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속에 숨어 있는 유해물질

2012.03.04 19:37

조회 수:1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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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제품의 향기는 수백 종의 화학물질일 수 있으며 2천600여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향기의 성분으로 사용된다 ⓒ williamcho@flickr, Creaitve Commons lisense 2.0




최근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소비자 제품을 통해 화학물질의 건강영향을 밝히는 과학증거가 계속 알려지고 있다. 위험 감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제품에 어떤 성분 또는 화학물질이 함유됐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예를 들면, 향이 있는 소비자 제품에는 보통 휘발성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이 있다. 일부 휘발성유기화합물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반소비자는 이러한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한다.

흔히 향기라고 하면 꽃이나 과일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연상한다. 그러나 매일 사용하거나 접하는 공기청정제·세탁용 세제·섬유 유연제·주방세제·개인위생용품·화장품·비누·손 청결제·세척제 같은 소비자 제품의 향기는 유해 화학물질 덩어리다. 소비자 제품의 향기는 수백 종의 화학물질일 수 있으며(브릭커 2003) 2천600여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향기의 성분으로 사용된다(포드 2000)는 보고도 있다.

스테인만(Steinmann 2009)은 향기 나는 제품 중 공기청정제 3개와 세탁용품 3개를 조사한 결과 98종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발견했다. d-리모넨·알파-피넨·베타-피넨·카렌 이성질체·아세트알데하이드·벤질아세테이트 등이 주요 성분이라고 밝혔다. 다른 유사한 연구들도 향기 있는 소비자 제품에서 에탄올·리모넨· 벤즈알데하이드·벤질알코올·벤질아세테이트 등이 주로 포함돼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여성환경연대가 공동조사를 실시해 12개 제품의 공기청정제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여기에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첫째 제품에 담긴 화학물질 성분이 일반 소비자에게는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분은 대부분 비밀이다. 일반 소비자나 규제기관은 성분을 알 수 없다. 현행법에서 제조사의 제품 라벨에 향기 성분 표기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화장품은 지난 2008년부터 ‘전 성분 표시제’가 도입돼 성분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제품은 대부분 성분을 향기 또는 향으로 표기할 뿐 화학물질의 개별 성분을 표기하지는 않는다. 간혹 공기청정제 같은 제품에는 성분표시가 ‘향기’로 표기되기도 한다. 소비자가 화학물질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전혀 없는 것이다.

둘째 발견된 대부분의 화학물질은 법으로도 규제되지 않는다. 예전부터 위험하다고 인식되거나 관리된 화학물질뿐 아니라 오염원 규모는 작지만 소비자와 밀접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은 휘발성유기화합물 노출의 주요한 오염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식과 법적인 안전장치가 모두 미흡하다.

향기 있는 소비자 제품에 노출되면 천식과 두통, 눈·코·목 등의 자극증상 같은 건강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향기는 숨쉬기 힘들게 하고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주요한 영향 중 하나다. 화학물질에 좀 더 예민한 어린이와 노약자 등은 더 민감할 수 있다.

소비자 제품 속 향기는 좋은 냄새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는 위험한 유해물질이며 환경호르몬이다. 일부 기업은 스스로 향이 없는 제품을 생산하고 제품 라벨에 성분표시를 한다. 일부 소비자는 꼼꼼히 제품을 살피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관리 수준은 부족하다. 정보시대라 할 만큼 많은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는 세상이지만 정작 필요한 핵심 정보는 꼭꼭 숨어있는 것이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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