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지난 5월 23일 민중의 소리에도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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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은 한국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고엽제 매립범죄에 대한 진상조사와 사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한국진보연대



고엽제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에 의해 대량 사용됨으로써 끔찍한 환경재앙을 일으킨 물질이다. 여러 가지 암과 신경독성은 물론 기형을 일으킴으로써 화학물질의 두려움을 다시금 깨닫게 한 물질이다.


이 때문에 경북 왜관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고업제가 불법 매립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한 때 우리나라의 비무장 지대에서도 사용되었다고는 하지만, 고엽제라는 것이 우리의 일상 생활의 어느 한 귀퉁이에서 불쑥 마주칠 상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엽제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제초제로 크게 두 가지 농약성분이 들어있다. 2,4,5-T와 2,4-D라는 유기염소계농약이 그것이다. 이 둘 다 인체에는 해롭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농약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불순물로 TCDD라고 하는 매우 강력한 다이옥신이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고엽제에 포함된 TCDD, 청산가리 1만배의 독성


TCDD라는 다이옥신은 청산가리보다 1만배나 강한 독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국립독성프로그램에서는 1981년에 TCDD를 발암성 추정물질로 분류하였다가, 2001년에 인간발암물질로 등급을 상향조정한다. 여러 가지 역학조사 결과 인간의 암과 TCDD 노출간의 상관성이 충분히 규명되었기 때문이다. 폐암과 비호즈킨림프종이 발생가능하며, 동물실험 결과에서는 간, 갑상선, 림프종, 호흡기등을 비롯해 매우 다양한 부위에 암이 발생가능하다고 밝혀졌다. 고엽제가 대량 살포된 베트남에서는 기형아들이 많이 태어났다.


눈에 띄지 않는 발달독성들도 많이 보고되었다. 임신 중인 어머니가 사고로 다이옥신에 노출된 경우 태아의 발달이 지연되는 일이 있었고, 어머니의 다이옥신 농도가 높을 경우 아이의 지능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신경독성을 가진 물질에 임신 중 태아가 노출될 경우에는 이러한 태아발달상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캠프 캐럴에 묻혀있는 고엽제로 인해 왜관지역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일까? 캠프 캐럴의 어딘가에 고엽제가 다른 조치 없이 묻혀있다면, 드럼통이 부식되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환경과 건강상의 피해는 어떤 식으로든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 범위가 캠프 캐럴 주변에 국한될 것이냐, 아니면 낙동강 물을 마시는 매우 넓은 지역의 주민들에게 확산될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피해 규모는 현재로서는 예측 불가이다.


오염의 확산 범위와 피해 규모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TCDD라는 물질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TCDD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토양오염이 발생하였을 경우 빗물에 씻겨 나가지 않기 때문에 토양에서 확산이 잘 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미주리주의 타임즈비치에서는 1970년대에 TCDD에 오염된 오일을 분사하였는데, 1985년도에도 검출되었다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TCDD에 의해 땅의 표면오염이 발생되면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는다고 한다. 표면으로부터 약 8 cm 밑에서는 표면의 1/10 미만 밖에 발견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편, 햇볕을 받는 토양표면에서의 반감기는 1-3년이며, 땅속에서는 12년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뜨거운 온도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토양 내에 남아있는 기간이 달라지는 것이다.


한편,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지하수나 강물에 오염될 경우 침전물이나 부유물질에 달라붙게 된다. 일반적으로 물에 녹아있을 경우에는 햇빛에 의해 분해되거나 휘발된다. 광분해에 의한 반감기는 1-5일 정도 걸린다. 물에서 휘발되는 경우 반감기는 46일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물에 있는 침전물이나 부유물질에 달라붙은 경우 반감기는 5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강바닥의 침전물에 TCDD가 달라붙으면 아주 오랜 시간동안 남아있으면서 계속 오염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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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의 피해 어린이들,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촬영된 이 사진 속 아이들의 대부분은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의 희생자들이다. ⓒ www.wikipedia.org





암 등 만성질환은 물론, 어린이들의 IQ 저하와 같은 피해 조사도 필요


오염의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가 가능하다. 급격히 고농도로 오염이 퍼져나갔을 수도 있고, 여전히 고엽제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으며 오염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 또한 있다. 예를 들어 TCDD가 물에 녹지 않는다고는 하나, 장마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이번에 매립 다음 해에 새와 물고기가 떼죽음 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렇게 급속도로 주변에 확산되었다면, 특정시점에 고농도 노출이 발생된 집단이 존재할 것이고, 그로 인해 다수의 암이 발생하였거나, 임산부의 노출로 인해 태아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큰 비극이 될 것이다.


그나마,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왜관지역에서 피부질환의 집단 발생사례가 없었다는 점이다. 고엽제에 고농도 노출이 발생될 경우 당연히 발생하는 피부질환이 없었다는 것은 고엽제가 미군기지 주변으로 급격히 고농도로 확산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땅 속에서는 쉽게 이동하지 않는다는 TCDD의 물리적 특성이 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만약 이러한 경우라면 고엽제가 저농도로 서서히 확산되었을 것인데, 그 때의 오염량과 오염기간, 그리고 노출된 인구의 규모 및 발생가능한 건강과 환경의 피해에 대해서는 더욱 정밀한 조사가 필요해질 것이다. 암과 같은 만성질환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의 IQ 저하와 같은 발달상의 피해에 대한 조사도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캠프 캐럴 폐쇄하고 환경 복원 착수해야


한편, 고농도의 고엽제가 그대로 남아있을 경우를 대비해 미군기지의 발굴 작업은 매우 주의깊게 추진되어야 한다. 발굴지역은 주변과 차단되도록 완전 밀폐를 해야 하며, 발굴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어설픈 발굴은 또 다른 재앙을 낳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캠프 캐럴을 폐쇄하고 환경 복원에 착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 곧 미군과 한국정부의 공동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미국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며, 한국정부가 주권을 행사하여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무엇보다 지금은 그저 하늘의 도움으로 오염이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졌기만을 빌고 또 빌어본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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