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안전보건동향을 살펴보다보면 MB만 역주행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유럽이다. 그리고 오바마 당선자의 환경과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규제강화 움직임도 에상된다. 부시 행정부에서 노동안전보건은 확실히 후퇴했으므로, 오바마가 어떻게 원상복구할 것인지 궁금하다. 그 밖에 유해물질과 관련한 규제조치의 강화도 살펴볼만한 사건들이 있다. 부시와 MB는 확실히 비슷하다. 하지만, 부시는 이제 실패한 과거일 뿐. 부시를 쫓아가는 MB의 역주행을 비판하기 위한 해외사례를 몇 개 준비했다. 오늘은 유럽의 노동시간 감소를 위한 유럽의회의 의미있는 결정내용을 소개한다.


지난 12월 17일은 유럽의회의 총회가 개최된 날이다. 이 날 있었던 투표결과는 영국의 노동조합들에게 너무도 기쁜 소식이었다. 영국노동조합 TUC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까지 표현하면서 반가워하였다. 12월 17일 유럽의회 총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올해 초 유럽연합정부(EU)는 주48시간 이상 노동을 금지조항에 대해 영국은 적용을 제외하기로 합의한 바 있었다.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동의하면 주48시간 이상 노동을 하여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그 결정에 반발한 유럽사회주의자당에서는 이번 총회에서 영국에 대한 적용제외를 없애자는 안건을 발의하였고, 그것이 통과된 것이다. 사실, 영국에게 불리한 이번 결정이 통과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힘들었다. 유럽사회주의자당이 유럽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정당이지만, 경제위기 속에서 유럽의회가 영국과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결의를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었다. 지난 15일자 신문 The Parliament에서도 친기업적 로비스트들이 경제위기 때문에 이번 투표가 실패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보였다고 보도한 바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가움과 의미는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영국노총 TUC 뿐 아니라, 영국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UCATT에서는 즉각 환영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영국건설노조에서는 사업주들이 요구하는 한 노동자들은 주48시간 이상 노동하겠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심각한 피로가 발생하여 안전보건을 위협해왔다고 보고 있다. 교육센터에서는 12월 15일자 The Parliament와 12월 17일자 BBC 방송 보도를 종합하여 이번 결정의 의미를 정리하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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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유럽의회 스트라스부르그 총회를 앞두고 유럽의회의 대규모정당인 

                                         사회주의자당 총수인 마틴 슐츠가 유럽의 장시간노동문화를 끝내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 The Parliament


12월 15일(월) The Parliament 기사 제목은 “유럽의회에서 48시간이상 노동을 금지하는 규제에 대한 논의가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진은 유럽의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독일 출신 마틴 슐츠 의원을 실었다.


간단히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The Parliament 12월 15일(월) 보도내용 요약
유럽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정당인 유럽사회주의자당 총수 마틴 슐츠는 이번 스트라스부르그 유럽의회총회에서 영국의 주48시간 노동규제 예외적용을 없애겠다고 공약하였다. 지금까지 영국은 유럽에서 시행되는 주48시간 노동제의 적용예외 국가였다. 독일 출신인 마틴 슐츠는 유럽의 모든 사회주의자들이 유럽의 장시간노동을 철폐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48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위험하며, 건강에 좋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슐츠의 주장은 ‘점점 더 많은 민중들이 먹고살기 위해 더 오랫동안 일을 하도록 내몰리고 있는데, 이것은 현대사회의 노예노동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출신의 유럽사회주의자당 사회정책대변인 슈테판 휴즈 또한 이렇게 말했다. “장시간 일을 한다고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닙니다. 영국에서 320만명의 노동자들이 주48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수입이 많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영국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10명 중 7명의 노동자는 노동시간이 줄어들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노동시간이 길다고 기업이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산성이 좋으면서도 노동시간이 짧은 나라는 아주 많습니다. 유럽의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건 장시간노동정책이 아니라 현명한 노동정책입니다.” 사회주의자당 알레한드로 세르카스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주자는 것은 환상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상황은 이렇습니다. 새로운 사회적 진보를 이룰 것이냐, 아니면 19세기 산업혁명의 암울한 시대로 돌아갈 것이냐.” 영국노동조합인 TUC에서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조치가 영국의 기업들에게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증진시키고, 스트레스와 피로에 의한 수많은 재해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EU의 친기업적 로비스트들은 785명의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편지를 전달하였다. 그들은 영국에서 노동자들의 다른 권리를 확대하는대신 48시간 이상 노동을 금지하는 규제를 일부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유럽연합의 실용주의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영국을 48시간이상 노동금지 규정의 적용제외 국가로 그대로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유럽정부가 영국에게 노동시간과 관련한 불리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친기업적 로비스트들의 판단은 틀렸다. 12월 17일(수) 유럽의회는 영국에 대한 적용제외를 철회하기로 결정하였다. 투표결과는 421대 273이었다. 압도적 승리였다.


BBC방송에서는 “영국의 노동시간 적용제외가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하였다.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입장과 노동시간을 줄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분위기를 BBC는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BBC의 보도내용이다. 


BBC방송의 12월 17일자 보도내용
영국노동조합 TUC에 따르면 영국노동자들은 유럽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한다. ⓒ BBC

영국정부는 이 결정에 대해 유럽연합정부와 논의를 진행할 것이지만, 적용제외를 유지해 달라는 요구를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에서 결의가 된 만큼, 행정적인 최종 결정은 내년 초 유럽 장관회의 조정 이후 내려지게 될 예정이다. 만약 영국에서 유럽의 주48시간이상 노동금지규제를 따르게 된다면,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시행하게 된다.


영국출신의 유럽의회 의원인 게리 티틀리는 영국노동당 출신이지만, 적용제외를 없애는 것에 반대하였다. 그는 찬성파와 반대파의 입장이 너무 차이가 크기 때문에 유럽연합에서 조정하기가 만만치 않으며 결국 교착상태에 빠지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티틀리 의원은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유럽연합이 획일적 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각 국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열린유럽 소속 마치 퍼슨 의원은 결정을 번복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와 같이 아직도 영국의 노동시간 감소를 위한 의미있는 결정에 대한 반대입장은 여전하다.


어쨌든, 지난 투표결과 421대 273으로 적용제외를 없애자는 입장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였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노동당 의원들을 설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영국 노동당 출신 의원들은 적용제외를 없애는 것에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가 있었던 수요일, 유럽의회 앞에는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감소를 요구하며 행진하였다. 영국의 가장 큰 노동조합인 유나이트(Unite)에서는 영국출신 의원들에게 ‘영국의 장시간 노동문화를 끝내자’고 설득하였다.


영국 경제부장관인 패트 맥파든은 지난 월요일에 BBC 방송에 출연하여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잔업을 원하고 있는데도 노동시간을 규제하자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 영국이 유럽국가의 주48시간 이상 노동금지 규약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1993년 보수정권때 결정한 것이었다. 현재 주48시간 이상 노동금지를 전체업종에서 시행하지 않고 있는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다.


보수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영국에서 잔업이 자유롭게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때 이런 얘기를 들려준다. “남편이 실직을 해서 가계수입이 감소한 상황에서 부인이 잔업을 할 권리를 빼앗는다는 것이 말이되는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노동조합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것은 안전보건의 문제라는 것이다. 영국 유나이트 노동조합의 사무처장인 토니 우들리는 이렇게 말한다. “피곤하고 혹사당한 노동자들은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그들 자신 뿐 아니라 주변의 동료들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운송업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피곤에 지친 운전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합니다.”



자, 유럽의회가 사고를 쳤다. 영국의 노동당 출신 의원들은 자신들의 우두머리인 고든 브라운의 요구를 거부하면서까지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노동자들의 편에 섰다. 우리나라의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위기를 얘기하면서 노동조합을 비난하고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비록 당장 큰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세계경제위기 속에서도 노동자와 인권을 지키려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야하지 않겠는가?


가난한 노동자의 살림살이 걱정을 핑계로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으려는 보수정치인들과 기업주들을 향해 "이것은 안전보건의 문제일 뿐"이라며 대드는 노동조합도 참 멋지다. 먹고살수 있게 해주는 것은 다른 정책으로 이루어져야지. 아무렴.


MB의 역주행 비판 시리즈. 다음주에는 미국 오바마 당선자의 규제강화 움직임을 소개하겠다. 글이 괜찮았으면 답글 좀... 홈페이지 방문객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게 확인되는데, 흔적을 남기고 가는 분들이 너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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