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4 01:17
이 글은 일과건강 2008년 11월호 [노동법률]원고이며 필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이수정 님 입니다. 글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와 필자를 명기하셔야 합니다.
지난 9월 30일 강남성모병원은 간호보조원 28명을 ‘대량 해고’(강남성모병원 입장에서는 단지 ‘계약 해지’)해 놓고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 병원의 해고 책임 회피와 함께 드러난 몇 가지 일을 열거하자면 이렇다.
첫째, 강남성모병원과 파견업체가 맺은 계약서에는 ‘간호보조원’이 ‘간병인’으로 둔갑해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규정상 간병인은 파견 대상이 되지만 간호보조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은 이 노동자들을 처음 고용할 땐 직접 고용했다가 2006년 10월 파견업체 소속으로 전환시켜 다시 간접 고용했고, 2008년 9월 직접 고용 의무를 피하기 위해 계약 해지를 한 것이다.
둘째, 월 급여를 더 지불하면서까지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사용해 왔다. 그러면서도 병원은 ‘비용 문제’로 정규직 전환이 어려워 해당 비정규노동자들의 계약을 ‘해지’했노라 변명했다. 병원이 모 파견업체에 노동자 한 명당 한 달 급여 명목으로 지불한 금액은 2,413,400원, 이 중 노동자가 받은 금액은 공제 전 기준으로 1,740,480원, 차액 672,920원은 고스란히 파견업체 몫이었다. 그런데 그냥 앉아서 돈을 벌게 해 준 노동자들에 대해 이 파견업체도 책임이 없단다. 그렇다면 이 해고 노동자들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걸까?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 간접 고용관계에서 사용자의 법적 책임과 의무는 계속 문제가 있어왔다. 사용자는 비정규직을 사용하여 비용 절감을 꾀하는 한편 사용자의 법적 책무를 피하기 위한 갖은 꼼수를 부려왔기 때문이다. 불법파견, 위장도급, 특수고용 등이 대표적이다.
파견법상 ‘노동자 파견’은 <그림1>과 같이 파견사업주가 노동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종사하게 하는 형태로 ‘고용’과 ‘사용’이 분리되었다. 이와 유사하면서 구별되는 형태가 민법(제644조)상 도급(그림 2 참고)인데, ‘도급’은 발주기업으로부터 업무를 주문받은 기업이 직접 노동자를 지휘·감독하여 작업을 마치고 그 대가로 발주자로부터 보수를 받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수급인이 일의 완성을 위해서 자신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그 노동자에 대한 지휘·감독을 비롯한 모든 법률상의 책임이 전적으로 수급인에게 있다는 점에서 파견과 구별된다.
파견법 제2조(정의) 1. “근로자 파견”이라 함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 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민법 제664조(도급의 의의) 도급은 당사자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실제에서는 도급과 노동자 파견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2007년 6월 노동부에서 판단 기준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부가 지난해 파견업체를 점검한 결과 1513건의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도 사법처리는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설령 불법파견으로 판단을 받는다 해도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으니 기륭전자, 코스콤 등 노동자들의 상황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이쯤 되면 파견법은 파견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보호하는 법이 되어 버린다. 강남성모병원 노동자는 누가 책임져야 맞는가? 누가 책임져야 옳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