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 간의 산고 끝에 궤도연대에서 요청하여 수행한 「철도안전법 개정을 위한 전동차 1인승무 문제점과 역사무인화 경향연구」 최종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당초 이 연구는 지난 5월 한국철도공사에서 기습적으로 시행한 철도 중앙선(용산-팔당) 구간의 1인승무제(앞에 기관사가 타고 뒤에 차장이 타는 전형적 구조에서 탈피하여 차장을 없앤 제도이다.)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연구를 계획하면서 우리나라 궤도(특히 전동차 부문)에서 1인승무가 아무런 원칙도 없이 마구잡이로 도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문제가 크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제대로 된 접근을 통하여 무늬만 ‘안전’을 외치는 ‘철도안전법’을 개정하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연구는 사실상 쉽지 않았습니다. 철도라는 기술집약적인 산업에서 ‘기관사와 차장’, ‘철도의 각종 시설’은 모두 ‘철도안전’ 과는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철도라는 특정 전문기술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철도 왕국’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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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궤도의 전동차 분야(보통 지하철로 불리우는)의 1인 승무 도입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 1> 전국지하철 승무현황(2008.10 현재)

구 분

철도

서울

지하철

도시

철도

부산지하철

(1호선/그외)

대구

지하철

인천

지하철

수도권

중앙선, 분당선

승무원 수

2명

1명

2명

1명

1명

1명

1명

제어시스템

ATS

ATS, ATC

ATC

ATO

ATC / ATO

ATO

ATO

운전방식

수동

수동

수동

수동

수동 / 자동

자동

자동

PSD설치율

신길역 1개소

53.0%

27.7%

19.6%

3.6%

13.0%

전동차양수

10량

8량, 6량

10량

8량

(5~7호선)

8량 / 6·4량

6량

8량

혼잡도

혼잡도는 서울지하철만 자료가 제공되었는데, 2008년 10월 현재 1호선 135%, 2호선 224%, 3호선 140%, 4호선 199%임. 평균 174.5%.

자료: 전국궤도노동조합연대회의, 「궤도 백서」, 2006.11, 각 사 홈페이지, 철도통계연보 각년도에서 가공.
주 1: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제어시스템은 자동으로 가능한 구조이나 전사적 차원의 에너지절감 대책으로 수동운전을 실시하고 있다.
주 2: 혼잡도는 100%가 차량 정원이다.



서울지하철의 경우와 철도의 수도권 구간을 제외한 모든 지하철은 1인승무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기준에 의해 이렇게 운영되는지를 살펴보면 아무런 원칙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관사의 운전 편리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자동화시스템과 관련하여 볼 때도 시스템이 모두 다르고 전동차 양수나 여객밀도(특히 혼잡도)도 매우 다른데 어디는 1인승무, 어디는 2인승무가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서울지하철에서는 2008년 「서울메트로 창의혁신안」을 통해 전면적인 1인 승무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2003년 끔찍했던 대구지하철 참사를 기억해보면 ‘뒷쪽에 차장만 있었더라도...’라는 공식-비공식 사고 원인 분석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장의 존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일본은 많이 달랐습니다. 우선, 동경시내를 경유하는 세 개의 기업을 볼 수 있는데 동경메트로, 도영지하철, JR동일본이 그들입니다. 동경메트로와 도영지하철은 우리나라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공사와 유사합니다. 그리고 JR동일본은 철도공사의 수도권전철과 유사합니다. 동경메트로와 도영지하철은 13개 노선을 가지고 있는데 이 중에서 1인승무가 진행되는 곳은 4개 노선 정도입니다. 나머지 9개 노선은 2인 승무를 시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JR동일본 구간에서는 1인승무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와 다른 것은 1인 승무를 수행하는 4개 노선은 모두 ATO 체계 하에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전역사에 PSD(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전동차 양수도 우리보다 적었습니다. 또한 혼잡도의 경우 150%를 행정조치 기준으로 하여 낮은 곳을 중심으로 1인승무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표 2> 일본지하철 비교



호선명

신호체계

승무

방식

PSD

설치

양수

혼잡도

도영지하철

아사쿠사선

ATS

2인

X

8

133

미타선

ATC / ATO

1인

6

164

신주쿠선

ATC

2인

X

8

173

오에도선

ATC / ATO

1인

X

8

-

동경메트로

히비야선

CS-ATC PTC

2인

X

8

-

긴자선

CS-ATC PTC

2인

X

6

168

마루노치선

CS-ATC PTC

2인

6

-

도자이선

CS-ATC PTC

2인

X

10

-

남북구선

CS-ATC PTC / ATO

1인

6

-

유라구쵸선

CS-ATC PTC

2인

X

8, 10

173

후쿠토신선

CS-ATC PTC / ATO

1인

8, 10

-

치요다선

CS-ATC PTC / ATO

2인

10

-

한조몬선

CS-ATC PTC

2인

X

10

-



자료: 동경도교통국,「도영교통의 개황」, 2008. Bureau of Transportation 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Outline of Toei Transportation」, 2006. Tokyo Metro, 「Tokyo Metro Handbook」, 2008. 동경메트로, 「동경지하철주식회사 회사안내」, 2008.

주1 : PTC(Programmed Traffic Control)

주2 : 동경시내의 평균 혼잡도는 2007년 현재 172%로 보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인승무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사령에서 기관사의 업무를 줄여주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특히 역무에서 승강장 안전요원에 대한 대대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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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승강장을 감시하고 있는 역무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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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승강장을 감시하고 있는 역무원2






이러한 현저한 차이는 일본이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철도왕국’이라 불리울 수 있는 관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역사에서 역무원을 보기 힘들어진 문제(역사 무인화)와 관련해 일본의 역무현황을 비교하였는데 여기에서도 놀라운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일본에서는 자동판매기가 대부분의 매표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모든 게이트에 역무원이 상주하면서 안내와 매표, 장애인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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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개찰구 옆 안내소거의 모든 역에 이런 형식의 안내소가 설치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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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5> 개찰구 옆 안내소 - 승객안내 역무원





본 조사과정에서 우리나라 수도권과 부산지역, 대구지역에서 이루어진 지하철 이용자 만족도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매표 무인화에 대한 의견은 반반이었지만 1인 승무가 진행되는데 대해서는 80% 이상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 3> 매표 무인화와 1인승무제도 변화에 대한 이용자 의견

 

 

매표 무인화 진행

1인 승무 진행

안다

동의한다

안다

동의한다

빈도

(명)

구성비

(%)

빈도

(명)

구성비

(%)

빈도

(명)

구성비

(%)

빈도

(명)

구성비

(%)

90

91.8

53

54.1

67

68.4

17

17.3

아니오

8

8.2

45

45.9

31

31.6

81

82.7

98

100

98

100

98

100

98

100





노동자들의 반대는 매우 높은 상태이다. 이용자가 반대하고 노동자도 반대하며 일본과 비교해 볼 때 어떠한 기준도 없는 현재의 우리나라 1인승무제 무분별 도입과 역사 무인화는 변화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특히 21세기 에너지 위기에 따른 궤도 교통의 수요 진작에 대비한 안전기준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철도안전법 상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는 기준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 2인승무 법제화 기준 마련



<표 4> 지하철-수도권 광역철도에서 1인승무가 가능한 물리적 조건



범주

주요 내용

신호체계

ATO

혼잡률

150% 이하

전동차 양수

8량 이하(단, 혼잡률이 150%~170% 사이일 경우는 6량 이하)

승강장 감시

러시아워 시간대 2인의 감시자 상시배치, 비러시아워 시간대 1인의 감시자 상시배치*

사령의 지원

전동차에 이례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기관사가 기관실을 떠나지 않고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사령에서 방송, 안내 등을 전담하여야 하며 기관사가 차량을 직접 고치러 기관실을 비우는 상황은 극히 제한해야 한다.

PSD

1인승무 구간 전체 설치




* : 이 인력은 현재와 같은 비정규직(공익요원이나 고령 노동자)가 아니라 정규직으로 훈련받고 숙련된 노동자
주 : 각 범주는 ‘또는’이 아니라 ‘그리고’로서 모든 범주가 만족되어야 1인 승무를 시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표 5> 지하철-수도권 광역철도에서 1인승무가 가능한 인적 조건



범주

주요 내용

승무시간 규정

- 총 승무시간 규제 : 이 승무시간은 항공법에서의 조종사 시간 규정처럼 상한을 정하여 이를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 노사가 합의하더라도.

- 계속 승무시간 규제 : 현재 일본은 연속 승무시간은 2시간 30분으로 규정

휴게시간 규정

반드시 쉬어야 할 시간을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정신건강

사고처리 결과로 인한, 기간 근무 중 발생한 각종 정신적 장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승무원의 상태를 노동자 개인만이 평가하여 계속 승무하는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물론 PSD의 경우는 1인승무(즉, 기관사의 업무를 지원하고 시스템적으로 운전안전성을 높이는)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이지만 승객들의 안전을 위하여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물론 최근의 사고에서처럼 PSD가 없었다면 나지 않았을 사고가 발생하여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고는 우리를 매우 당혹케 하고 있으며 PSD 또한 기술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위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들은 최소기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혼잡률의 경우 수시로 변화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150%이하의 가변성을 고려하여 약 10% 범위 내에서는 량수를 줄여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였습니다.  


2. 역사(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언


역사의 무인화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생산력 발전의 효과로 자동화가 이루어졌다면 그 부대효과는 다시 민중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는 (안전)서비스 강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커다란 역사에서 역무원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해석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매표를 합리화 한다는 명분아래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은 일본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이 매우 많다고 판단됩니다. 역에 역무원을 배치해야 합니다. 개찰구에, 안내소에, 승강장에, 이것이 진정한 서비스 개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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