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4 18:38
2011년 4월 11일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부장의 데스크 칼럼입니다. 기사 저작권은 경남도민일보에 있으며 무단전재, 배포, 복사를 금지합니다. 사진은 일과건강에서 덧붙였습니다.
어린이 학대에는 때리거나 밥을 안 주거나 성폭행하거나 괴롭히는 것 말고 방치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혼자 집에 내버려 두고 돌보지 않는다면 어린이 학대다.
동물 학대 또한 심하게 때리거나 잔인하게 상처를 입히거나 죽이는 일 말고 나쁜 상황으로 몰아넣는 행위도 해당된다. 밀폐 공간에서 몸통을 돌릴 수도 없는 상태에서 사육하면 바로 동물 학대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올해 들어 <경남도민일보>에서 취재한 산업 재해 사망 사고다. 과연 산업 재해이기만 할까?
▲ 조선족 노동자가 분쇄기에 전신이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는 경찰의 경위서. ⓒ 사진=http://olpost.com/v/1852016
경남 올해 산업재해로 10명 넘게 숨져
4월 9일 창원 봉암동 한 공장에서 30대 ㄱ 씨가 2t가량 기계 덮개에 깔리는 바람에 크게 다쳐 10일 오전 3시께 숨졌다. 4월 1일 낙동강 살리기 사업 18공구 공사가 벌어지는 함안 밀포마을에서 덤프화물차를 모는 50대 ㄴ씨가 차 안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3월 31일 김해 한 공장에서 PVC수지 원료 혼합기를 수리하던 20대 ㄷ씨가 기계와 롤러 바닥에 끼여 숨졌다. 3월 30일 김해의 다른 공장에서 40대 중국동포 ㄹ씨가 플라스틱 분쇄기에 몸이 빨려들어가 현장에서 숨졌다. 3월 28일 창원 진해구 한 공장에서 철제 사다리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50대 ㅁ씨가 4월 3일 오후 2시께 숨을 거뒀다. 같은 날 창원 봉암동 한 자동차 정비소 탈의실에서 40대 ㅂ씨가 옷을 갈아다가 엎어져 숨진 채로 발견됐다. 3월 5일 창원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프로펠러를 청소하려고 물에 들어갔던 20대 ㅅ씨가 숨졌다. 같은 날 통영시 SLS조선에서도 협력업체 30대 노동자 ㅇ씨가 15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2월 25일 창원 덕동 바닷가에서 수산물 가공업체 직원인 50대 ㅈ씨가 지게차에 깔려 숨졌다. 2월 9일 함안 칠서지방산업단지 한 공장에서 하도급업체 50대 노동자 ㅊ씨가 크레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1월 31일 거제 서문 삼거리에서 블록 운반을 위해 신호 작업을 하던 50대 ㅋ씨가 지게차에 치여 숨졌다. 1월 12일 창원 신촌동 한 압출 공장에서 30대 중국 출신 노동자 ㅌ씨가 지게차와 용기 사이에 끼여 숨졌다. 1월 9일 같은 창원 신촌동 한 주물공장에서 50대 ㅍ씨가 지게차에 치여 숨을 거뒀다. 같은 날 창원 북면 하천리 낙동강 살리기 17공구 현장 모래 채취선에서는 60대 ㅎ씨가 강에 빠졌다가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1월 4일 김해 한 업체 기숙사에서 심하게 감기 몸살을 앓던 30대 인도네시아인이 숨지기도 했다.
위험요소 흩어놓은 작업장 '인간 학대'
이렇듯 모든 작업장은 위험하고 불안하다. 그러면 위험하고 불안한 요소를 최대한 없애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런 목적으로 시간과 돈을 쓰는 데 지나치게 인색하다. 사람들 인식도 그렇고 법률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일하는 사람의 실수가 원인인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런 실수가 곧바로 사망이나 중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재해는 그래서 산업 재해가 아니다. 몇 푼 안 되는 임금으로 작업장에서 탈출하지 못하도록 묶어둔 채 위험하고 불안한 요소를 곳곳에 흩어 놓은 채 자행하는 인간 학대라 해야 정확할 수도 있다.
4월 28일은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1993년 4월 심슨 인형을 만들던 태국 케이더 공장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188명을 기리는 날이다. 당시 사용자는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갈 수 있다는 이유로 공장 문을 걸었고 그래서 탈출 못한 노동자들이 떼죽음을 해야 했다. 산업재해인가 인간 학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