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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새해 벽두부터 비보가 날아들었다. 노동부가 약 3년에 걸쳐 진행했던 전남 여수·광양지역 철강·석유화학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조사 결과 노동자들이 상습적으로 발암물질에 기준치 이상 노출돼 왔다는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특히 1급 발암물질로 백혈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벤젠의 경우 단기간 노출 기준을 450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암물질 자체가 원료가 되는 철강·석유화학산업은 그야말로 항시적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였다.


노동부 발표 직후 각 단체에선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당·노동조합·전문연구조직 등이 함께 ‘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한 여수·광양 만들기 사업본부’(이하 사업본부)를 구성해 노동부를 항의 방문했다.

노동부는 이른바 ‘318 대책’을 약속했다. 사업주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절차와 의무를 꼼꼼히 지키는지 확인하고 특별 지도·교육 등의 내용이 대책에 포함됐다. 또 작업환경 측정, 안전보건 매뉴얼 보급, 건강관리수첩 발급 확대, 지역 노동자를 위한 산업보건센터 추진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사업본부는 이런 대책이 부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동부에서 말하는 ‘사업주’는 건설산업 특성상 다단계 도급구조로 형성된 도급업체의 사업주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들 도급주는 수십개의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보수공사를 하는 업체들로 매우 영세하다. 그런데 이들이 어떻게 수많은 사업장의 정보를 알고 그 위험성을 알릴 수 있겠는가?

예상은 적중했다. 대책이 나온 지 2년이 지난 뒤 현장을 살펴본 결과, 노동부의 대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은 거의 없었고, 현행법마저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여수·광양지역 건설노동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 정도는 일하고 있는 공정의 위험물질 수준이 어떠한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환경 측정 결과를 들어본 적 없는 응답자도 80%였다. 건강관리수첩을 받고 있는 사람은 3% 수준에 불과했다. 보통 10~20%의 노동자들은 발암물질을 취급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보호구 지급마저 2~3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도급업체에 모든 책임을 맡기고 정작 대책을 세워야 하는 발주처에는 어떤 책임도 묻지 않기 때문이다. 발주처가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노동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11월 30일 한겨레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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