 의무화 조처 때문에 그동안 일해오던 밴쿠버항의 벌크터미널에서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부두뿐 아니라 건설·어업·벌목 작업장 등 거의 모든 노동현장에서 시크교 일용노동자들이 밀려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크교에서는 영혼의 상징인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터번으로 덮고 다니는 것을 생활철칙으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주협회는 “작업장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라며 “안전모 의무착용으로 영향받는 일자리는 적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두노동조합은 안전모 착용은 개인의 선택에 맡길 문제지 필수사항은 아니라며 시크교도 편을 들고 있다. 작업장에서 크레인이 들어 올리는 무게가 수십 톤에 달하기 때문에, 안전모가 사고피해를 줄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고를 예방하려면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99년 인권위 결정에 따라 시크교들에게는 오토바이 운전 시 헬멧 착용을 면제해주는 법률을 만들었다. 캐나다의 3200여만명 인구 중 시크교도는 채 1%도 안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경계를 넘어 효력이 미치게 될 작업장 안전모 착용문제가 과연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밴쿠버/양우영 통신원 junecorea@paran.com / 2005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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