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삶은 고통인가요?” 아버지가 대답했다. “글쎄다아~ 내, 삶은 계란은 들어봤어도 삶은 고통은 처음 들었구나…”
[이현정의 삶은 고통]은 ‘삶은 고통’은 들어보지도 않았다는 아버지의 위트와 같은 좌충우돌 이현정의 세상살이 입니다.
▲ 시즌5로 돌아온 막돼먹은 영애씨 출연진들. 세상사는 이야기를 현실감있게 보여주는 '막돼먹은 영애씨' 활약이 기대된다 ⓒ tvN
살집은 그대로, 신분은 비정규직으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영애 씨가 돌아왔다.
예쁜 얼굴 낭창낭창한 목소리로 “너나 잘 하세요~”를 날렸던 친절한 금자씨 주연배우 이영애가 아니다.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tvN)에서 매주 금요일 밤11시에 방영하는 다큐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5 주인공이다. 출산드라로 유명세를 탄 개그우먼에서 ‘지대로’ 연기자로 변신한 김현숙 씨가 영화배우 이영애와 이름은 같되 외모는 전혀 다른, 게다가 성격까지 한 수 하는 ‘이영애.’
영애 씨는 올해 32살. 별명이 ‘덩어리’일 정도의 살집을 자랑(?)한다. 수시로 다이어트에 도전하지만 성공확률 제로에 가깝다.(시즌3에서 영애 씨는 단식원에서 도망 나왔다.) 먹성 또한 좋다. 술도 잘 마신다. 욕도 잘 한다. 제목처럼 막돼먹은 짓도 잘한다. 다만 대상은 응징이 필요한 ‘막돼먹은 인간’이다. 뒤통수 후려치기, 가방으로 때리거나 패대기치기, 끝까지 쫓아가서 응징하기 등. 가끔씩 속을 뒤집어 놓는 직장상사에게도 발휘된다. 신고 있는 구두 굽으로 커피 타 주기, 칫솔로 살짝 변기 닦아 주기, 식당에서 발가락 사이를 후빈 젓가락 제공하기 등 상황에 따라 대응법도 다르다.
시즌4까지 옥외 광고물을 만드는 기획회사 아름다운 사람들에서 디자이너였던 영애 씨는 시즌5에서 비정규직이 되었다. 경쟁사인 그린기획에 합병되었기 때문이다. 월급도 깎였다. 비정규직이라서 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다. 왜? 정규직을 위한 공간이니까. 영애 씨는 집에서는 노처녀로 직장에서는 비정규직으로 이번 시즌 카피처럼 ‘한 마리 들개처럼, 한 뿌리 잡초처럼 사는 게 전쟁’ 같은 일상을 전개한다.
영애 씨에게 공중파 드라마 이상의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이처럼 그의 하루가 연애생활이 직장에서의 힘겨움이 때로는 내 모습, 때로는 친구 모습처럼 ‘날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제 3회를 마친 영애 씨 일상을 살짝 들여다보면 이렇다.
▲ 정규직 전환권을 가진 이사(왼쪽)와 비정규직 영애(가운데)와 지원. 실력으로 정규직이 되겠다는 영애와 아부를 해서라도 정규직이 되고픈 지원. 단짝이었던 이들은 정규직을 놓고 어떤 갈등을 보일까? ⓒ tvN
정규직이 되고 싶어요
그린기획으로 합병되면서 비정규직이 된 사람은 4명. 영애 씨와 영업팀 김원준 정지순, 총무 변지원. 천부의 아부기질을 발휘하는 지순과 애교로 승부하는 지원은 그린기획 이사를 극진히 모신다. 정규직이 될지 안 될지 열쇠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 영애 씨는 일로 승부하겠다며 두 사람의 아부 작전에 동참하지 않는다.
그러나, 버뜨(but).
일로 승부를 하든 말든 영애 씨는 비정규직이다. 이사는 영애 씨에게 아들의 초등학교에 가서 대신 교통지도를 ‘하라고’ 부탁한다. 허리 굽히지 않으려 했던 영애, 지순과 지원이 비정규직 중 일부를 정규직으로 뽑을 것이라는 정보를 독점한 사실을 안 뒤 결국 교통지도에 나선다.
노처녀는 노마진이니?
한편, 영애의 동생 영채가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엄마는 영채가 남편 잘 만나 유학도 간다고 좋아한다. 32살에 애인도 아직 없는 영애는 눈엣가시.
동생이 유학가기 전에 엄마와 온천여행을 가자고 제안하는데 월차를 써야한다. 비정규직이라 월차 쓰면 급여도 깎이고 눈치는 있는 대로 보이고. 아직 집에다 처지를 얘기 안 한 영애는 혼자서 속을 끓이며 여행에 동참한다.
점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 후식을 내오는 젊은 사장이 영애 엄마 눈에 들어온다.
“혹시, 결혼은 하셨수?”
“아직 안했습니다. 참한 색시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우리 딸은 어떻수?”
영애와 전혀 다른 외모의 소유자 영채를 본 젊은 사장.
“어휴~ 나이차가~”
“아니, 그쪽은 시집갔고, 우리 큰딸.” 영애를 가리킨다.
“어험. 어험. 아무래도 연상은 좀…”
“어머, 무슨 연상이야~ 사장님보다 한 살 적어요.”
(식당 출입구를 보며)“어서 오세요~ 손님”
민망한 영애, 노처녀는 아무데서나 끼워 맞추면 되는 건지 엄마가 원망스럽다.
▲ 막돼먹은 인간은 끝까지 쫓아가서 응징하는 영애씨.2009년 영애 씨는 어떤 막돼먹은 짓으로 시청자들을 대리만족 시킬 것인지 궁금하다. ⓒ tvN
신선한 드라마 찾는 당신에게 강추
막돼먹은 영애씨는 매 시즌마다 1% 이상의 시청률을 꾸준하게 유지했다. “뭐야? 고작 1%!”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케이블 시청률 1%는 공중파 시청률 10%와 맞먹는 수준이다. 약점을 가진 미모의 여주인공이 젊은 재벌과 만나 힘겨운 사랑을 이어가는 드라마에 물렸는가? 막돼먹은 세상에 후련한 똥침 한 방 놓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 삶이 내 삶’인 막돼먹은 영애 씨의 2009년 삶에 동참해보자.
마지막으로.
“나를 노마진 세일에 내몰지 않은 어머니! 정말 무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