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과 민영화

2012.03.0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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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매일노동뉴스 노동안전보건섹션에 전문가 칼럼을 제공합니다. 본 칼럼은 2011년 3월 21일(월)에 게재됐습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상업용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지진과 쓰나미로 촉발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건물의 폭발과 방사능 누출사고가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원전에서 발생한 냉각능력상실·핵연료손상·노심용융·수소폭발·격납용기 손상 등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용어를 언론에서 설명할 때마다 국민들은 두려움을 넘어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일본의 원전사고가 체르노빌 사고보다 한 등급 아래인 6등급이라고 발표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의 발표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쓰나미와 지진은 인류가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이지만, 원전의 방사능 누출사고는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심에 도쿄전력(東京電力, 동경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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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hmula.com





지난 51년 설립된 도쿄전력은 일본에서 가장 큰 전기 공급업체로 도쿄와 그 주변의 4천200만 주민에게 전력을 공급한다. 157개의 수력 발전소와 29개의 열 병합 발전소, 3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총 자산 13조2천39억엔·매출액 5조162억엔·순이익 1천337억엔·종업원 수 3만8천227명인 세계 4위의 일본 최대 전력회사다. 높은 수익과 기술력으로 일본인의 최고 자랑거리였다고 한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이미 여러 번 검사기록 조작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릇된 애사심으로 격납용기 누설시험을 하면서 몰래 공기를 주입하고, 핵발전소 사고를 29년이나 감추었다가 드러났을 정도로 상습적으로 사고를 은폐?왜곡하였다.


이번 경우도 예비전력을 공급해야하는 임시 발전기에 기름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고, 냉각을 못하는 바람에 원자로가 폭발했다고 한다. 또 압력용기 내 압력이 급격히 하락했다는 보도는 현지 복구팀과 전화 확인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였다고 변명하고, 현장에 있는 50명 중 40 여명이 외주용역 직원이라 상황을 잘 모르겠다는 중간 관리자의 발언 등을 보면 도쿄전력의 안전의식은 한심하다.


초기 미국은 해수투입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곧 원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쿄전력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경영상의 손실이 아까워 제안을 거절했고, 계산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끼치게 됐다. 이 같은 도쿄전력의 행태는 인재(人災)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더 놀라운 것은 일본의 칸 나오또총리가 새벽 5시30분에 도쿄전력 본사에 찾아가 "원자력발전소에서 직원들이 대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단단히 각오하라"고 하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도쿄전력은 정부의 명령도 먹히지 않으며, 공적 책임도 없는 회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이 전후 복구하는 과정에서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 전력회사를 민영화 했다고 한다. 이 때 각 회사는 전력발생장치를 따로 구입했는데 전기의 파장(헤르츠, Hz)이 회사마다 달라졌다고 한다. 전기의 파장이 서로 다르니 쉽게 전송할 수 없어 다른 전력회사는 전기가 남아도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도쿄전력이 담당하는 지역은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나는 이 같은 인재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공공산업의 민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사적 이익에 눈이 멀어 수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수익이 되지 않는 안전에 무감각하고, 남는 전력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전력산업 민영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도 일본 정책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여 우려된다. MB정부 집권초기 공공기업 민영화에 이어 현재의 공기업 선진화가 그렇다. 제2의 일본이 되지 않기 위해 전력산업 민영화가 주는 일본의 교육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일본에는 181명의 노동자가 죽음을 각오하고 원전복구를 위해 일하고 있다. 더 이상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노동자의 숭고한 희생과 바꾸지 말아야 한다.

 

임상혁 녹색병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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