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7일 안전보건섹션의 전문가 칼럼에 기고된 권동희 노무사의 글입니다. 기사 저작권은 매일노동뉴스에 있으며 무단전재, 배포, 복사를 금지합니다. 사진은 일과건강에서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17일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는 금속노조 소속 ITW대림지회 사무장 금아무개씨의 뇌출혈 요양신청에 대해 불승인 처분을 하면서 “노동조합 업무만을 전담 수행한 근로시간면제자였으므로 산재보험법에 의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사안은 노조 전임자의 산재 인정기준과 관련해 공단의 문제점을 가장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다.


노조 전임자의 산재신청에 대해 공단은 크게 두 가지 논리로 불승인 처분을 한다. 하나는 “근로자가 아니다”는 점, 두 번째는 “업무기인성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 전임자는 “근로자가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사업장의 전임자(재적전임자)의 경우 근로자의 신분을 유지한 채 활동을 하는 것이지, 퇴직을 하여 근로자의 신분을 종료한 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전임자의 신분에 대해 법원에서는 일관되게 “전임자는 근로자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그 신분을 “휴직상태의 근로자와 유사한 지위를 가진 자”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3다4815, 4822, 4839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 참조) 따라서 “전임자가 근로자가 아니다”는 공단의 근거는 법적 타당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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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전임자라는 이유로 산재를 불승인한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금속노조 경주지부 노동자들이 부당함을 알리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iLabor.org



두 번째 공단의 논리는 전임자의 업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호돼야 할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노동조합의 업무는 사용자와 분리돼 자주적인 활동이 보장돼야 하는 것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노조의 업무라는 것이 ‘사용자’를 전제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전임활동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24조(노동조합의 전임자)에서도 “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임자의 업무는 사용자와의 협정(전임협정)에 의해 그 지위가 정해진다. 이로 인해 근로제공의무를 면하고 노조의 업무에 종사할 의무가 발생하며,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이 일시적으로 정지할 뿐이다. 전임업무 자체가 사용자와의 협정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그 업무 자체를 사용자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법원에서는 단체협약으로 전임자뿐만 아니라 노조 간부의 활동이 보장되는 경우 이 자체를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회사의 업무”로 인정해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용자의 승낙 또는 단체협약에 의하여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근로제공의 의무를 면제받고 그 대신 노동조합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우에는 원래 회사의 노무관리 업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으로서 사용자가 본래의 업무 대신에 이를 담당하도록 한 것이어서 그 자체를 바로 회사의 업무로 볼 것인 이상 여기에 추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권이 미치고 있었는지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10. 7. 22. 선고 2009누36288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확정)고 했으며, “원고가 화섬노조 ○○지회장 및 울산지부장으로서 위 노조의 업무를 전임하게 된 것은 회사와의 단체협약에 의한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는 ‘근로자’로 인정되고, 원고는 결의대회를 계속 진행하기 위하여 이동하던 중 이 사건 재해를 입은 것으로서 아직 결의대회가 종료한 것이 아니므로 원고가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이동한 것은 노조 업무에 수반한 통상적인 활동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자체를 바로 회사의 ‘업무’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재해는 원고가 화섬노조 업무를 수행하거나 이에 수반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그 업무에 기인하여 재해를 입은 것이다”(울산지방법원 2008. 12. 17. 선고 2008구합1256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확정)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전임자의 업무상재해 인정 여부’(공단 문서)와 ‘판례의 합리적 수용방안’(송무세미나자료집·2005) 논문을 보더라도 공단 스스로 인정하는 심각한 문제점을 방치하는 것은 공단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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