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4 17:59
2011년 2월 1일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박영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교육원 원장의 글 입니다. 기사 저작권은 매일노동뉴스에 있으며 무단전재, 배포, 복사를 금지합니다. 사진은 일과건강에서 덧붙였습니다.
얼마 후면 민족고유의 명절인 ‘설’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설이지만 고향을 찾고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은 언제나 설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명절의 풍속도 많이 바뀌고 있다. 연휴를 맞아 일상을 잠시 접고 고향을 방문하는 민족대이동의 풍경과 차례상을 준비하는 재래시장의 분주한 모습은 언론의 단골기사가 되고 있다. 또한 모처럼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모습과 인터넷을 통해 제수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흐른다 해도 고향을 찾고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설’의 의미는 변치 않을 것이다.
‘설’날의 어원중 하나가 ‘삼가다’,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의 옛말인 ‘섦다’라는 견해가 있다. 이는 위험과 사고가 잠재된 현대사회에 모든 일에 삼가고 조심하라는 뜻으로 우리 안전보건인의 미션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 사진=http://olpost.com/v/447321
우리 사회는 지난해 산업안전보건에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 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율은 0.69%로 외환위기 이후 정체돼 있던 0.7%대 재해율이 0.6%대 진입이라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이번 0.6%대 진입은 경기회복국면(성장률 6.1%)에 근로자수가 전년대비 31만3천명 증가하는 등 노동투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달성한 것으로 과거 1998년 경기후퇴기(성장률 -5.7%)에 달성한 0.68%와 비교할 때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되며 향후 선진국 수준의 0.5%대 산업재해율 진입의 초석이 된다 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산업재해가 줄지 않았던 이유는 ‘안전이 최우선이고 중요하다’는 안전의식과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일터에서는 산업재해를 단지 ‘운이 없어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상당수의 사업장에서는 안전을 규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선진국 수준의 0.5% 산업재해율 진입은 사업장뿐 아니라 공공분야의 동참과 과감한 투자가 담보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다. 안전에 대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처·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직능단체 등의 참여와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안전에 대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우리 공단과 함께 LH공사 등 공공발주기관(36개기관)에 대한 재해현황 통보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건설업 전체 재해자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는 공공발주기관의 안전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안전관리 활동 강화를 유도해 공공분야 재해율 감소에 기여하기 위한 제도이다.
금년도에는 재해율 통보 대상을 모든 공공발주기관(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416개소)으로 확대하고 또한 소속된 정부부처·지자체에도 재해현황을 통보한다고 한다. 통보를 받은 해당기관은 발주자로서의 자율적 재해예방노력을 통해 재해율 감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의 재해율 달성을 위해서는 ‘재해율 통보' 보다는 ’재해율 공표 제도'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정부는 ’재해율 통보'의 효용성을 분석해 ’재해율 공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공공발주기관 이외에 지자체 지방직영기업, 30대 대기업 그룹군, 대규모 협회 및 단체 등으로 ‘재해율 공표제도’가 확대돼야 한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우리사회의 솔선수범 조직으로 국가발전과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의무가 있으며 이런 취지에서 ‘재해율 공표제도’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 수준의 경제대국으로 메모리 반도체 등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121개,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이다. 그리고 지난해 G20 국가정상회의를 개최할 만큼 국제적 위상이 높다. 이제 산업재해율 0.6% 진입을 계기로 안전보건분야도 세계 일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산업재해는 사회현상이며 100% 인재이다. 사전예방으로 재해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고 실천해야 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선진국의 안전보건 수준도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듯 우리사회도 구성원 모두가 안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노력할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공공부문에서 나부터, 우리부터, 작은 일부터 안전을 실천하는 선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