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4 11:33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서고 나서 한동안 촛불때문에 정신이 없었는지 노동부가 규제완화 카드를 내밀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 달에 규제합리화라는 아주 멋진 이름으로 안전보건규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안전보건규제에 합리화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부시행정부가 좋아했던 단어가 바로 규제합리화였다. 안전보건규제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사업장을 집중 단속하여 처벌하는 대신 모든 사업주를 범죄자로 만들지는 말자는 것이 합리화의 약속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노동자가 연속적으로 죽어나가는 현장에 대해서 조차 근로감독 한 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부시행정부의 규제합리화가 받아들은 성적표였다.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환경에 있어서 규제합리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노동부 관료들이 부시행정부 하에서 노동자 건강이 얼마나 파괴되었는지 잘 살펴보기를 희망한다.
부시... 왠지 이 기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인 듯. ⓒ AFP멀티비츠/나비뉴스
위험산업의 노동자 안전을 증진시키겠다는 정부의 특별프로그램이 거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4월 초 노동부에 대한 감사결과, 지난 6년간 발생된 사망재해 중에서 수십건이 정부가 법집행을 강력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번 감사보고서는 부시행정부 하에서 산업안전보건청의 역할에 대한 최초의 평가결과이다. 부시행정부는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력이 있는 사업장의 안전보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관심과 자원을 투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조사결과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청은 해당 사업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였고, 감독과 처벌에 있어서 불공평했다. 게다가 어떤 경우에는 같은 사업장에서 산재사망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는데 사업장 이름을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그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두 개의 자회사가 동일한 사업주 관리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각의 사업장에서 산재사망이 발생된 것으로 처리하여 사업장의 문제를 알아채지 못하였다.
작년에 정부는 위험산업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의 규정을 바꾸기까지 했다. 그 덕분에 특별관리대상 사업장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이번 감사보고서에서는 정부가 적절한 감독과 처벌만 하였어도 산재사망이 재발되었던 사업장의 위험은 없애거나 감소시킬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하였다. 특히 45명의 사업주들이 운영했던 사업장에서는 연속적인 산재사망이 발생하였는데, 이것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분명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한 예로 TVA라는 공기업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두 건의 유사한 사망재해가 발생하였는데, 만약 첫 번째 사망사고 때 적극적으로 정부가 대처했다면, 두 번째로 똑같은 사망재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의견이었다. 보고서에서는 미국산업안전보건청의 고위험사업장 집중관리프로그램에 들어왔어야 하는 282개 사업장 중에서 적어도 반 이상은 제대로 정보입력도 안되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업, 파이프제조업, 드릴작업, 목재 마감작업, 조명관련업, 에너지관련업 및 선박제조업 등의 업종에는 사망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사업장들이 있는데, 고위험사업장 집중관리프로그램 하에서 근로감독이 실시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감사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셀레스테 몬포르톤 교수(조지워싱턴대 보건대학원)는 과거 산업안전보건청 정책분석전문가로 일한 적 있었다. 그는 이번 감사보고서가 ‘부시 행정부가 국민들에게는 마치 강력한 규제를 집행하고 있으니 염려 말라고 앞에서는 생색내면서, 뒤에서는 아무것도 안한 꼴’이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나쁜 사업주들을 감시하겠다고 말만 번지르르 하게 해서 규제가 합리적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느낌’만 주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산업안전보건청의 새로운 수장을 임명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청은 노동부 산하의 기구이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조직이다. 현재까지 산업안전보건청에서는 감사보고서에 대해 공식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지에서는 산업안전보건청 내부자료를 입수하였다. 이 자료는 규제프로그램이사인 리차드 이 페어팍스에 의해 3월 19일에 작성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고위험사업장 집중관리프로그램의 규정이 바뀐 것은 2008년 1월의 일이었으며, 이로 인해서 집중관리대상사업장이 2007년 719개였다가 2008년에 475개로 급감하였다고 나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