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매일노동뉴스 노동안전보건섹션에 매주 전문가 칼럼을 제공합니다. 본 칼럼은 2010년 10월 4일(월)에 게재되었습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상업용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수만 가지의 화학물질 중에서 현재까지 발암물질로 밝혀진 물질은 약 1천500가지다. 돌연변이나 생식독성·환경잔류성 등 발암물질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위험을 갖고 있는 물질을 모두 포함한다면 유해성이 높은 물질은 2천종이나 된다.


필자는 금속노조의 발암물질 진단사업에 참여하면서 올 한 해 60여개 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적 기준에 입각해 노동현장의 발암물질의 취급·관리실태를 파악하고, 외국의 대체사례를 조사해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장을 방문해 교육이나 조사를 진행하면서 발암물질에 대한 노동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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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발암물질 진단사업.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진단사업침이 한 제조업 사업장에서 현장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 ⓒ 일과건강 이현정




“대체물질은 있습니까? 대체할 수 없으면 아무 소용 없는 것 아닙니까?” 또는 “안전한 제품을 추천해 주십시오”와 같은 질문과 요구를 많이 받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어떤 발암물질은 산업에서 기초 원료로 사용되므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고, 현존 기술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서구유럽의 사례를 보더라도 발암물질과 같은 고위험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으려는 노력은 지속하되, 현재의 지식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대체물질을 찾기 어려운 경우는 밀폐나 환기를 강화해 노출을 줄이는 방식을 강구한다.


현실적으로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서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사용을 허용하되 가능한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반면 이형제·세척제·검사제·각종 스프레이 등 필수원료는 아니지만 생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각종 제품들은 해당 성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거쳐 대안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필자의 금속사업장 현장조사 경험을 볼 때 대다수의 위험한 물질들이 필수원료보다는 생산속도를 빠르게, 작업편의성을 좋게 하기 위한 다양한 부재료에서 발견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보자. 한 사업장을 방문했는데 스프레이 검사제에서 생식독성이면서 신경독성이 강한 노말헥산(수년 전 태국여성노동자들에게 앉은뱅이 병을 일으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이 함유돼 있었다. 그렇다면 이 제품을 계속 사용해야 할까. 공장 바닥 청소용으로 세척제를 쓰고 있는데 벤젠이 함유돼 있었다. 이 세척제는 반드시 사용해야 할까. 간간이 보수할 때 사용하는 시트개스킷에 석면이 함유돼 있었다(석면은 법적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아주 오래 전에 회사에서 구매한 것이다. 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이를 계속 사용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노동자 스스로 자신이 일상적으로 또는 간헐적으로 쓰는 제품에 위험한 물질이 없는지 확인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며, 만약에 위험한 물질이 들어가 있다면 그런 성분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 대체물질을 요구할 것인가. 공정개선 요구를 할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예전에 쓰던 제품을 쓰면서 과거 방식대로 일할 것인가. 모든 결정은 노동자들의 몫이다. 누구도 자신의 환경 문제를 결정해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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