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8 15:12
현대중공업 해고노동자 조돈희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일하는 일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해는 사용자 책임이다’는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직장(공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작업을 즉각 중단하고, 재발방지를 약속받는 행위가 필요하다.
사업주들은 현장에서 노동재해가 발생하면 작업자의 과실을 우선적으로 제기한다. 회사는 노동자를 채용할 때 안전교육 등 작업자의 안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작업자가 조심하지 않았거나 모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그러나, 작업자 입장에서 보면 사업주가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병들지 않게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옳다!
왜냐하면 작업자 안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모든 조치’를 취했다면 작업자가 어떠한 상황과 조건에서도 다쳐서는 안 된다. 그만큼 안전시설투자와 인력확보에 인색하여 자본투여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한 사람이 중대재해로 사망에 이르렀을 때에도 보상금 몇 억 주는 것이 비용이 싸게 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제조업 대공장과 철도현장에서는 해마다 수 십 명이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과 노조들은 이러한 중대재해에 너무 무감각해 있거나 소홀하다. 내가 해고된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는 작업장에서 중대재해, 특히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그 작업부서 전체 작업을 노조가 즉각 중단시키고, 사고현장 보존과 원인분석,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부터 첫 조치를 취해왔다. 작업을 멈춘 조합원들은 노조 교육시간을 활용해 노조가 주관하는 안전작업 교육과 추도집회를 여는 등 사측에게는 재발방지 조치를 요구하는 강도 높은 대응을 해왔다. 지금도 강도차이는 있지만 이와 같은 기본조치는 기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추락, 낙하, 비래, 협착 등의 위험에 노출된 채 작업하고 있는 노동자.
중대재해 발생하면 공장 멈추고 재발방지 약속받아야
2000년 3월에 방문했던 독일의 한 조선소(2600여명 규모)에서 우리 일행을 맞이한 이사에게 물었다.
“이 회사에서는 1년에 사망사고가 몇 건이나 일어납니까?”
이사는 어이없다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회사에서는 7년 전에 1건의 사망사고가 있은 후로 월 20여건의 경미한 사고 외에 중대재해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동재해 제로화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직접 공장을 돌아보았는데 작업자들 모습이 너무도 여유롭고 자유로워 보였다. 노동통제에 찌든 우리나라 노동현장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노동자들이(노조가) 힘이 없으면 노동자들의 어떠한 요구도 잘 들어주지 않는 게 자본 속성이다. 자본가들이 자기 이익창출에만 급급한 나머지 전체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더욱 열악한 조건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재해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화 되어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노조 조직력과 투쟁력이 약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중대재해 발생시 대응하는 아주 잘못된 양상은 사업주 책임은 묻지 않고 유족보상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똑같은 유형의 사망사건과 중대재해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공장을 멈추고 재발방지를 약속받는 행위야 말로 노동재해를 줄일 수 있는 노조의 가장 강력한 방안임을 강조한다. 그러한 행위는 어떠한 노동자들의 투쟁보다 정당하고 당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