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은 중층적인 하도급 생산구조와 기형적인 고용구조로 여전히 현행 안전보건 제도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최근 여수국가산단에서는 플랜트 건설업에 종사해 온 비정규직 근로자들로부터 사고성 재해가 아닌 백혈병, 폐암 등의 산재신청이 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역학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에 여수국가산단의 비정규직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보건 실태를 조명하고, 현실적인 건강보호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일과건강 연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연재한다. 첫째는 최근 여수지역의 안전보건 이슈 현황과 플랜트 건설을 포함한 건설업의 안전보건상 취약한 구조적 문제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둘째는 여수산단 플랜트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보건 문제와 관련된 현황을 정리할 것이다. 셋째는 안전보건 제도 적용현황과 개선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 기사 필자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산업보건학과 교수 최상준 입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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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 산업보건학과 교수 최상준



# 중층화 된 도급구조가 근로조건 악화시켜


플랜트 건설업 근로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구조가 갖는 근본적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은 건설수요의 불안정성 및 단절성 그리고 생산물의 복합성으로 기업이 자본, 설비, 노동 등 생산요소에 고정을 투자하기 보다는 고정비용과 수요의 불안정에서 오는 위험부담을 기업 간의 수직적 분업인 하도급구조를 통해 분산시키려는 전략을 택하게 한다. 즉 건설업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기업 간의 수직적 분업체계를 낳게 한다. 그러한 수직적 분업체계에서 상위 업체는 하위 업체에 생산 공정의 일부 혹은 전부를 하도급 형태로 넘긴다. 하도급구조는 또 다른 하위의 하도급구조를 재생산함으로써 건설업에서의 생산은 ‘수직적 중층적 하도급 구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도급구조 중층화는 생산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지나친 중층화는 실공사비 잠식 또는 직접 시공자에 대한 원도급자의 통제 어려움 등의 부작용도 언급되고 있다. 지나치게 중층화 된 도급구조가 실공사비 잠식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것이 부실시공 및 근로조건 악화를 야기하는 것이다. 즉, ‘실공사비 잠식 → 무리한 공기단축 및 인건비 절감 시도 → 장시간 근로, 저임금 지급 → 산재 증가, 부실시공 증가, 소득 감소 등’의 악순환에 이르게 하는 근본원인이 되는 것이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03)*.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시공참여자 관리 및 제도개선 방안,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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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십장의 비공식적 인적유대에 의한 건설노동시장의 구조화>자료 : 한국건설산업연구원(2003). 시공참여자 관리 및 제도 개선방안 ⓒ 최상준






# 지속관리 불가능한 독특한 고용구조


건설업에서 중층적 하도급 생산구조와 함께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고용구조의 독특함이다. 계획적인 생산을 통한 인력 수급 예측이 용이한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은 사업 수요에 따라 수급 인력이 유동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건설업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대부분 건설생산구조에서 최하위 단계인 십장 아래 위치한 건설 기능 인력이다. 우리나라의 건설노동시장은 비공식적인 인적유대 관행으로 짜인 나름대로의 시장구조를 가졌다.


여기서 인적유대(人的紐帶, personal ties)란 오랜 경험을 통해 서로를 잘 알게 된 인간적인 관계를 의미하는데 오히려 공식제도에 비해 더 단단한 비경제적 구조를 형성한다. 인적유대는 수직적 유대와 수평적 유대로 나눌 수 있다. 수직적 인적유대란 ‘건설사업주-십장-근로자’에 이르는 일련의 상하 또는 주종간의 인간관계로서 단골유대(patron-client ties)를 통해 표출된다. 한편 수평적 인적유대란 ‘근로자-근로자’ 사이에 존재하는 작업팀(work team)내의 동등한 인간관계로서 동료유대(fellowship, fellow ties)를 통해 발현된다.


건설노동시장에서는 주로 단골유대와 동료유대를 통해 일거리 및 노동력 정보(information)가 유통되고 임금(wage)이 결정되며 적정량의 노동력이 생산과정에 배분(allocation)된다. 이것이 건설기능인력의 주된 수급경로이며 그 핵심에 ‘십장’이 위치한다(심규범, 2000)**. 또한 심규범(2000)은 건설노동시장이 핵심집단(core group)과 주변집단(periphery group)으로 하위 분화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 경계를 가르는 것이 바로 인적유대에 의한 네트워크이다. 최초에 숙련공과의 인맥관계 없이 건설현장에 진입한 건설근로자는 이후에도 비숙련공으로서 주변집단에 속해 핵심집단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을 건설노동시장에서의 노동집단 간 ‘단층화’로 볼 수 있다. 건설노동시장에서 숙련공으로 구성된 핵심집단 중심에는 역시 십장이 자리한다.


이러한 건설업 고용구조의 2가지 특성(이동성이 많고 한시적으로 고용되는 비정규직 일용직 근로자의 비율이 많은 점, 그리고 비공식적 인적유대에 의한 고용시장)이 근로자에 대한 지속적이고 일정한 방식의 안전교육과 관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심규범. 건설현장의 산업안전 효과 제고방안,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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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성정보 가진 발주자 의지와 역할 중요


발주자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건설현장의 산업안전에 영향을 미친다(심규범, 2007)***. 

첫째, 설계 단계에서의 안전한 시공방법 및 요소 반영 여부이다. 안전성 및 편의성이 반영된 설계는 보다 안전한 시공의 여건을 조성해 줄 수 있다. 둘째, 적정 공기 및 비용 확보이다. 지나친 저가수주는 과도한 공사비 절감을 요구한다. 이것은 과도한 공기단축 시도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안전보건에의 관심을 저하시키고 장시간 노동 및 노동강도 강화로 다시 이어지도록 한다. 셋째, 시공 과정의 안전 감독이다. 다양한 사업주와 근로자로 구성된 건설현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발주자의 감독 의지에 따라 산업안전 규정의 실제 작동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업 근로자의 경우 발주자의 영향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플랜트 건설업은 신규 플랜트 건설 공사 외에도 화학공정의 가동을 중단(shutdown)하고 용기 내부를 검사하고 보수하는 대보수 공사(TA)를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벤젠과 같은 발암성 물질에 단기간 고노출 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화학공정 중 각종 용기와 배관 안 내용물에 대한 독성정보는 발주업체에서만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건설 근로자에게 정확한 유해물질 정보와 보호 대책 수립을 위해서는 발주자 의지와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 심규범. 건설현장의 산업안전 효과 제고 방안,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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