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우리에게 4.28은 어떤 의미인가?

2012.03.08 14:52

조회 수:13832

원진교육센터 한인임(uldam@dreamwiz.com)


c_20081028_219_284.jpg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심슨인형, 하지만 그것을

                                                          만든 노동자는 사업주의  안전불감으로 사망했다.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 4월 28일이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이 날 합동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사실상 이 날이 왜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ICFTU(국제자유노련)라는 노동조합 기구에서 이 날을 공식 지정했기 때문이었지만 이 날이 공식적인 날이 되기 전에도 이 날을 기념하는 일이 북미지역에서는 10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더욱 설득력 있는 주장은 수 백 년의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수 천 만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을 것이고 메이데이인 5월 1일 이전에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행사를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에도 전 세계적으로 한해에 220만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고 ILO가 밝힌 바 있다. 하루에 6,000명이 죽는 거다. 산업재해로. 우리나라는? 하루에 8명. 한해에 3천명…….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이 날의 연원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이 날이 지정된 것은 1996년. 그 3년 전 태국의 카더(kader)라는 한 장난감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88명이 사망하고 469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는 대부분이 14~40세 사이의 여성노동자였던 관계로 무려 92명의 엄마 잃은 고아들이 남았다. 이 노동자들은 미국 대형 백화점에서 팔리기를 기다리는 완구를 생산해 왔다.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10년을 넘게 끌었던 재판이었는데 여기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사람은 오로지 한 명, 담배꽁초를 버린 한 노동자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재판이 다치고 사망한 노동자들과 그 유가족을 얼마나 철저히 유린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c_20081028_219_285.jpg

                                                      ▲우리나라도 작년 4월 처음으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4.28 전에는?


얘기를 좀 더 끌고 가 보자. 화재사고가 나기 10년 전에는 더 가공할 사고가 있었다. 인도의 보팔시. 유니언 카바이드라는 화학회사가 살충제를 만들기 위해 인도 보팔에 공장을 지었다. 1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이 다국적 회사는 미국의 환경기준에 미달하여 인도로 쫓겨 왔다. 1984년 장치관리 소홀로 폭발사고가 일어났고 공장에서 뿜어져 나온 MIC(메틸이소시안염: 무색무취의 독성물질로 호흡기장애, 중추신경장애, 면역체계 이상, 실명 등을 유발)이 3만명 이상을 사망케 했고 50만명 이상을 오염시켰으며 현재도 10만명이 오염 관련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 당혹스러운 일은 이 회사가 사고 직후 공장 문을 닫았는데 현재에도 남아있는 8천톤 분량의 유독물질인 MIC 처리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 회사는 다우케미컬이라는 더 큰 다국적 화학회사로 합병되었는데 이 회사도 마찬가지다. 고엽제 등으로 돈을 벌고 있는 이 회사는 한 해에 3~4조원의 순이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 회사는 한 술 더 뜨는 인도정부와 손잡고 피해자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 사건이 기화가 되어 1998년에는 ‘유해물질과 살충제에 관한 로테르담 협약’이 체결되었다.
 
다음다음 해인 1986년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건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사능 낙진이 검출될 정도였던 이 사고로 발전소 해체작업에 참여했던 노동자 5,722명과 지역 민간인 2,510명이 6년간 사망했고 43만명이 암이나 기형아 출산 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럼 국내로 들어와 볼까?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와 오염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 우리나라이다. 사고 규모도 작은 나라에 비추어보면 가히 국제적 수준이다. 대구지하철 참사가 그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그랬다. 수백 명이 죽어나가는데 딱히 책임질 사람도 없고 죄지은 놈도 없다. 그 속에 묻힌 노동자들 문제는 얘기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한 해에 사고성 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 1,500명 중 반 수가 건설노동자라는 문제에 정부는 노동자 사망률이 높으면 도급주지 말 것을 제도화하는 실정이다. 이런 구조에서 대형사고는 미래에도 역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OECD 가입국이라는 이름이 수치스럽기 그지없다.

 

카더공장과 보팔공장과 나이키는 같은 얼굴
1996년 미국의 유명 잡지에 12살짜리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 상표가 찍힌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이 보도되면서 아동노동 문제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다음 해에는 나이키 베트남 공장에서 유해물질인 톨루엔(신경계, 피부, 호흡기계 장애 유발 물질)이 기준치의 177배나 검출됐다. 불매운동에 못 견딘 나이키는 급기야 꽁꽁 묶어두었던 그놈의 글로벌 아웃소싱 전략을 드러냈다. “전 세계 700개 공장에 62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25살 이하의 여성노동자들이다.”로 시작되는 ‘기업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서남아 지역 하청공장의 25% 이상에서 ‘신체 혹은 언어 학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역내 하청공장에서 25%~50%가 작업 중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하거나 식수를 마시는 것조차 금지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제3세계, 주변부의 개별 국민국가 정부들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는 관심이 없고 돈벌이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가 카더, 보팔, 나이키 전 세계 공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초민족적, 다국적 자본? 이들이야 당연히 이윤을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집단이므로 노동자들 건강과 안전에 관심이 있을 리 만무하다.

 

c_20081028_219_286.jpg

                                               ▲2005년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며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자

                                               는 ILO 포스터

 

카더공장과 보팔공장과 나이키는 같은 얼굴


1996년 미국의 유명 잡지에 12살짜리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 상표가 찍힌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이 보도되면서 아동노동 문제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다음 해에는 나이키 베트남 공장에서 유해물질인 톨루엔(신경계, 피부, 호흡기계 장애 유발 물질)이 기준치의 177배나 검출됐다. 불매운동에 못 견딘 나이키는 급기야 꽁꽁 묶어두었던 그놈의 글로벌 아웃소싱 전략을 드러냈다. “전 세계 700개 공장에 62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25살 이하의 여성노동자들이다.”로 시작되는 ‘기업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서남아 지역 하청공장의 25% 이상에서 ‘신체 혹은 언어 학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역내 하청공장에서 25%~50%가 작업 중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하거나 식수를 마시는 것조차 금지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제3세계, 주변부의 개별 국민국가 정부들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는 관심이 없고 돈벌이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가 카더, 보팔, 나이키 전 세계 공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초민족적, 다국적 자본? 이들이야 당연히 이윤을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집단이므로 노동자들 건강과 안전에 관심이 있을 리 만무하다.

2006년 4.28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죽은 자를 기억하라!” 왜? 우리와 우리 후손이 같은 이유로 죽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올 해도 한해에 3천 명씩 죽어가는 이 주검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빠져 나와야만 한다. 2006년 4.28은 우리에게 이것을 원하고 있다. 굵고 튼튼한 동아줄을 잡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보자. 비록 구조조정에 채이고 불안한 미래에 내팽개쳐져 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노동자 역사를 만들어 온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아직도 현장에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이 힘을 안고 가야 한다.

번호 제목 날짜
349 무늬만 갖춘 노동안전보건위원회,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 지켜낼 수 없다 [31] file 2012.03.08
348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구성, 어떻게 해야 합니까? file 2012.03.08
347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자조직을 건설하자! file 2012.03.08
346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가 만들어지면 달라지는 것 file 2012.03.08
345 진짜 오래 기다렸다!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file 2012.03.08
344 노동자는 오늘도 보호구 착용을 고민한다 file 2012.03.08
343 안전보호구? 제대로 줘야 쓸 거 아닌감!! file 2012.03.08
342 안전보호구 착용으로 가족의 행복을 지킵시다. file 2012.03.08
341 나는 보호구 미착용 과태료 부과를 반대한다 file 2012.03.08
340 귀마개는 누가 발명했을까? file 2012.03.08
339 일터는 전쟁터가 아니거든~~ file 2012.03.08
338 다른 나라 428 산재사망노동자 추모 행사 file 2012.03.08
337 작업중지, 추모집회 열던 중대재해, 지금은 왜 무감각할까? [64] file 2012.03.08
336 이윤은 노동자 생명을 앞설 수 없다! - 원진레이온을 돌아보며 file 2012.03.08
» 2006년, 우리에게 4.28은 어떤 의미인가? file 2012.03.08
334 신범이와 경호, 작년 4월사업을 평가하다 file 2012.03.08
333 해묵은 숙제, 산재보험법-40년만에 수술대로 file 2012.03.08
332 정오교통 "너 나가" 형님의 당부 file 2012.03.08
331 우리,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52] file 2012.03.04
330 노동자 산재사망, 원청과 발주처의 책임은 없는가 [61] file 2012.03.04
329 향기 속에 숨어 있는 유해물질 [44] file 2012.03.04
328 여수·광양 산단 발암물질 대책 겉도는 까닭 file 2012.03.04
327 산재 입증책임 전환하면 근로복지공단이 망할까 [1] file 2012.03.04
326 농업인 건강문제, 국가가 개입해야 file 2012.03.04
325 근골격계질환은 '퇴행성 질환'? file 2012.03.04
324 숨막히는 지하노동자의 건강권 [2] file 2012.03.04
323 산재은폐 폭로전을 기대한다 file 2012.03.04
322 제품 생산환경에 없었던 애플의 혁신 2012.03.04
321 노사정 산재보험 제도개선 쟁점에 대한 소고 file 2012.03.04
320 소비자의 ‘정의로운’ 선택을 기대하며 file 2012.03.04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