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충무함과 석면보일러(3)

2012.03.04 13:52

조회 수: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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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면은 소량을 흡수하더라도 석면폐증, 폐암, 중피종 등 석면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 blog.mirror.co.uk



석면이 일으키는 질병은 진폐증의 일종인 석면폐증, 폐암, 중피종 등이다. 중피종은 폐를 둘러싼 얇은 막인 중피(中皮)에 발생하는 암이다. 중피종은 석면에 처음 노출된 후 30~35년 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불과 1~2년 정도만 석면에 노출되어도 수십 년 후 중피종이 발생할 수 있다. 폐암과 중피종은 이미 석면폐증이 있는 경우에 더하여 발생하기도 하지만, 석면폐증 없이 폐암이나 중피종만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중피종의 70~90%는 석면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연관성이 100%라는 연구보고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피종 사망자수는 2000년 21명에서 2003년 34명, 2006년엔 57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기록이 확실치는 않으나 우리나라는 대체로 1993, 4년경부터 석면폐증 등 석면관련질환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1993년에 석면방직공장에서 18년간 근무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악성중피종이 산재승인을 받은 적이 있다. 2007년 12월에는 석면에 노출되어 숨진 근로자의 유가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석면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석면에 노출된 근로자 측이 제기한 산재소송과 민사소송에서는 석면피해를 인정받았으나 아직 석면제품을 사용하다가 또는 생활환경 중 석면에 노출된 일반국민이 석면 피해에 대해 보상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환경 중 석면에 노출된 피해사례가 확인되면서 머지않아 이와 관련된 판결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제 때 아시아 최대의 석면 광산이 있었던 충남 보령과 홍성지역 인근 주민 215명에 대해 흉부방사선검사를 한 결과, 절반이 넘는 110명에서 흉부 이상 소견이 보였다. 이중 56명은 석면광산 종사자였고 54명은 비종사자였다. 석면질환이 의심된 주민 중 95명을 다시 CT검사한 결과 55명에게서 석면폐증 소견이 확인되었다. 현재 충남 보령과 홍성지역 주민들은 피해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 주민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지도 못하고 탄광도 폐업한 상태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국회가 나서서 특별법을 제정하려고 하나 정부는 예산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충남지역 주민들은 석면 때문에 이 지역 농산물 값이 떨어지지나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석면은 다량을 호흡기로 흡입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지 농산물 섭취는 석면위험과 큰 관련이 없다.



제일화학은 1970년부터 20년간 부산 연산동에서 가동됐던 석면방직공장이다. 1976년부터 2년간 이 회사에서 일한 근로자 원점순 씨는 퇴사한지 26년이 지난 후에 악성중피종에 걸려 2006년 사망했다. 위에서 본 2007년 12월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원고 측이 바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가족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석면피해에 사업주의 민사책임(업무상 재해로 인한 산재승인은 그 전에도 있었음)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현재 제일화학 근로자 18명과 공장 근처에 장기간(7년, 3년) 거주하였다가 중피종으로 사망한 주민 2명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09년 6월에는 석면이 포함된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한 아기와 부모 등 84명이 국가와 제조회사를 상대로 석면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베이비파우더의 원료는 탈크(Talc)라는 광물질인데 이것이 석면에 오염된 것이다. 제조사들은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베이비파우더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인체에 유해한 원료를 사용하였고, 국가는 석면이 포함된 물질을 수입, 사용하는 것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해물질에 많이 노출될수록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소량이라도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 베이비파우더 때문에 석면폐증 등 질병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들은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되어 평생 질병이 발생할 염려를 안고 살아야 하므로 그러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20년대부터 석면광산 채굴을 시작해 1970년대부터 사회전반에서 석면을 사용했다. 아파트와 일반 주택, 학교건물, 다중이용시설 등 지금까지 지어진 건물 대부분에서 석면이 든 건축자재를 사용했다. 석면피해사례가 늘어나면서 1995년을 정점으로 석면수입량과 사용량이 줄어들었고, 올해 1월부터 석면 및 석면을 0.1% 이상 함유한 제품을 제조 및 사용하는 것이 전면 금지됐다. 석면질환의 잠복기가 10~30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환자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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