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운전기사는 어떠한 위험을 안고 있을까? 교통사고의 위험도 크지만, 폭력의 문제가 갈수록 대두되고 있다. 술취한 승객에 의해 맞거나 욕을 먹는 경우가 많으며,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받고 있다. 버스운전기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운전석 주변을 아크릴 판으로 막아놓은 것은 이러한 문제 때문에 대책으로 마련된 것이다.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이런 문제는 발생되고 있다.
2008년 12월 말에 전해진 버스운전기사에 대한 해외 소식 두건을 정리하였다. 첫번째는 네덜란드에서 이러한 폭력문제 때문에 버스기사에게 작업중지권을 주도록 노동조합이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 그리고 두번째는 호주 시드니에서 버스기사를 보호하기 위한 CCTV가 관리자들에 의해 악용되면서 발생되는 교통사고의 위험에 대해 전한다. 호주의 사례는 안전을 위한 목적이라는 애초의 용도를 벗어나 노동자를 통제관리할 도구로 사용할 경우 어떠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첫번째 소식 : 버스운전사들을 보호하라 - 네덜란드 노동조합
출처 : Dutch News, Friday 26 December 2008 14:07 UTC
네덜란드의 노동조합이 공영버스회사들을 상대로 버스운전사와 차장들에 대한 보호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위험한 승객을 만났을 때 운전을 포기하고 도망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과, 버스기사 뿐 아니라 차장들이 인격적 모욕에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운전기사와 차장의 10 % 정도는 물리적 폭력을 경험한 바 있으며, 75 %는 인격적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노동조합에서는 심각성을 어서 인식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법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번째 소식 : 버스운전기사들, 감시카메라 때문에 화가나다
출처 : Andrew West, Sydney Morning Herald, December 28, 2008
버스 운전사들이 차량에 설치된 안전감시용 카메라 때문에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호주에서 제기되었다. 임상심리학자인 케릴 에간 여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사의 운전을 모니터하는 안전카메라가 운전기사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화나게 한다는 것이다. 호주의 경우 대부분의 주에서 운행되는 버스에는 여섯 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이 카메라들은 폭력으로부터 운전사와 승객을 보호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호주의 운수노조의 요청으로 시작된 이번 연구에서는 감시카메라 중의 한 대는 운전사를 비추고 있는데, 이 카메라는 결국 운전사의 사소한 위반행위까지 기록하기 때문에 운전사는 자꾸 카메라를 신경쓰게 되고 결국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연구를 담당한 케릴 에간 여사의 의견이다. “카메라는 매우 위협적입니다. 카메라 때문에 운전기사는 불안합니다. 자신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이 없어집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주저하게 되어서 오히려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스트레스를 공공안전 문제로 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감시카메라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운수노조 버스분과 라울 바온자 사무처장은 이러한 카메라의 용도에 대해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관리자들은 감시카메라를 통해서 사소한 위반사항들을 적발하고 처벌해왔습니다. 어떤 위반사항들이냐하면 버스차선을 벗어나서 달렸다거나, 너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거나 하는 것들입니다. 결국 감시카메라의 영상기록은 승객을 보호하기보다는 운전사를 징계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버스산업 외에 어떤 곳에서도 이렇게 치밀하게 노동자의 행동을 감시하는 업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의견이다. 이번 연구는 시드니 시의 513명의 버스운전사들에 대해 조사한 것이다.
안전을 위해 CCTV가 설치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문구가 버스 옆면에 있다 ⓒ DDTV(from Flickr)
보고서에서는 카메라 영상이 운전기사들을 처벌하는데 사용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운전사의 얼굴에서 1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항상 신경쓰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두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서 버스운전사의 신경을 건드리고, 버스운전사가 평상시처럼 자연스럽게 운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서는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에게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줄 것이 아니라, 좀 더 다른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교통부장관인 데이빗 캠벨은 CCTV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운전사와 승객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CCTV는 승객과 운전사의 안전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이 시스템이 도입된 후, 카메라는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었고, 실제로 버스기사에 대한 폭력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은 CCTV를 안전과 보안을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버스기사의 운전행위를 감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버스기사들의 의견은 다르다. 시드니 동쪽 교외지역에서 운전을 하는 한 여성 버스기사는 카메라를 통해 관리자들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 감시할 수 있고,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버스기사들은 문제를 일으킬만한 손님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들 또한 범법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집자주 : 아래 관련기사를 보면 감시에 대해 이상윤 선생이 쓴 글이 있습니다. 감시받는 노동자의 스트레스에 대해 아주 잘 정리한 글입니다. 함께 읽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