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건강문제, 국가가 개입해야

2012.03.04 19:28

조회 수: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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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농업인은 작업 특성상 ‘골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인간공학적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농작업 특징 중 하나는 일반 제조업체의 생산라인과 달리 작업 높이를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다. ⓒ Gulfu@flickr Creative Common lisence




농업인 재해율이 건설업과 광산업보다 훨씬 높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농업을 3대 위험산업(광업·농림어업·건설업)으로 분류할 정도로 농작업 관련 재해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농업인의 업무상질병·손상 조사’ 자료에 의하면 ‘농작업 관련 사고·중독’의 천인율은 56.3명, ‘농작업 관련 급·만성질환’ 천인율은 72.3명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 수치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인정된 국내 전체 산업과 비교해 보면 사고성 재해는 8.8배, 질병은 11.5배나 높다. 특히 농작업과 관련된 급·만성 질환을 보면 허리가 33.1%, 발·무릎·허벅지가 26.3%, 손·팔·어깨·목이 24.8%로 전체의 84.1%에서 근골격계질환이 발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문제를 농촌인구 고령화와 관련지어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65세 이상) 비율은 27.8%(면단위 기준)로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당연히 연령과 건강 문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이들이 평생 개선되지 않은 환경에 노출돼 일을 해 왔고, 고령화에 진입한 지금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환경 속에서 계속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작업 환경 문제는 농업인 전체 문제와 기타 작목별 작업 특성에 따른 특이적인 문제로 나눌 수 있다. 공통적인 문제를 보면 위험도 측면에서 볼 때 모두 심각한 수준이다.

첫째 대부분의 농업인은 작업 특성상 ‘골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인간공학적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농작업 특징 중 하나는 일반 제조업체의 생산라인과 달리 작업 높이를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다. 키가 작은 수박과 같은 저상 작목은 항상 쪼그리거나 허리를 60도 이상 숙인 상태에서 작업을 한다. 과수작목처럼 키가 큰 고상작목은 항상 위보기 자세로 손이 머리 위에 있는 상태로 작업이 이뤄진다. 이런 문제로 대부분의 농업인들이 허리·무릎·어깨 등의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농약 중독이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이미 살충제의 직업적 노출을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하우스 시설작목과 과수작목에서 농약 살포빈도가 많고 재배면적이 넓어 노출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또 단위 면적당 농약 사용량이 미국에 비해 5.7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업인이 농약 방제복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아 노출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보고에 의하면 농약 노출의 90% 이상은 피부흡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보호구 착용은 필수다.

세 번째는 고열 문제다. 매년 일사병 사망사례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하우스 시설은 6~8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온열지수가 한계기준을 초과하는 위험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기타 작목 특성에 따라 축사는 유기분진 노출에 따른 호흡기질환, 잎담배 농사는 니코틴 중독, 하우스와 같은 밀폐된 곳에서 동력기기를 사용할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이 높다. 농기계를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에는 소음과 진동·분진 노출이 문제될 수 있다.

최근 농기계 사용빈도가 증가하고 시설농법이 확대돼 농번기와 농한기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전체적인 노동시간 증가를 가져와 농작업 환경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농업인의 건강문제를 개인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된다. 농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등 재해예방을 위한 국가 차원의 조직적 개입과 농업인재해보상보험법과 같은 공적 지원의 보상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근골격계질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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