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8 14:45
원진교육센터 김신범(wioeh@hanmail.net)
산재노협 사무차장 이경호(opp22kr@naver.com)
신범 : 경호, 영광이다. 너랑 같이 4월 사업평가를 하게 되다니…
경호 : 신범이형 그게 뭔 말이야?
신범 : 네가 작년 4월 28일 국회 앞 촛불추모제에서 TV 뉴스 인터뷰 했잖아. 유명인이랑 같이 작업하게 되어 영광이라는 말이지.
경호 : 쯧쯧…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구 평가나 제대로 하자, 형.
05년 4월 사업은 어떻게 준비되었을까?
경호 : 사실 나는 잘 기억이 안 나네. 4월 사업을 공동으로 준비하는 단위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그게 어떻게 만들어진 거지?
신범 : 짜식, 젊은 놈이 기억력이 그렇게 나빠서 어떻게 하냐? 작년 이맘때 우리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자주 모였었지. 04년 11월부터 근골격계직업병인정기준 처리지침 개악 때문에 공동투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4월 사업 준비에 의견이 모아졌어. 그리고 공투위 선전팀을 중심으로 선전물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했잖아.
경호 : 아, 그렇구나. 형이 선전팀장이었으니 형이야 잘 기억할 수밖에. 그 때 많이 바빴지?
신범 : 정신없었지. 사실 민주노총과 여러 단체들이 4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에 비관적 시각도 있었거든. 하지만 이러저러한 것 따질 때가 아니었어. 이번엔 좀 잘 해보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단다.
경호 : 왜?
신범 : 우연히 다른 나라 상황을 알게 된 거야. 외국에서는 이미 국제자유노련을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4월28일을 ‘국제산재노동자 추모의 날’로 정하고 투쟁해왔었고, 국제노동기구 ILO도 2003년부터 이 날을 ‘노동건강권 쟁취의 날’로 정해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더라구. 그리고 영국이나 유럽의 잘 사는 나라 뿐 아니라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 가까이는 대만, 일본, 태국 등에서도 행사가 있는 거야.
그럼, 우리나라는? 사람이 죽는 걸로 따지자면 바닥을 기는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정작 우물 안 개구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뭔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거지. 총연맹에서도 이러한 생각에 동의해줬고.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어.
경호 : 그랬구나. 그래서 지난해 포스터에 외국 포스터들도 들어있고 그랬구나. 그리고 사실 작년 4월에 선전물이 1개뿐이 나오지 않았잖아. 선전물 내용도 4월이 무슨 달인지만 선전하고 그친 것이 사실이잖아. 근데 그 내용이 굉장히 추상적이었던 것 같아. 조합원들에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선전물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어.
신범 : 짜식, 부끄럽게. 그 포스터도 급조하긴 했지만, 외국 상황을 알려내고 우리나라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이 같이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든 거야.
경호 : 응, 알어. 그림은 엉망으로 그렸지만 그래서 그런지 반응이 나쁘진 않았어. 올해는 조합원들에게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선전물이나 포스터가 나왔으면 해.
신범 : 흑흑. 고맙다. 경호야.
국회 앞에서
경호 : 형, 그런데 나는 사실 지난해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지만은 않아.
신범 : 무섭다 경호야. 살살 얘기해 봐라.
경호 : 국회 앞에서 추모제를 했는데, 원래는 그게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하는 것으로 준비했던 거잖아. 그러다가 총연맹 투쟁일정에 맞추어서 국회로 옮기게 된 거구. 사실 국민들과 나눌 수 있는 추모제 프로그램을 고민해 놓고서는 아무도 없는 국회 앞으로 가게 된 건 좀 심했던 것 같아.
신범 : 나는 사실 장소를 옮기자는 제안에 동의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긴 한데, 그건 맞아. 추모제는 좀 더 상징적인 곳에서 진행되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어.
경호 : 바로 그거야. 우리나라에서 1년에 노동자 3천 명이 죽는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걸 알려내야지만 비정규법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고, 노동자 보호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난 좀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행사가 기획되어야 한다고 봐.
신범 : 강렬한 메시지라......
경호 : 이를테면 작년에 GS 건설에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어? 그러면 추모제는 그 현장을 찾아가서 하거나 아니면 GS건설 본사 앞에서 진행하는 거야. 기업이 쪽팔리도록 만들기도 하고, 국민들이 우리 노동자들이 그 사건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거야.
신범 : 오~~ 경호야. 니 말이 맞다. 짜식 다 컸구나.
경호 : 더러운 손으로 머리 쓰다듬지 마. 냄새나.
신범 : 어쭈구리…
경호 : 기왕 할 거라면 제대로 하자는 게 내 생각이야. 올해는 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진짜 좋겠는데.
앞으로 4월 사업은 어떻게?
신범 : 맞다. 경호. 그런 생각들이 소중하게 모여서 올해 4월 사업도 준비하고, 내년에도 준비하고 그렇게 계속 힘이 모이면 좋겠다.
경호 : 그러게 말야. 외국은 좀 다르게 한다면서?
신범 : 그렇더라구. 현장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어. 돌아가신 동지가 일하던 자리에 빈 안전화를 가져다 놓고 동지의 이름을 기억하는 행사, 차량용 스티커를 제작해서 차에 부착하는 행사,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의미를 가진 보라색 리본을 조합원들이 구입해서 가슴에 달고 일하는 이벤트, 노동자와 가족들이 붉은 장미를 들고 공원에 모여 여는 추모행사, 비둘기 날리기, 걷기행진, 중요한 주제를 정해서 토론회를 하는 것, 중요 이슈로 집회를 여는 것, 등 셀 수가 없더라구.
경호 : 그렇구나. 그렇게 여러 가지 할 수 있으면 조합원들이나 국민들 중에서 동의하는 사람들이 한 가지씩 참여할 수도 있겠구나.
신범 : 응. 맞아. 사실 외국 노동조합들은 4월이 오기 전에 이미 몇 달 전부터 포스터를 제작해서 지역별 행사를 알리고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더라구. 선전물도 미리 만들어서 4월 28일 몇 시에 어디에서 모입시다라며 알리고 있었고. 그런 것에 비하면 우리는 좀 쉽고 가까운 운동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
경호 : 알았어. 4월 사업을 계기로 좀 더 현장에서 안전과 보건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계기를 만들자는 거지. 그래. 그런데 그러려면 좀 미리 모여야겠는걸.
신범 : 바로 그거야. 사실 4월 사업 공동추진위원회 같은 것은 좀 더 일상적인 회의가 되어야해. 매년 중요 의제를 뽑고 그것을 가지고 전 국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인데, 좀 더 중요한 공간으로 배치해야지.
경호 : 올해 민주노총에서 1노조 1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는데 작년처럼 플랭 하나 걸고 마는 사업은 그만했으면 좋겠어. 구체적으로 조합원들이 함께 같이 할 수 있는 사업들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테면 사업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 추모제를 지내면서 건강한 현장을 만들자는 결의를 한다던가, 뭐, 그런, 조합원들이 다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어.
그리고 428추모제에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노동자들의 건강은 소중한 것이라고 알릴 수 있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좋겠어.
신범 : 그래 경호야. 기특한 놈.
경호 : 어, 어, 머리 만지지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