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4 01:52
이 기사는 일과건강 2008년 12월호 '노동법률이야기' 꼭지 내용입니다. 글 필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부법인 공인노무사 이수정] 님입니다. 글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필자와 출처를 밝혀주세요. 고맙습니다.
노사정이 모여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면 회의장소 앞은 '제대로 된'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다.
“생활 속으로 - 최저 임금을 인상하면 10대들은 유리할까 불리할까?”
루이지애나 주에 위치한 사이더윈더사는, 여름 한 철 동안 12명 이상의 청소년을 최저 임금을 주고 고용하여 주차장의 잡초를 뽑거나 주차 공간을 넓히는 등의 일을 시켜다. 그러나 1990년대 초에 최저 임금이 인상되면서, 청소년 근로자를 3~4명 수준으로 줄였다. 그리고 올해 또 최저 임금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 회사는 여름이면 청소년들을 고용하던 전통을 중단하였다. - 뉴욕타임스, 1996년 7월 9일 -
법 취지 못 살리는 결정방식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서에 인용된 내용이다. 특정 기업을 사례로 최저임금인상은 고용 감소로 이어져 실업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최저임금법」개악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 내용은 △지역별 차등 최저임금제도 도입 △10% 감액 적용되는 수습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 △60세 이상 고령노동자 감액 규정 적용 △숙박과 식사비를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임금에 넣자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한 취지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1928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최저임금결정기구의 창설에 관한 조약’을 비준한 이래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에 이르러서야 「최저임금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1인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이라면 모두 그 적용 대상이 된다. 그리고 사업주는 최저임금액을 사업장에 게시하여 이를 노동자에게 알려 줄 의무 뿐 아니라 최저임금액 이상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알려 줄 의무를 위반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고 중복처벌이 가능하다.
이 법 제4조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노동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이와 같은 고려 사항은 무시한 채 매년 노사정 공익위원들의 줄다리기를 통해 전년대비 인상률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결정된 최저임금(2008년 적용 시급 3770원, 2009년 적용 시급 4000원)은 노동자가 생활안정을 도모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다. 최저임금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최저임금 결정 방식 개선, 생활안정을 위한 합리적인 최저임금 수준 결정 등 현 제도를 적극 보완할 필요가 있다.
벼룩 간 빼 먹자는 노동부
그런데 노동부장관은 지난 10월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올라갔다”며 현실을 역행하는 발언을 하더니 모 국회의원은 개악 입법안을 통해 ‘최저임금을 정부가 결정하자’, ‘최저임금의 감액 대상과 기간을 늘리자’, ‘지역과 산업별로 차등을 두자’, ‘숙박과 식사비를 제외하자’는 등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
최저임금제도 변경안 | |
• 60살 이상 근로자 |
- 최저임금 이하 지급 가능 |
• 수습 근로자 |
- 사용기간 6개월로 연장 |
- 숙식비 빼고 임금 지급 가능 |
현재의 「최저임금법」은 장애인은 아예 적용을 제외하고, 3개월 이내의 수습노동자(10% 감액)와 감시·단속적 업무를 하는 노동자(20% 감액)에는 이미 감액 적용을 한다. 이는 최소한의 생활안정을 위한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어서 당장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지역과 산업별로 차등을 두고 감액 적용되는 노동자층을 더 늘리자는 것은 경제위기와 고용불안을 빌미로 ‘벼룩의 간’을 빼먹자는 것이다.
또한, 이 법은 최저임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최저임금액에 산입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임금으로 “가족수당·급식수당·주택수당·통근수당 등 근로자의 ‘생활을 보조’하는 수당 또는 식사, 기숙사·주택제공, 통근차운행 등 현물이나 이와 유사한 형태로 지급되는 급여 등 근로자의 ‘복리후생’을 위한 성질의 것”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악안대로 ‘숙박과 식사비’를 최저임금액에 넣어 산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미미하나마 최저임금제도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생활 보조와 복리후생’마저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으면 풀어서 다시 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