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4 17:13
2010년 8월 13일 매일노동뉴스 오피니언『이정호의 미디어 비평』기사 입니다. 기사 저작권은 매일노동뉴스에 있으며 무단전재, 배포, 복사를 금지합니다. 사진은 일과건강에서 덧붙였습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발표한 건설업체 시공능력 평가에서 현대건설이 지난해에 이어 2년째 1위를 차지했다.(한겨레 7월30일 14면) 현대건설은 전국 종합건설업체 1만1천293개, 전문건설업체 4만2천838개 가운데 시공능력평가액 10조2천209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현대건설에 이어 삼성물산이 9조6천415억원으로 2위였다. 3위는 GS건설로 8조2천757억원이었고, 이어 대우건설·대림산업·포스코건설 순이었다.
지난해 12월6일 현대건설이 시공하던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단지 모델하우스 공사현장에서 40대 노동자 한 명이 13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현대건설은 사고 다음날 시행사에 압력을 넣어 원청 시공업체를 자기 대신 하청업체로 바꾼 도급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다.
ⓒ 사진=현대건설 홍보 동영상 갈무리
현대건설은 이 도급계약서를 노동부 수원지청에 제출했다. 사고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빠져 나가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사업 시행사가 올 2월 초 현대건설과 갈등을 빚으면서 원래 도급계약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해 버렸다. 하지만 관할 관청인 노동부 수원지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만 사법처리(입건)하는 수준에서 사건조사를 마무리했다.
현대건설은 사망사고 은폐의혹을 제기한 시행사를 상대로 비방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6월30일 ‘원·하청 바꿔치기’를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시공능력 1위의 재벌 건설사 현대건설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재사고가 발생하자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려 했다.(중앙일보 8월10일 16면) 재벌이 이런 짓을 하고도 원·하청 상생을 말할 수 있는가. 그걸 뻔히 보고도 입건 수준으로 마무리했던 노동부는 더 한심하다. 세금 축내는 것 말고 노동부가 제대로 하는 게 뭐가 있는지. 노동부는 중앙일보의 1단 기사가 나오고서야 현대건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중앙일보 8월11일 23면)
노동부가 재벌 건설사의 불법에 팔짱 낀 사이 건설 하도급업체의 부도율은 급상승했다. 올 들어 7월까지 부도를 맞은 건설 하도급업체는 모두 102곳으로, 지난해 전체 부도업체 수의 3분의 2에 달했다. 건설 하도급 비리를 근절한답시고 정부가 마지못해 정책들을 내놓기는 했지만 원청 건설사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비리 근절 차원에서 전자입찰로 공사대금을 결정하지만 재벌 건설사들은 재협상을 통해 간단히 대금을 깎아 버린다.
대법원이 현대차 불법파견을 판결했지만 현대재벌은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한 달을 이어 온 대표적 불법파견 사례인 동희오토 노동자에게 매일같이 용역깡패를 내세워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런 걸 알기나 할까. 노동부는 대법 판결에 맞춰 불법파견 근절 시늉은 하겠지만 그 위에선 국가고용전략회의란 유령의 이름으로 불법파견을 더 늘리는 노동유연화 정책을 집요하게 진행할 게 뻔하다.
행정 관료들이 삽질하는 사이 개각을 놓고 집권 한나라당 안에서 벌이는 싸움 또한 가관이다. 한나라당 내 친박 진영은 김태호 총리 지명을 “박근혜 죽이기냐”고 격분했다. 업종 구분도 못해 소장수 아들을 빈농의 자식으로 둔갑시켜 띄우는 청와대의 비열한 홍보전에 같은 당의 김문수 경기지사는 “자고 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언제 뭘 해처먹을지 모르겠다”고 격하게 비난했다.(한겨레 10일 5면) 김 지사측은 발언이 문제가 되자 “지방자치에 대해 이해가 많고 젊은 분으로 새 바람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치고 빠졌다.(조선일보 10일 5면)
급기야 조선일보는 10일자 4면 기자수첩에서 <‘스마트’ 시대에 ‘아버지’ 들고 나온 한나라당>이라고 이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총리 내정자의 ‘소장수’와 홍준표 의원의 ‘경비원’ 아버지론을 모두 비난했다.
한나라당 빈나특위(빈곤 없는 나라 만드는 특별위원회)와 홍준표 최고위원이 벌이는 다툼도 코미디다. 빈나특위 강면순 위원장은 9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홍준표 의원에게 최고위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홍 의원이 지난 2일 언론인터뷰에서 “빈나특위에는 국회의원이 100명이 넘지만 쇼만 하지 실질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한 게 화근이었다. 빈나특위 강 위원장은 “(홍 의원의 발언은) 땀 흘리며 일해 온 동료 의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했다.
‘빈나특위?’ 고명하신 의원님들, 길 가는 시민을 붙잡고 물어보시라. 빈나특위라고 들어나 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