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장에 보건관리자를

2012.03.04 18:25

조회 수:10334

2011년 3월 28일 내일신문에 기고된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정혜선 교수의 글 입니다. 기사 저작권은 내일신문에 있으며 무단전재, 배포, 복사를 금지합니다. 사진은 일과건강에서 덧붙였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근로자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의사나 간호사 또는 산업위생관리기사 등의 전문가를 사업장에 보건관리자로 두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이 제조업 중심이어서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에 근무하는 경우는 보건관리자에 의한 관리를 받을 수가 없다.


최근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서비스업으로 이동해 감에 따라 기존에 유해위험요인으로 인식되지 않던 새로운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보건관리자 선임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건설업, 금융·보험업 및 서비스업 등에도 보건관리자를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특히 건설업은 페인트, 접착제 등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고, 무거운 물건 운반과 옥외작업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관리자 선임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호텔·백화점·판매유통업 등도 서서 일하는 업무로 인해 하지정맥류 발생,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로 인해 직무스트레스가 높으며, 운수업 및 건물관리업 등은 매연으로 인한 호흡기질환, 장시간 업무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야간근무 및 교대근무로 인한 심혈관계질환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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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www.ucc.ie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산업재해가 더 많아


금융·보험업은 컴퓨터 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직무스트레스, 이로 인한 흡연과 음주로 심혈관질환 및 간장질환의 발생위험이 높다. 지금까지 제조업에만 보건관리자를 두도록 한 것은 제조업에서 직업병과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서 더 많은 산업재해가 나타나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제조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3만4069건으로 전체 재해의 34.5%를 차지하고 있으나, 전기가스업·운수업·서비스업 등에서 발생한 재해는 4만988건으로 전체 재해의 41.6%를 차지하고 있다.


업무상질병도 과거에는 진폐증이나 소음성난청과 같은 전통적인 직업병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을 기초질환으로 해서 발생하는 뇌심혈관계질환, 컴퓨터 사용과 신체부담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이 4배나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직업을 가진 모든 직장인의 건강을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전 업종에 보건관리자를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와 같은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프랑스와 독일은 1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보건관리자를 두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50인 이상의 전 업종에 보건관리자를 두도록 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보건관리자를 두어야 하는 사업장은 약 1만4000개소이다. 일본과 동일하게 50인 이상의 전 업종을 보건관리자 선임대상으로 확대할 경우 약 2만5600개 사업장이 추가로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사업장이 된다.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사업장이 증가하면 보건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고 근로자 건강권 보호라는 산업보건의 근본 취지에도 부합할 수 있으며, 국가적 과제인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보건관리자 고용편익 1.79배


필자가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사업장에 보건관리자를 두어 건강관리 및 작업환경 관리를 수행한 경우 보건관리자를 고용하는 데 소요된 비용보다 편익이 1.79배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관리자를 선임하게 되면 이와 같은 경제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직무만족도가 높아지고, 생산성도 향상되므로 건강한 노동력 확보를 통해 국가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업종에 보건관리자를 배치하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정혜선 가톨릭대 교수 보건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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