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나만을 위한 일 작당해볼까?

2012.03.04 02:01

조회 수:4393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삶은 고통인가요?” 아버지가 대답했다. “글쎄다아~ 내, 삶은 계란은 들어봤어도 삶은 고통은 처음 들었구나…”

[이현정의 삶은 고통]은 ‘삶은 고통’은 들어보지도 않았다는 아버지의 위트와 같은 좌충우돌 이현정의 세상살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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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일이나 계획을 쭉 나열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이현정



그냥 술자리 말고 나누는 자리로


지난 1월 1일에는 모처럼 세 가족이 모였다. 본가격인 망우동(부모님과 필자거주), 강남권 큰 오빠, 대구지역 작은 오빠 가족이 신년을 빙자해 모임을 가졌다.


만두피를 직접 빚어 만든 만둣국을 푸짐하게 먹은 지 3시간여 뒤. 해가 어스름해지는 것을 빙자해 시장에서 회를 떠오고 꿍쳐두었던 12년산 커티샥을 꺼내 본격으로 신년모임을 시작했다.


몇 순배의 술잔과 술이 돌자 대구댁인 작은 오빠가 어제 처갓집에서도 했던 것이라며 “우리도 각자 올 해 계획을 한 번 얘기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단서가 있다. 두리 뭉실하게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자기만의’ 계획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획이라… 고민만 했지, 그때까지 딱히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나는 다행히도 마지막 순번이었다. 제안을 한 대구댁이 먼저 말했다. 그는 돈을 많이 벌자가 2009년 목표인데 방법은 논문을 많이 쓰겠다는 것이다.(참고로 대구댁은 모 대학 교수이다.) 연구를 많이 하겠다는 것이 우선인지, 돈을 위해 연구를 하겠다는 것인지? 대구댁 됨됨이로 봐서는 전자일 확률 99.9%. 

다음으로 엄마. 염려되었던 예의 말씀이 나왔다.


“우리 가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오…”

“엄마, 그런 건 안 된다니까. 엄마를 위한 거, 그런 거 말씀해보세요.”

“음~, 나는 지금 하는 봉사 계속하면서 건강한 거. 특히 무릎.”


아버지. 필자의 미력한 기억력으로 통과. 

강남권 큰 오빠는 40평대 아파트로 이사가는 거란다. 결혼 후 쭉 강남권에서 살아온 그의 눈높이를 만년 강북권 최하위 재정자립도 중랑구에 살아온 나는 맞출 수가 없다. 맘고생 많은 큰 새언니는 마지막에 하겠다니 통과. 둘째 새언니는 살빼기이다. 둘째 출산 뒤 아직 수유중인데, 젖을 떼면 다이어트에 들어가겠단다. 임신과 출산으로 불어난 살을 옛적 몸매로 돌리고 싶은 마음은 아마도 모든 기혼 유자녀 여성들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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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모임에 찍은 사진이 없어 작년 대구댁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냈다. 가족도 자주 만나야 정이 도타워진다. ⓒ 이현정



나를 위한 선물을 찾아보자


내 차례. 다들 한 가지 정도인데 무려 세 가지가 정리되었다. 1. 신내동에 들어서는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당첨(이 부분에서는 엄마와 함께 ‘투쟁!’하며 결의를 다지기도) 2. 3kg 감량(가능하면 배와 허벅지살 집중공략) 3. 마흔 살에 떠날 여행 자금 착실하게 마련 발표.


“아니, 그럼 시집은 언제가?”(예상된 반응이다.)

“시집을 안 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사람 있으면 가겠지. 일단, 지금은 사람이 없으니까.”

(지원사격)“그래, 얘가 안 가겠다 주의가 아니니까. 현정이는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는 거지.”(소개나 시켜주면서 제발 그런 말을 하라구!)


이제 마지막 순서, 큰 새언니. 

“작년에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올 해는 정말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어요.”

어렵다. 하지만 큰 새언니 마음 고생한 거 아니까 통과.


각자 가족을 꾸리고 생활공간도 다르다보니 명절 아니면 보기 힘들어져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잘 몰랐던 차에 이번 신년 모임은 나름 좋은 술자리였다. 이날을 계기로 나 역시 올 해 일터에서 할 계획과 자신만을 위해 하고픈 일을 정리 중이다. 그리고 되도록 생활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몇몇 가지를 골라 지금 실천 중이다.


올 해 세웠을 여러 가지 계획 중에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한’ 것을 하나쯤 마련하는 건 어떨까? 여행·서른이 되는 나를 위한 선물증여·성형·운동…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라면 그것을 마련하는 방법을 실행에 옮기는 것도 쏠쏠한 재미일 것이다.


아무쪼록 당신만을 위해 파이팅이다.


○ 2009년 이현정 일상생활 속 계획들

1. TV 줄이기(집에 가자마자 TV 켜는 중독증세 고치기)

2. 일찍 출근하기(08:20)

3. 생활업무 미루지 말기(빨래․다림질․세탁소, 설거지 등)

4. 과식 금지(특히, 어설프게 술 마신 뒤)

5. 가계부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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